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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재 Jul 19. 2016

'곰'의 독주와 '공룡'의 추격, '사자'의 몰락

2016년 KBO 리그 전반기 팀 결산

2016년 KBO 리그가 전반기를 마쳤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의 독주가 이어진 가운데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NC 다이노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 빛나는 삼성 라이온즈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충격적인 추락. 한화 이글스는 이번에도 혹사 논란에 휩싸이며 하위권에 그쳤다. 올 시즌은 최하위 kt 위즈도 4할 승률을 기록할 만큼 상위권 밑으로는 치열한 접전 양상. 어느 팀이 5강 티켓을 거머쥘지 시즌 끝까지 안갯 속이다. 전반기 10개 구단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했다.



'니느님이 보우덴하사'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55승 27패 1무/1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1위/1위/2위/7위 - 1위

득점 : 1위/1위/3위/9위 - 2위

홈런 : 6위/1위/5위/8위 - 4위

도루 : 8위/9위/6위/8위 - 8위

선발 : 2위/1위/1위/3위 - 1위

불펜 : 1위/9위/4위/10위 - 6위

수비 : 3위/9위/1위/2위 - 1위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시즌 초반 7할 대 승률(4·5월 0.729)로 독주를 펼치며 전반기 1위에 올랐다. 강력한 선발 마운드(선발 ERA 1위)와 더 무시무시해진 타선(평균 득점 2위), 특유의 안정된 수비(DER 1위)에 힘입어 2위 NC의 끈질긴 추격을 4.5경기 차로 뿌리치고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큼 다가섰다.


일등공신은 단연 리그 최강 선발진. '니느님이 보우덴하사' 니퍼트-보우덴은 22승을 합작해 외국인 원투펀치로서 2007년 리오스(22승)-랜들(12)을 연상케 하는 위력을 떨쳤다.


'2007년' vs '2016년'


리오스(07년) : 22승 5패 ERA 2.07 234.2이닝

랜들(07년) : 12승 8패 ERA 3.12 164.1이닝

리오스+랜들 : 34승 13패 ERA 2.50 399이닝


니퍼트(16년) : 21승 3패 ERA 3.26 172.1이닝

보우덴(16년) : 17승 9패 ERA 3.83 179.1이닝

니퍼트+보우덴 : 38승 12패 ERA 3.53 351.2이닝 *144경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12승 2패 ERA 3.41)는 한국 무대 데뷔 후 가장 높은 9이닝 당 탈삼진 8.34개(11~15년 통산 7.14개)로 절정의 구위를 과시했다. 시범경기 때만 해도 퇴출이 유력했던 마이클 보우덴(10승 5패 ERA 3.83)도 탈삼진(97개) 리그 1위에 역대 13번째 노히트노런(6월 30일 NC전)을 달성하는 괴력투로 우려를 씻어내며 대활약했다.


유희관(9승 2패 ERA 3.83)과 장원준(9승 3패 ERA 3.53)도 국내 선발로서 변함없는 기량. 작년 팀의 오랜 숙원인 좌완 갈증을 푸는 데 공헌한 5선발 허준혁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덕분에 두산은 10개 구단 중 유일한 3점대 팀 ERA(3.90)를 기록해 이 부문 리그 순위를 지난해 4위(4.78)에서 전반기 1위로 끌어올렸다.


'WAR 6.70' 김현수가 빠진 타선은 올 시즌 두산의 가장 큰 불안요소였다. 하지만 웬걸? 작년(평균 득점 4위, 평균 홈런 6위) 보다 더 강해진 공격력(평균 득점 2위, 홈런 3위)으로 상대 마운드를 두들기며 잠실구장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시리즈 숨은 우승 주역 박건우(0.346 0.395 0.577 12홈런)는 부담을 떨치고 주전 좌익수로 도약, 김현수 뒤를 완벽히 이었다. '만년 유망주' 김재환(0.332 0.407 0.660 22홈런)도 홈런, 장타율 부문 1위의 불 방망이를 휘두르며 리그 최고 강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민병헌(0.336 0.402 0.536 13홈런)은 단일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을 경신하며 장타력을 한껏 끌어올렸고, 닉 에반스(0.297 0.400 0.548 15홈런)도 2군에 갔다 온 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루츠', '로메로'를 읇조리던 팬들을 진정시켰다. 양의지 부상 빈자리를 훌륭히 대체한 백업 포수 박세혁(0.198 0.316 0.281 1홈런)은 '화수분 야구'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이천에서 무슨 일이?' 에반스 성적 변화


유배 전 : 0.164 0.297 0.246 1홈런 5타점

유배 후 : 0.338 0.432 0.641 14홈런 44타점


강력한 수비도 돋보였다. 두산은 인플레이 타구를 얼마나 아웃으로 연결했는지를 나타내는 DER 지표에서 리그 평균 65.0%를 웃도는 66.4%로 1위를 기록했다. 내·외야에 좋은 수비수가 다수 포진한 데다, 강석천 수비코치가 야수들과 소통을 즐기며 적극적인 시프트를 주문한 덕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반기 막판으로 갈수록 급격히 흔들린 불펜은 우승을 노리는 두산에게 적잖은 고민거리로 남았다. 마무리 이현승(1승 2패 20세이브 ERA 4.91)은 세이브 성공률 87%(20세이브/3블론)을 찍었지만, 높은 ERA에서 알 수 있듯 안정감이 떨어졌다.


