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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21. 2024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2)

파랑이 제안하는 과정의 설계

앞서서는 이제 제가 뭔가를 살펴볼 때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정보를 알려드렸어요. 

이제는 제가 궁리한 것들을 이야기 나눠볼게요. 처음에 제 포부는 한국적인 찻자리의 재구성하고 싶었어요.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의례에 참여함으로써 복잡한 사회 속에서 협력 관계를 맺는다. 의례가 간단하든 복잡하든 참여자는 몸과 마음에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하고 두터운 유대를 느끼고, 새로운 질서에 몸을 맡긴 채 공동체에 뿌리내린다. 모든 사회적 동물 집단은 접착제를 바른 듯 하나로 묶인다.
 
 케이틀린 오코넬, 이선주 옮김,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현대지성, 2023, 29-30쪽.


이야기는 사방 도처에 있는 널려있지만, 나에게 정말로 닿는 진실한 이야기는 몸으로 부딪치고 관계하는 이들로부터 탄생합니다. 자주 실패라고 느껴지지만 결국 나로부터 시작한 사건을 만들 때,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찾게 됩니다. 대화와 의례가 반복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방식으로 비집고 들어갑니다. 의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현장을 살펴보러 온 당신 역시 질문에 휘말렸습니다. 앞으로 오늘의 질문이 자꾸만 따라다닐 겁니다. 풀리지 않는다면, 다시 궁금함이 차오르기 전에 또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공동 연구회 공유회, 파랑의 글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중에서

이번 주제가 크게 요약해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탐구라고 했죠. 저는 이 질문에 이끌려 왔어요. 제가 박물관이니, 미술관이니 하는 곳을 곁돌며 일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사실 어떤 분야에서 일해도 한 번쯤은 마주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그 질문에 대해 답해야하는 상황이 있었나요? 어떤 태도를 취해야만 할 때가 있었나요? 그래서 답을 정하고 태도를 정했나요? 쉽게 답하는 분들은 여기까지 오시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여전히 탐색하는 사람들에게 이 자리가 유효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한국적인 것... 이라고 하면 너무 길고 넓고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자주 포기했어요. 그럼에도 다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진짜 내가 답할 질문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큰데 말이죠.


제가 리서치클럽에 참여 신청했을 때 피들피들한 자세로 신청했어요. 저 긴 여정의 공부를 잘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서요. 그런데 자신감 없음과 별개로 밀도 있는 질문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어요. 자주 막막해졌으니까요. 혹시 리서치클럽의 진도가 너무 빨라서 못 따라간다고 해도 막막한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어요. 그렇게 히스테리안으로부터 시작해서 리서치클럽으로 그리고 여기 함께 해주시는 분들 앞으로 흘러왔네요. 


히스테리안은 과정을 제시했고 거기에 리서치클럽 멤버들이 응했고 그래서 과정을 만들며 밟아가고 있고요.사실 지금 하고 있는 공유회를 통해 참여자들이 막 즉각적인 보상을 받고 그런게 아니거든요. 저도 제가 이렇게 진심이 될 줄, 진심이었는 줄 몰랐네요. 그리고 여기에 와있어요.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네요. 이 번 과정에서 깨달았어요. "나는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나누는 과정을 설계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여기 참여해서 겨우 알았어요. 오늘 잠을 좀 덜자고 나왔어요. 이거 준비하려고요. 사실 그렇게 까지 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 잠 좀 줄여도 불만 없을 만큼 재밌고 떨렸어요.


그래서 집중한 탐구과정을 하고 나니까 질문에 답변을 구했는가 묻는다면 아직 아니에요. 여전히 곤란해요. 그래도 이 과정을 지나오면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났습니다. 리서치 클럽 멤버들과 모습은『열반경』에 나오는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우화같아요. 


想像象(생각 상, 모양 상, 코끼리 상)
맹인모상盲人摸象, 직역하면 ‘맹인이 코끼리를 만진다' 입니다. 불교 경전의 하나인 『열반경涅槃經』의 우화에서 비롯했습니다. ‘일부분을 알면서도 전체를 아는 것처럼 여기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뜻합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각각의 몸으로 더듬어가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더듬어낸 것이 코끼리인지, 코뿔소인지 그것도 아니면 서로 같은 것을 살핀 것이 맞는지도 확언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제가 통과한 ‘숨은○’에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말을 듣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을 생각을 밀어내며 더 넓은 것을 탐색하고 교환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공동 연구회 공유회 파랑의 글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중에서


