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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Jul 25. 2023

2. 문화역서울284, 이야기 채집하기

프로그램 진행 후기



7월에는 문화역서울284에서 <RTO 이야기 수집>을 기획-진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았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마음이 눌려있었어요. 다 끝내놓고도 후련하게 보내주질 못하고 이불 안에 미련스러운 마음을 폭~ 감싸 놓고 밤마다 육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 보내줘야지요~ 보내줘야지요~ 그래서 커피 두 잔에 용기 냅니다. 카페인에 취한 저의 마음… 읽어줘요. 리슨!! (뭔가 할 말이 많은데~ 오늘은 저의 일 경험을 중심으로 한 번 적어봅니다)


가장 첫 번째로 뽑고 싶은 경험은 신뢰를 바탕에 두고 일을 꾸렸다는 것입니다. 지난 궤적을 통해 저는 충분한 사람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언제나 시작할 때 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엄청 큰 데… 이렇게 초대받은 기분으로 기획 과정 안에 있던 건 처음이었습니다. 기획안을 구성하고 운영-진행하시는 분들과 하는 피드백 사이의 ‘묵음’이 꽤 좋았습니다. 원래는 제가 여기에 의심이라는 배경음악을 깔아 넣는 고약한 취미(?)가 있거든요. 묵음 사이에 보내주신 말과 문장에 배어 나온 다정함과 신뢰가 정말로 좋았어요. 해리님, 성은님, 승연님, 지연님, 도연님 감사합니다.


두 번째로는 연구자와 협업했다는 것도 좋았어요. 시간과 진행비가 준비된 기획에 초대되었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매번 자료를 어떻게 수집하고 전달하는가는 언제나 고민스러운 부분인데요. 제가 버거워하는 부분을 메워 줄 사람을 섭외할 수 있어서 저는 마음의 짐도 덜고 진행도 수월했다는 것~ 다만 연구자와의 협업 사이에서 드려야 할 가이드가 미숙했구나 싶었어요. 제 목적과 의도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어요. 마지막에 마지막에는 암튼 대충 말로 털어내는 건 시도했으니… 저도 처음이니까. 아쉬움이 있어도 이만하면 족합니다. 제 어색한 말 들어주신 염님 감사드려요.


세번째, 참여자에게 나를 설득하는 과정을 더 자세히 보여줘야겠다는 점이었어요. 고약한 제 마음을 설득하는 과정을 촘촘히 보여주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진지하게 이곳을 대하게 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의 표정이 가장 진지하게 바뀌는 장표는 #약한연결 #공간과 장소 의 문장을 인용한 부분이었습니다. 1회차에서는 너무 무거워서 피했는데 2회차에서 꺼내 보이니 설득되는 참여자분들의 얼굴을 보았어요. 왜 여행인지, 왜 편지인지, 왜 서로를 초대하는지, 왜 공개된 방식으로 기록이 되어야 하는지…. 제 설득의 과정을 더 분명하게 보이도록 다듬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참여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사족을 덧붙여야겠어요. 중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번 프로그램에 예상보다 제 마음이 컸나봐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끙끙거리나봐요.


프로그램 준비하면서 머리 속에서 RTO 로비의 유리문을 얼마나 많이 열었는지 몰라요. 문밖의 내가 문 안쪽의 나에게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답니다. 문밖의 내가 들어오면서 가지고 온 약간의 기대감과 어색함 사이에서 문 안의 나는 어떤 사람으로 반기고 안내 해줄지 싶어서요. 그렇게 만들어진 대화의 자리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을지 노심초사합니다. 아무래도 잘못 신청한 것 같은 나에게 어떻게든 어깨에 힘이 좀 풀어질 수 있도록 저는 힘을 주어 이름을 불러주고 이 곳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덧입혀 주려고 해요. 말해도 된다고 지금도 충분하다고 그럴 수 있다고 경청의 에너지를 전합니다. 누구보다 제게 너무 필요한 것이라서요. 이렇게 불특정 다수의 사람 사이에서도 나의 존재가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고 싶어요.


그걸 열어낸 자리가 아니라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에서 할 수 있어서 정말로 좋았어요. 그 부분이 저한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오셔서 이런 방식(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일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저는 문화, 역사, 예술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나요? 저는 좀 반대해요. 다양한 의견과 감상이 누적되어야 그 문화가 역사가 예술이 힘을 얻고 시간을 이겨서 다음을 만들어 갑니다. 제가 바라본  전문가들은 세상에 흩어진 흔적과 기록과 말과 글을 지독하게 모으고 정돈하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선행되는 건 시대와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문화는, 역사는, 예술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추출하는지에 따라서 많은 사람이 익숙하거나 더 유용하다고 판단한 것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어떤 문화의 원주민이자 당사자이자 경계인입니다. 그것들은 멀리에 있지 않고 언제나 옆에 있으며 변화합니다. 내가 나의 문화, 역사, 예술에 대한 견해를 꺼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영영 닿을 수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살피며 더 넓은 세계를 확인하고 이 세계를 기쁘게 탐험하는 과정이길 바라고 있어요. 제가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그 시작점 이자 오리엔테이션이길 바라요. 그리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를 통해 저는 개인으로 시민으로 세상과의 협상 가능성을 좀 키우고 싶어요. 나라는 존재가 잘 반영되고 인정되는 세계에 살고 싶어요.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그래서 공공성이 저에게는 너무 중요해요.


하ㅏㅏㅏㅏ 참~~~ 이렇게 원대하니~ 제가 뭐… 맘이 편하겠습니까? 에?!!! 제 큰 뜻(?) 모두 알 필요는 없지만요.


아무튼 참여하는 사람들도, 만드는 사람들도 프로그램 이후에 좀 더 넓은 존재가 되어서 공간, 건축, 도시, 역사, 예술에 한마디 거드는 사람 되시길!! 참견하는 시민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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