'좌완 영건' 진야곱(4승 2패 1세이브 1홀드 ERA 5.03)-이현호(ERA 5.88)-함덕주(ERA 8.44)도 부진했다. 그나마 정재훈(1승 4패 2세이브 21홀드 ERA 2.72)과 윤명준(2승 6홀드 ERA 3.52)이 제 역할. 야수 중에서는 '잠실 아이돌' 정수빈(0.244 0.325 0.299 1홈런)의 뜻밖의 침체가 옥에 티였다.


두산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건 전신인 1995년 OB 베어스 시절이 마지막이다. 과연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낼 수 있을까? 현재 승률(0.671)이 기대 승률(0.637)보다 약간 높다는 점에서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공·수 조화가 워낙 훌륭한 탓에 정상을 쉽게 내주진 않을 전망이다.


관건은 주전들의 체력 관리. 거의 전 경기를 소화하느라 지친 오재원, 김재호, 허경민에게 적절한 휴식 안배가 절실하다. '만년 마무리 후보' 김강률이 지친 불펜에 합류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9월 전역을 앞둔 이원석, 이용찬, 홍상삼이 돌아온다면 후반기 막판 결정적인 순위 경쟁에서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번에도 놓치지 않을 리그 MVP ⓒ 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 [47승 28패 2무/2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3위/2위/1위/3위 - 2위

득점 : 8위/2위/1위/3위 - 1위

홈런 : 7위/3위/2위/2위 - 2위

도루 : 9위/6위/10위/9위 - 9위

선발 : 4위/4위/3위/6위 - 4위

불펜 : 2위/1위/5위/4위 - 1위

수비 : 2위/5위/6위/4위 - 3위


개막 전 전문가 만장일치 우승후보로 꼽힌 NC 다이노스의 전반기는 과연 대단했다. 두산에 밀려 2위에 머물긴 했지만, 안정적인 투타 밸런스를 바탕으로 15연승을 질주하는 등 전반기 중후반 파죽지세로 '자비 없는 공룡 군단'의 위용을 과시했다. KBO 리그 입성 4년 만의 첫 정규시즌 1위를 향해 순항하는 모습이다.


'나테이박' 파괴력은 9개 구단 투수들의 다리를 후들거리게 하는데 충분했다. '리그 최고의 강타자' 에릭 테임즈(0.343 0.464 0.730 25홈런)는 홈런 1위, 장타율 1위, 타율 6위의 MVP급 활약으로 중심 타선을 이끌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0.332 0.413 0.568 16홈런)은 완연한 정상급 타자로 자리매김했고, 'FA' 박석민(0.316 0.408 0.543 15홈런)도 몸값에 걸맞은 불방망이로 팬들을 기쁘게 했다.


'나테이박'의 무시무시한 위력


나성범 : 0.332 0.413 0.568 16홈런 71타점

테임즈 : 0.343 0.464 0.730 25홈런 71타점

이호준 : 0.298 0.383 0.504 13홈런 59타점

박석민 : 0.316 0.408 0.543 15홈런 61타점

나테이박 : 0.323 0.418 0.585 69홈런 262타점


베테랑 이호준(0.298 0.383 0.504)도 찬스에 강한 모습(득점권 타율 0.342). 그 밥상은 박민우(0.324 0.395 0.406 10도루)-이종욱(0.295 0.368 0.414 7도루)이 근사하게 차렸다.


작년 막판 살아난 손시헌(0.305 0.408 0.428 4홈런)은 기세를 이어가 커리어 하이 타격을 선보였고, 젊은 야수 중에서는 김준완(0.293 0.437 0.347)의 성장이 흥미로웠다. 뻥뻥 터지는 타선(평균 홈런 2위) 덕에 타자들은 굳이 뛸 필요가 없었다(평균 도루 9위).


마운드를 책임진 건 리그 정상급 불펜진이었다. '김진성(3승 5패 1세이브 9홀드 ERA 4.89)-최금강(6승 1패 1세이브 4홀드 ERA 5.09)-임창민(16세이브 1홀드 ERA 1.19)'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좀체 허물어지지 않는 철옹성을 쌓으며 승리를 지켰다.