궁금한게 많아요. 이상한게 많고요. 뭘하고 있는지 확언 할 수 없지만, 계속 묻고 답하다보면 틀린 것도 어떻게 틀린 것인지 명확해지겠죠. 단언하는 건 믿을 수 있는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에요. 스스로 휘말리거나 적극적으로 듣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만나도 믿을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한 사람으로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아무리 복잡한 과정이라도 한 인물이 통과한 궤적을 하나씩 떼어서 살펴보면 공감가는 부분을 찾게 되더라고요. 심지어 그 한 사람이 저와 비슷하면 더 이해하기도 쉽고 믿고 싶어집니다.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믿어지는 이야기를 어떤 것인지 확인해보시면 좋겠네요.


그래서 오늘은 감상의 과정도 제안해보려고 합니다. 일종의 분석틀을 만들어봤어요. 아시죠? 제안은 어디까지나 제안이고 수락하는 힘은 언제나 듣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제안의 첫 번째 이유는 적극적으로 연구물을 탐독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고요. 두 번째 이유로는 여러분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개입 과정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점접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❶ 연구물에서 느낀 점, 발견한 점 | 연구물을 읽으면서 혹을 읽고 나서의 느낌을 살핍니다.

❷ 연구자 소개글 | 관심 있는 연구물은 연구자의 소개글을 읽어봅니다. 

❸ 내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 ㅣ 나와 이 연구물은 어떤 관계를 맺는지 관찰합니다.

❹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정보 | 추가적으로 확인한 정보들을 연결합니다.

=> 나의 감상을 남겨주세요. 현장의 메모지를 준비해두었습니다. SNS 후기도 환영합니다.


❶ 연구물에서 느낀 점, 발견한 점 | 문서를 읽으면서 혹을 읽고 나서의 느낌을 살핍니다.

    연구물에 등장한 인물은 한, 죽음, 애도와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만나게 되었나요? 

    연구물의 등장한 한, 죽음, 애도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나요? 무엇으로 구성되었나요?

❷ 연구자 소개글 | 관심있는 연구물은 연구자의 소개글을 읽어봅니다.

    연구자의 소개와 나의 감상은 어떤 점이 겹쳐지고 어긋나있나요?

❸ 내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 ㅣ 나와 이 연구물은 어떤 관계를 맺는지 관찰합니다.

    오늘 가장 믿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떤 부분에서 나에게 와닿았나요?  

❹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정보 | 추가적으로 확인한 정보들을 연결합니다.

연구 과정 안에서 태어난 질문의 목록입니다.  여러 개의 질문을 적었지만, 빠뜨린 질문은 더 많습니다. 떠오르는 질문이 있나요? 그 질문들을 거듭 떠올리며 클럽원들의 연구물을 살펴보면 좋겠네요.

    나에게도 한이 있을까?  

    한은 왜 맺히고 푼다고 할까?   

    한은 어떻게 생겼을까?  

    한은 어떤 소리를 낼까?  

    한은 무슨 색일까?  

    한은 누가 가진 걸까? 한은 여성만 가진 걸까? 남성, 어린이, 외국인의 한도 가능할까?  

    한은 어떤 구성요소로 이루어졌을까?  

    한과 씻김은 어떤 관계일까?  

    한과 히스테릭은 무슨 관계일까?  

    한과 애도는 무슨 관계일까?  

    유교, 불교, 도교 안에서 한은 어떻게 해석될까?  

    화병은 정말 한국인의 병일까?  

    한은 정말 한국의 것일까?  

    왜 자꾸 한을 기억하고 꺼내는 걸까?  

    한은 유전이나 전승이 될까?  

이 탐구의 여정은 계속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보면 리서치 클럽 멤버들과의 탐구는 아주 짧을 수도 있고요. 여전히 탐구의 초반일지도 몰라요. 지금 제 말이 믿어지시나요? 믿고 싶나요? 그렇다면 함께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럼 답변과 반응을 잔뜩 남겨주세요. 오늘 이 자리는 더 오래 잘 살피고 싶어서 사람들을 초대한 자리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힘을 주세요. 내가 믿어 지는 이야기, 믿고 싶은 이야기가 머리 속에 실재한 약속이 아니라 현실의 발딛게 만들고 싶어요. 묻는 질문이 크니까 답변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답변을 누가 반복해서 묻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결국 계속 부르는 사람에게 의미와 태도가 남겨질거라고 어렴풋하게 생각해봅니다.


프로그램 내용은 전시된 원고로부터 나왔지만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원고도 꼭 따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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