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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13. 2022

전시독후감 맛보기

이런 내용들로 구성되어있어요

왜 함께-직접 전시를 봐야 할까요?

단순히 지식을 늘리는 것 만으로도는 저를 설득하기 어렵더군요. 지식 습득은 책을 읽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걸요. 전시독후감을 통해서는 전시와 전시물을 감상하는 재미를 붙여보셨으면 합니다. 전시를 보는 일은 생각보다 요령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단순 '관람'이 아니라 '감상'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화하는 시간도 있어야합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꽤나 어렵죠. 저도 자주 “전시실을 천천히 둘러보세요”라고 말을 하긴하는데…. 적당히 시간을 쪼개서 효율적으로 전시를 본다는 건 참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시독후감을 통해 전시를 읽고 나누는 일은 예상했던 것 보다 재밌고 새로울 거라고 확신해요.


독서 모임 하듯 전시도 함께 봐요.

제가 제안하는 방법은 독서모임과 유사합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대화를 하는 과정처럼 전시를 관찰하고 요약하고 밑줄 긋고 그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밟으면 됩니다. 저는 전시의 내용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분석 할 수 있는 기준, 질문, 시간을 드릴 뿐이죠. 전시 관람은 피곤한 일이에요. 전시를 경험하는 건 눈을 굴리는 일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하는 과정이거든요. 아무리 전시를 꼼꼼히 살피는 사람도 3시간 이상 관람을 이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우리에게 있는 한정된 체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최대한을 뽑아내고 싶어요. (하핫) 어떻게요? 분담을 하면 됩니다. 제가 어떻게 볼지 나누어드릴테니까 같이 전시를 분해하고 재조립해보자고요.



전시가 익숙하지 않을 때는요. 아마...

우리가 평소에 살펴보는 전시장의 관경은 아마 이럴 거에요. 물건들이 조용히 정렬되어 있고 조명이 비추고 유리장 안에는 유물이 있어요. '관람'은 건 전시물을 보는 것이고요. 유리장 안에 전시와 라벨을 천천히 읽어가며 동선을 만들어 갑니다. 처음에는 집중력이 높아서 거의 모든 글씨를 섭렵하지만..... 이내 힘들어지면 전시실은 그냥 풍경이 되고는 합니다. “아.. 왜이렇게 피곤하지?” 싶을거에요. 제가 그랬거든요.


전시 안에서 전시물 읽기 연습

이제는 전시물만 보는게 아니라 전시 안에서 전시물을 살펴보겠습니다. 전시라는 맥락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가져옵니다. 전시물은 나름의 의도가 있고 의미를 가지고 배치되어 있습니다. 기획자가 분할한 의미 단위로 일단 전시를 바라보면 전시가 분명하게,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전시는 기획의 메시지를 읽어보는 콘텐츠가 됩니다. 전시를 볼때 전시물이 아니라 전시물이 무슨 의도로 여기에 왔을까 질문해보는거죠. 위치는 어디인지, 어떤 색을 사용했는지, 얼만큼의 공간을 차지하는지, 어떤 전시물과 함께 배치된 것인지. 이렇게 공간 단위로 묶어서 보면 전시물만 집중해서 볼 때랑 다른 방식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글자를 읽어서 정보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추측하고 예상하면서 의미를 도출하게되죠. 더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전시를 보는 재미가 붙는다는게 가장 커요.



[정보의 군집화] 전시물을 의미단위로 묶어보기

전시가 익숙한 분들은 이런 차이를 이미 알고 계시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이런 방식이 익숙해지기 전 까지 분명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건이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전시된 물건들>

호치케스, 파일철, 노트북, 커피잔, 연필, 핸드폰

하나씩 외우려면 시간이 걸릴 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게 책상 위라고 생각하면요? 이 책상이 사무실에, 카페에, 집 안에 있다면요? 장소에 따라 연상되는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지 않을까요? 사무실 책상이라면 어떤 사람의 모습이 생각나나요? 카페 테이블 위에 이 물건들이 있다면 무슨 일 때문일까요?  집에 있는 책상에 위에 있다면요? 이렇게 의미단위로 물건을 묶어서 보고 물건이 놓인 맥락에 따라 해석하면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간을 줄어들고 정보의 양은 많아집니다. 전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전시물을 각자 개별로 살펴봅니다. 반면 전시가 익숙한 사람은 전시물을 하나로 보는게 아니라 묶어서 인지합니다. 전시는 이미 기획자에 의해 한번 정리된 정보니까 일단을 이렇게 읽어보는 거에요.