'언터쳐블' 마무리 임창민은 30이닝 이상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9이닝 당 탈삼진(13.86개)을 잡아 압도적 구위를 과시했다. 대장암을 이기고 약 20개월 만에 복귀한 원종현(2승 5홀드 ERA 2.25)도 특유의 빠른 속구로 힘을 보탰다.


'리그 최고 끝판왕' 임창민 최근 4년간 성적


2013년 : 4세이브 9홀드 ERA 3.76 64.2이닝

2014년 : 1세이브 5홀드 ERA 4.39 53.1이닝

2015년 : 31세이브 ERA 3.80 64이닝

2016년 : 16세이브 1홀드 ERA 1.19 37.2이닝


박민석(1세이브 3홀드 ERA 1.66), 구창모(1홀드 ERA 3.38), 박준영(3패 5홀드 ERA 6.91) 등 추격조도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 불펜 피로를 분담했다. 지난 3년간 DER 1위를 지킨 수비진은 전반기에도 DER 3위를 기록, 그물망 내·외야로 마운드를 든든히 지원했다. 시프트를 잘 사용하지 않음에도 좋은 결과를 낸 선수들의 판단력과 운동 능력이 그만큼 뛰어난 덕.


막강 NC 타선이지만, 약점도 있었다. 포수 타순은 MLB NL 투수 타석과 다름없을 정도로 상대에겐 쉬어 가는 시간이었다(포수 타율 8위).


김태군(0.215 0.276 0.256)의 극심한 타격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2년 연속 2할 대 중반 타율(0.262/0.254)로 평균 수준의 공격력을 보여준 김태군인데 올해는 멘도사 라인을 넘나들며 팬들 속을 까맣게 했다. 150타석 이상 들어선 포수 중 가장 낮은 공격 WAR(-0.77). 백업 용덕한(0.170 0.237 0.264 1홈런)도 1할 타율에 그쳐 박승호 타격코치의 흰머리를 늘렸다.


잘 던지던 에릭 해커(6승 1패 ERA 2.91)와 이태양(2승 2패 ERA 4.21)이 갑작스레 부상으로 빠지고, 이재학(8승 3패 ERA 4.64)과 재크 스튜어트(8승 5패 ERA 4.80)가 기복 있는 투구로 흔들린 선발진도 아쉬웠다. 제 몫을 했더라면 필승조가 좀 더 여유 있게 등판했을 것이다(불펜 평균 이닝 5위).


NC 후반기 향방은 선발진 활약에 달려있다. 전반기 막판 복귀한 해커가 정상 컨디션으로 '골든글러브' 피칭을 선보이며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줄지 관심이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불펜으로 내려간 이태양 대신 선발로 나설 정수민이 얼마나 로테이션을 잘 소화할지도 중요하다. 정규시즌을 넘어 가을야구에서 성과를 내려면 필승조 관리가 절실한 상황. '해커-이재학-스튜어트-이민호-정수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잔여 경기(67경기)가 악재라면 악재다. 하지만 작년 후반기 그랬듯 저력을 발휘하고, 전반기 한 점 차 승부에서 두 번째로 높은 승률(0.600)을 기록한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역전 1위도 가능하다.



상대 타자를 망치러 온 넥센의 구원자 ⓒ 넥센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 [48승 36패 1무/3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7위/3위/3위/1위 - 3위

득점 : 6위/9위/2위/1위 - 3위

홈런 : 9위/9위/6위/6위 - 7위

도루 : 1위/3위/1위/2위 - 1위

선발 : 3위/2위/9위/5위 - 5위

불펜 : 4위/2위/3위/3위 - 2위

수비 : 7위/1위/5위/9위 - 6위


2년 새 리그 역대급 공격형 유격수(강정호), 50홈런 타자(박병호), 에이스 투수(앤디 밴 헤켄), 골든글러브 외야수(유한준), 핵심 불펜 3인방(손승락·한현희·조상우)을 부상과 부진으로 모두 잃은 넥센 히어로즈. 누가 보더라도 유력한 최하위 후보였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전반기 3위에 오르며 반전 서사를 썼다.


중장거리 타자가 대거 빠지고 투수 친화적인 고척 스카이돔으로 보금자리를 바꾼 넥센의 새 전략은 '발야구'. 팀 상징과도 같던 장타력(최근 3년간 팀 장타율 1위)을 내려놓고, 기동력(평균 도루 1위)으로 승부를 보는 데 성공했다. 얼마나 공격적으로 다음 베이스를 노려 추가 득점을 이뤘는지 나타내는 RAA(14.09) 지표에서도 2위 두산(5.41)을 두 배 넘게 앞섰다.


'불과 1년 만에' 극적인 팀 색깔 변화


2015년 : 홈런 1위(1.41개)/도루 8위(0.69개)

2016년 : 홈런 7위(0.91개)/도루 1위(1.02개)


그렇다고 방망이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김하성(0.299 0.374 0.537 14홈런)은 2년 차 징크스 따위 저 멀리 날린 듯 리그 유격수 중 가장 높은 RC(63.22)로 타선을 이끌었다. '히팅 머신' 고종욱(0.356 0.392 0.515 7홈런)은 구단 역사상 두 번째 타격왕 도전.


금방 떠날 거 같던 대니 돈(0.305 0.396 0.518 12홈런)도 어느덧 팀 내 타점 2위에 오르며 제 몫을 했다. '주장' 서건창(0.300 0.378 0.419 3홈런)과 '4번 타자' 윤석민(0.342 0.442 0.576 10홈런)도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넥센 최고의 시나리오' 단골 소재인 '토종 선발 포텐 폭발'도 마침내 이뤘다. 처음 1군 마운드를 밟은 '중고 신인' 신재영(10승 3패 ERA 3.33)이 단숨에 리그 최고 에이스로 떠오르며 신인왕을 사실상 확정한 것. 'KBO의 매덕스'라 불릴 정도로 정교한 제구를 자랑, 규정이닝 투수 중 유일하게 9이닝 당 한 개 미만의 볼넷(0.81개)을 허용했다. 30.1이닝 연속 무볼넷 기록도 달성.


'KBO의 매덕스' 9이닝 당 볼넷 허용 순위


1. 신재영(넥센) 0.81개

2. 소사(LG) 1.35개

3. 윤성환(삼성) 1.85개

4. 우규민(LG) 1.86개

5. 피어밴드(넥센) 2.39개


'손승락-한현희-조상우'가 빠졌음에도 넥센 불펜은 끄떡없었다. 되레 더 좋아졌다(불펜 ERA 2위). 마무리 김세현(2승 26세이브 ERA 3.18))의 호투가 눈부셨다. 원체 위력적인 구위가 지난해부터 영점이 잡히면서 그야말로 난공불락, 그 자체가 됐다.


불가피하게 추격조에서 필승조로 뛰게 된 '김상수(4승 2패 17홀드 ERA 4.30)-이보근(3승 4패 16홀드 ERA 3.73)-마정길(6승 7홀드 ERA 3.97)'은 팬들의 절망적인(?) 예상을 뒤엎은 낯선 안정감으로 허리를 든든하게 이어줬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불펜 피로가 극심해 투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추격조로 잘 던지던 하영민(1승 1패 1홀드 ERA 3.14)이 팔꿈치 인대 미세 파열로 후반기 출장까지 불투명하게 된 건 큰 손실. 가뜩이나 혹사 논란에 민감한 염경엽 감독으로서는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가성비' 외국인 투수로 기대를 모은 로버트 코엘로(6승 5패 ERA 3.77)는 마치 모 조선 회사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보는 듯 무난한 겉 성적 뒤에 '볼넷 머신(9이닝 당 볼넷 6.68개)'급 경기 내용을 감춘 것이 드러나 개막 후 세 달을 채 버티지 못 했다. 그나마 어느 나라와 다르게 컨트롤타워가 빠른 판단으로 대체 외국인 투수를 구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


'국내 선발 에이스'로 3선발 중책을 잘 소화할 것으로 예상한 양훈의 부진(1승 4패 ERA 7.21)도 악재였다. 공격에서는 이제껏 평균 언저리를 해주던 박동원(0.225 0.274 0.378 8홈런)의 저조한 타격감이 눈에 밟혔다.


넥센은 예상보다 폭넓은 선수 구성을 자랑하며 주력 선수들의 이탈을 훌륭히 대처하고 있다. 프런트와 현장이 합심해 선수 기용과 육성 시스템 구축에 공들인 결과다. 박정음(0.288 0.388 0.344 1홈런), 임병욱(0.238 0.323 0.414 5홈런), 김웅빈(데뷔 첫 타석 홈런) 기용처럼 주전과 대체 전력을 골고루 쓰면서 불펜 체력 관리만 잘 해준다면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난할 듯.


구단 안팎의 잡음을 최소화해 혹시 모를 변수를 차단하고, 팀 분위기를 좋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엘로를 대체할 스캇 맥그레거가 '투명 회계'의 정석을 보여주고, 절치부심해 후반기 돌아올 양훈이 힘을 낸다면 가을야구를 좀 더 오래할 수도 있다.