[논리적 전개] 라벨링 시스템이 뭔데요?

전시를 만드는 논리적인 체계 이 방식은 ‘라벨링 시스템*’이라고도 합니다. 기획자의 성향에 따라 혹은 전시의 특성에 따라 뚜렷하게 나타날 때도 있고 거의 찾아보기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전시에서적용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라벨링 시스템 예시 [표]

정리된 표를 한번 볼까요. 평소에 우리는 6단계에서 머물고 있었다면, 이제는 아래에서 위로 논리적인 전개를 찾아 갈 수 있습니다. 의미 단위로 해석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가장 위쪽에 해당하는 1번에 ‘박물관의 형태’가 적혀 있습니다. 박물관의 형태가 전시의 논리적 전개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겁니다. 그게 뭐길래? 주제의 선택부터 접근까지 말이죠. 그래서 어떤 주제와 전시물을 볼 수 있는 전시인가 만큼이나 어떤 곳에서 만든 전시인지가 중요해요. 그러니까 무엇을, 어떻게, 누가 이야기 하는지 살펴보면서 전시를 보자는 거에요.



[표현 방식] 전시가 표현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라벨링 시스템이 전시의 논리적인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전시 공간 안에서 연출은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태도와 분위기를 강화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관람 동선의 어디쯤에 무엇을 배치하는지 또 어떻게 조명을 비추는지, 해당 전시물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얼만큼인지, 어디에 의자를 배치했고 바닥면의 높낮이를 조정했는지를 살펴봅니다. 전시 공간을 천천히 곱씹고 뜯어 보다 보면 기획자가 의도한 만큼 읽어 낼 수 도 있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읽어낼 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면 이제 어떤 공간은 분명한 문장, 이미지, 기억, 감각으로 머리 속에 남길 수 있을 겁니다. 이 때 인거 같아요. 유물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요.



[박물관 운영요소] 박물관에 있는 것들을 활용해봅니다.

박물관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 역시 전시물을 읽는데 도움이 됩니다. 박물관의 운영요소에는 공간과 시설(건물), 온라인 공간, 인력, 컬렉션, 관람객이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만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전시물과 전시공간을 포함하여 전시 공간 밖의 도서관, 물품보관소, 화장실과 같은 기초적인 시설부터 아트숍과 커피숍까지 모두 '적절한' 경험을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는 자원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관이 가지고 있는 홈페이지나 sns등의 온라인 공간 역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됩니다. 현장에 있는 박물관 관계자(운영진-스텝)이나 옆에 있는 관람객 역시 나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질문과 대화를 통해서 말이죠.



관람 후 반응이 꼭 “좋다”가 될 수 없어요.

‘앞뒤 없는 칭찬’보다 ‘서두 있는 비판’이 더 유용한 법입니다. 전시가 꼭 좋을 필요가 있나요? 전시에 대한 감상이라고 하면 굉장히 좁은 폭으로 이해하게 되는데 그건 ‘감상’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이해 때문인거 같아요. 아무도 ‘감상 = 지적인 것 = 좋은 것’이라는 연상이 파바박 들거든요. 우리가 전시를 뜯어보면서 훌륭한 해석에는 감탄을 하고 눈길 이끌지 못한 해석은 스쳐지나고 거슬리는 해석에는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전시에서 나타난 해석에 대한 반응을 모두 감상에 포함됩니다. 전시는 무엇인가 말했고 관람자는 그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면, 감상을 말하면 되는거죠. 전시를 ‘기관/기획자/제작자/사용자’의 입장에서 엮어낸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나(관람객)의 이야기도 분명 유용하고 의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말과 글로 전시장을 채워봅니다.

여기까지 이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 그리고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핵심적인 도구들에 대한 설명했는데요. 결국 제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분 가져가는 건 ‘전시에 대한 숨겨져있는 이야기 혹은 전문가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전시를 보고 알게된 내용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그 해석들을 만남으로 인해서 전시는 더 분명해지고 더 풍부해지고 더 확장될 거에요.  붕 떠 있던 전시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과 연결되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릴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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