최승준 너마저! ⓒ 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 [43승 42패/4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2위/9위/5위/4위 - 4위

득점 : 9위/10위/4위/7위 - 7위

홈런 : 4위/2위/1위/2위 - 1위

도루 : 3위/10위/7위/3위 - 7위

선발 : 1위/5위/2위/2위 - 2위

불펜 : 3위/7위/2위/7위 - 3위

수비 : 1위/8위/3위/8위 - 2위


전반기 막바지 가까스로 5할 승률을 지킨 SK 와이번스가 4위에 올랐다. FA에서 정우람, 윤길현, 정상호 등 주력 선수를 잃고, 크리스 세든 같은 외국인 선수 계약도 기대에 다소 못 미쳐 당초 와일드카드 결정전 턱걸이가 예상됐던 거에 비하면 괜찮은 성과.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못 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타선은 '홈런 공장'이었다. 평균 홈런 1.32개로 리그 선두를 달리며 막강 화력을 자랑했다. 가장 돋보인 건 역시 정의윤(0.330 0.373 0.551 17홈런). 작년 트레이드 이적 후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더니, 올해도 흠잡을 데 없는 타격감으로 장타를 쏘며 완연한 팀의 4번 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FA 보상 선수로 온 최승준(0.285 0.389 0.645 19홈런)도 예상을 뛰어넘는 대활약. 자신감 넘치는 스윙으로 장타 잠재력을 맘껏 폭발해 6월(0.337 0.450 0.783 11홈런) 리그 MVP에 선정되는 등 차세대 거포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 LG 팬들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불변의 진리?' 정의윤-최승준 성적 변화


정의윤(15년 LG) : 32경기 0.258 0.333 0.303

정의윤(15년 SK) : 59경기 0.342 0.419 0.617

정의윤(16년 SK) : 85경기 0.330 0.373 0.551


최승준(14년 LG) : 20경기 0.263 0.300 0.500

최승준(15년 LG) : 08경기 0.077 0.194 0.077

최승준(16년 SK) : 62경기 0.285 0.389 0.645


부침이 있긴 했으나, 최정(0.263 0.389 0.505 20홈런)도 홈런 5위(34홈런 페이스)로 여전한 장타력 과시. 김성현(0.342 0.384 0.458 홈런)은 타격만큼은 완전히 눈을 뜬 모습이다. 헥터 고메즈(0.296 0.344 0.552 17홈런)에게선 틸슨 브리또의 향기가 난다.


'켈리-김광현' 원투펀치는 막강한 활약(WAR 도합 6.81). 타선과 불펜 지원만 제대로 받았어도 무난히 10승을 챙겼을 '켈크라이' 메릴 켈리(5승 4패 ERA 3.49)는 한국 무대 2년 차에도 변함없는 호투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에이스' 김광현(7승 7패 ERA 3.30)도 한층 날카로워진 제구(BB/9 4.36개)를 앞세워 국내 선발 WAR(3.38) 2위를 기록했다. 개인 통산 100승은 덤.


'승수는 못 본 걸로' 팀별 선발 WAR 상위 2명 성적


1. 헥터(3.84)+양현종(3.35)= 7.19(KIA)

2. 켈리(3.43)+김광현(3.38)= 6.81(SK)

3. 니퍼트(3.40)+보우덴(2.58)= 5.98(두산)

4. 신재영(3.59)+피어밴드(2.20)= 5.79(넥센)

5. 레일리(3.09)+박세웅(1.05)= 4.14(롯데)

6. 해커(2.33)+스튜어트(1.60)= 3.93(NC)

7. 윤성환(2.51)+김기태(0.87)= 3.38(삼성)

8. 소사(2.20)+류제국(1.15)= 3.35(LG)

9. 주권(1.36)+마리몬(0.99)= 2.35(kt)

10. 송은범(1.11)+로저스(0.65)= 1.76(한화)


필승조 핵심 두 명(정우람·윤길현)이 한꺼번에 빠져 걱정이 컸던 불펜에서는 마무리 박희수(3승 3패 17세이브 ERA 2.04)가 불펜 WAR(1.95) 4위에 빛나는 강철 자물쇠로 뒷문을 걸어 잠그며 고군분투했다. 채병용(2승 5홀드 ERA 3.45)도 불펜 투수들의 잇따른 난조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됐다.


SK는 필승조, 추격조 가리지 않는 총력 운용 끝에 팀 불펜 ERA(4.83) 3위로 선방했다. 탄탄한 수비(DER 2위)도 마운드가 흔들릴 때면 힘이 됐다. FIP-ERA(F-E) 리그 1위(0.64).


하지만 SK 팬들은 오롯이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충분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홈런은 가장 확실한 득점 루트. 하지만 SK는 평균 홈런(1.32) 1위를 기록하고도 평균 득점(5.32)은 7위에 머물렀다. 출루율(0.356/7위)이 낮은 데다, 어렵게 잡은 찬스에서도 움츠러들었다(득점권 타율 0.274/9위).


'뛰는 야구'를 신봉하는 김용희 감독 답지 않게 주루도 소극적. 작년 리그 2위(14.77)였던 RAA가 전반기 10위(-7.91)로 폭삭 꺼졌다. 한마디로 타자들의 큰 거 한 방에만 기댄 셈. 불펜에서 박정배(2승 3패 2세이브 9홀드 ERA 5.28), 신재웅(1패 3홀드 ERA 5.73), 전유수(1승 3패 3홀드 ERA 5.55)가 난조를 보인 것 역시 갸우뚱한 투수 운용과 맞물려 팬들을 불안하게 했다.


퐁당퐁당 투구로 고전한 박종훈(6승 7패 ERA 4.64)과 '아름다운 4월(3승 1패 ERA 3.27)'을 남기고 떠난 크리스 세든(5승 5패 ERA 5.37)도 실망스러웠다.


SK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팀. 게다가 4위 입장이라면 더 피하고 싶을 게 당연하다. 후반기 막판까지 방심하지 말고 분발해야 하는 이유가 너무도 명확한 것. 리그 최고 수준의 장타력을 보다 많은 득점으로 연결하는 효율적인 공격이 절실하다.


불펜에서 박정배-신재웅이 제 컨디션을 찾고, 서진용이 씩씩하게 뒤를 받쳐야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원투펀치' 빼면 확실히 믿을 선발이 없는 상황에서 대체 외국인 투수 브라울리오 라라의 활약이 중요한 건 물론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질 때, 그래서 이제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기에, '시스템 야구' 김용히 감독이 머뭇거리지 않고 결단할 수 있을지도 후반기 관전 포인트다.



리그 최고 좌익수로 떠오른 김문호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39승 43패/5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5위/7위/6위/4위 - 5위

득점 : 2위/7위/6위/6위 - 5위

홈런 : 4위/6위/9위/7위 - 8위

도루 : 2위/5위/2위/6위 - 3위

선발 : 7위/8위/7위/7위 - 7위

불펜 : 6위/8위/8위/9위 - 9위

수비 : 8위/7위/7위/3위 - 8위


롯데 자이언츠는 작년 나쁘지 않은 투타 전력에도 8위에 그쳤다(피타고라스 승률 6위). 미숙한 코칭스태프와 막장 프런트 영향이 아무래도 컸다. 신임 조원우 감독 체제에서 팀 분위기를 얼마나 다잡느냐가 중요했던 올 시즌, 롯데는 부상 악재와 약물 적발 등 뒤숭숭한 가운데서 전반기를 5위로 마무리했다.


롯데 트레이드마크는 뻥뻥 터지는 홈런 타선. 하지만 작년 2위(1.23개)던 평균 홈런이 올해 전반기 8위(0.90개)로 급감해 사직구장을 차갑게 식혔다. 대신 발야구로 득점 루트 변화 시도. 평균 도루를 7위(0.72개)에서 3위(0.89개)로 끌어올렸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게 흠이라면 흠(RAA 7위).


'리그 최고 포수' 강민호(0.339 0.442 0.578 14홈런)와 'FA로이드' 황재균(0.333 0.381 0.571 16홈런)은 중심 타자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입을 벌어지게 했던 건 '킹문도' 김문호(0.344 0.409 0.467 5홈런)의 활약. 시즌 초반 4할을 훌쩍 넘는 타율(4월 타율 0.430)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해 명실상부 리그 최고급 '히팅 머신(195안타 페이스)'으로 등극했다. 문규현(0.310 0371 0.409 4홈런)은 리그 사상 최초 홀로 두 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쳐 팬들도 낯설어할 '공격형 유격수'로 뜬금포를 날렸다.


'킹문도의 위엄' 타율 순위


1. 최형우(삼성) 0.358

2. 고종욱(넥센) 0.356

3. 이용규(한화) 0.355

4. 박건우(두산) 0.346

5. 김문호(롯데) 0.344


브룩스 레일리(6승 5패 ERA 3.50)와 박세웅(6승 6패 ERA 5.08)은 무너진 선발진(선발 ERA 7위)의 희망이었다. 레일리는 기복이 좀 있긴 했지만, 경기 운영(득점권 피안타율 0.255→0.216)과 이닝 소화(5.8이닝→6.4이닝)에서 작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팀 최고 에이스로 떠올랐다. 박세웅도 위력적인 구위(K/9 9.12개)로 상대 타자들을 몰아붙이며 토종 선발 유망주로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FA 전력 보강으로 기대를 모은 불펜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모양새(불펜 ERA 9위). 그래도 손승락(3승 1패 12세이브 ERA 3.07)과 윤길현(4승 3패 10홀드 ERA 4.64)은 이름값을 했다.


'리그 최강 마무리' 손승락은 세이브 성공률 92.3%(12세이브/1블론)로 진가를 발휘했고, 윤길현도 6월 부상 전까지 셋업맨으로 허리 중심을 잘 잡았다. 베테랑 이정민(2승 2패 1세이브 3홀드 ERA 3.92)도 제 역할을 묵묵히 잘 수행하며 필승조 한축을 담당했다.


'영입 안 했으면 어쩔 뻔' 롯데 주요 불펜 성적


손승락 : 12세이브 ERA 3.07 29.1이닝

윤길현 : 10홀드 ERA 4.64 33이닝

이정민 : 1세이브 3홀드 ERA 3.92 41.1이닝

이명우 : 4홀드 ERA 9.57 26.1이닝

강영식 : 5홀드 ERA 5.40 11.2이닝

정대현 : 8홀드 ERA 4.40 14.1이닝

김성배 : 1홀드 ERA 8.80 15.1이닝


외국인 선수 악재는 뼈아팠다. 공격 핵심인 짐 아두치(0.292 0.336 0.474 7홈런)는 전반기 내내 허리 통증으로 고전하더니, 결국 진통 성향 금지 약물 '옥시코돈' 복용이 적발돼 7월 초 웨이버 공시됐다. 아두치의 부상과 퇴출로 팀 공격의 활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린동원' 조쉬 린드블럼(5승 8패 ERA 6.25)도 5월 찰나의 반등(4승 1패 ERA 2.83)을 빼면 최악의 부진. 야구 못 하는 쌍둥이 형제와 바뀐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작년과 너무 다르다.


롯데는 해줘야 할 타자들이 찬스에서 침묵하며 팬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 타석 대비 잔루(42.1%)가 삼성(42.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10위 넥센 38.7%). 손아섭(0.302 0.397 0.434 7홈런)과 최준석(0.288 0.399 0.496 13홈런)은 2할대 득점권 타율(0.254/0.288). '꾸준함의 대명사' 송승준(1승 2패 ERA 7.60)과 '왕년의 마무리' 정대현-김성배가 베테랑으로서 제 몫을 못 한 것도 아쉬웠다.


조원우 감독은 젊은 선수를 적극 기용하며 리빌딩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김상호(55경기), 김준태(24경기), 김재유(11경기), 나경민(5경기), 박진형(52이닝), 박시영(23.2이닝), 김유영(23이닝), 김원중(6이닝) 등 주요 유망주들이 기회를 받아 가능성을 보여줬다.


초보 감독이 으레 그렇듯 선수 기용과 작전 시도 등에서 약간의 한계를 드러내 팬 여론이 썩 좋진 않지만, 치열한 중위권 다툼 중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선수 체력 관리에 신경 쓰는 등 무리하지 않는 뚝심 운영은 인상적이었다. 후반기까지 이런 성향을 이어간다면 롯데는 당장 올해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멀리 봤을 때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문대로 어마무시했던 헥터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38승 44패 1무/6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9위/4위/6위/6위 - 6위

득점 : 5위/5위/5위/5위 - 4위

홈런 : 2위/4위/4위/1위 - 3위

도루 : 6위/1위/8위/4위 - 6위

선발 : 5위/3위/4위/1위 - 3위

불펜 : 5위/6위/9위/8위 - 8위

수비 : 6위/4위/9위/5위 - 7위


예상을 뒤엎고 작년 막판까지 5상 싸움을 이어간 저력의 KIA 타이거즈. 그럼에도 리빌딩 중인 올 시즌 하위권 이상 성적을 기대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수·주 고른 전력으로 5~7월 내내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넘나들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전반기 6위로 성공적인 리빌딩 중임을 입증.


보는 이의 울화통을 터뜨리던 타선은 올해 한결 뜨거워졌다. 평균 득점(5.73) 4위, 평균 홈런(1.18) 3위로 주요 공격 지표 상위에 오른 것. 7월 월간 평균 홈런(1.64)은 1위를 달리고 있다.


'3년 연속 주장' 이범호(0.315 0.386 0.561 19홈런)는 서른네 살 나이에 커리어 하이(33홈런 페이스) 성적으로 타선 중심을 잡았다. 말 그대로 '모범 FA'이 전형. 지난해 바닥을 친 나지완(0.300 0.460 0.568 15홈런)은 절치부심했는지 어마 무시하게 돌아왔다. 'FA로이드'가 제대로 발휘되는 모양새.


'절치부심' 1년 만에 달라진 나지완


2015년 : 116경기 0.253 0.378 0.375 7홈런

2016년 : 74경기 0.300 0.460 0.559 15홈런


상상에서 현실이 된 건강한 김주찬(0.338 0.379 0.523 11홈런)의 위력은 역시 대단했고, 서동욱(0.314 0.421 0.514 10홈런)은 친정팀에서 포텐을 극적으로 터뜨렸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김호령(0.291 0.351 0.388 4홈런). 이용규 이후 가장 뛰어난 타이거즈 중견수가 될 자질을 그대로 보여줬다. '버뮤다 호령존'으로 불리는 넓은 수비 범위는 단연 일품.


헥터 노에시(8승 3패 ERA 3.37)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큼 대단한 투수였다. 경기 당 6.63이닝에 달하는 가공할 이닝 소화력(선발 평균 이닝 1위)으로 팀의 허약한 불펜을 적극 도왔다.


'윤석민상 유력 후보' 양현종(4승 7패 ERA 3.35)도 리그 최고 에이스로서 더 발전한 기량으로 헥터와 환상의 원투펀치를 이뤘다. 득점 지원(4.15점) 불운으로 4승밖에 챙기지 못 한 게 아쉬울 따름. 오르락내리락하긴 했지만, 지크 스프루이(8승 9패 ERA 4.68)도 나름 선발진 한 축을 잘 담당했다.


'윤석민상 주인공은?' 최저 득점 지원 순위


1. 린드블럼(롯데) 4.08점

2. 양현종(KIA) 4.15점

3. 레일리(롯데) 4.71점

4. 켈리(SK) 4.73점

5. 이민호(NC) 5.03점


불펜에서는 5월부터 마무리로 나선 김광수(3패 7세이브 7홀드 ERA 3.71)가 제 몫을 했다. 시즌 초반 구위 저하로 마무리를 내준 최영필(1승 2패 2세이브 3홀드 ERA 3.45)은 그래도 5~7월(ERA 2.88) 노익장을 과시하며 필승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선발·불펜을 오가며 전천후 맹활약한 홍건희(2승 2패 4세이브 5홀드 ERA 3.35)의 호투는 단연 눈부셨다.


선발 전환으로 기대를 모은 윤석민의 갑작스러운 어깨 부상은 안타까웠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윤석민이 있었다면 전반기 KIA 승수는 지금보다 더 늘었을 것이다. KIA는 전반기 한 점 차 승부에서 8승 15패(0.348)로 꼴찌였다. 블론 세이브도 1위(16개). 불펜진이 그만큼 부실했다는 뜻이다. 김광수-최영필-홍건희가 가까스로 버텼지만, 위력적인 구위로 결정적 순간 탈삼진을 잡을 투수가 없었다.


임기준(1세이브 1홀드 ERA 4.94), 김윤동(1세이브 2홀드 ERA 4.91), 곽정철(1패 2세이브 ERA 7.45), 심동섭(5승 1패 4홀드 ERA 6.49), 한승혁(1패 4홀드 ERA 6.55)) 모두 좋은 구위에 비해 제구가 크게 흔들려 팀에 별 도움을 주지 못 했다(불펜 BB/9 10위). 리빌딩 마침표를 찍기 위해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후반기 분발이 필요한 대목.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넥센만 만나면 유독 작아진 것이 아쉬웠다(넥센전 1승 9패).


KIA는 바로 앞 성적보다 먼발치의 미래를 내다보는 팀. 김호령-이홍구-노수광-강한울-오준혁을 주축으로 한 타선 세대교체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반면, 마운드는 다소 더딘 편이다. 김기태 감독 공헌대로 후반기 윤석민이 불펜에 합류하고, 신임 마무리 임창용이 친정팀에서 이름값에 걸맞은 호투를 펼친다면 불펜 운용에 여유가 생길 터. 젊은 투수들을 시험할 기회가 그만큼 늘 전망이다.


리빌딩에 중점을 두면서 작년처럼 끝까지 5강 경쟁을 할 수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 PS 진출로 성적과 리빌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면 KIA의 앞날은 잘 닦인 하이패스 고속도로처럼 탄탄대로일 것이다. 후반기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대전을 뜨겁게 달군 로사리오의 홈런포 ⓒ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34승 44패 3무/7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10위/8위/4위/2위 - 7위

득점 : 10위/4위/9위/2위 - 9위

홈런 : 10위/5위/3위/5위 - 5위

도루 : 10위/8위/9위/5위 - 10위

선발 : 10위/10위/6위/4위 - 10위

불펜 : 9위/10위/1위/1위 - 7위

수비 : 9위/10위/4위/1위 - 9위


수년간 아낌없는 투자로 기어코 팀 연봉 총액(103억 원) 1위에 오른 한화 이글스는 유력 우승 후보로 꼽혔다. 최근 8년간 중하위권에 머문 성적(5위→8위→8위→6위→8위→9위→9위→6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보살' 팬도 못 버틸 최악의 경기력으로 전반기 7위에 그쳤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선발 마운드 붕괴는 처참한 수준. 아무리 선수 기량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툭하면 일찍 투수를 끌어내리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퀵후크(38회/1위)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 선발이 일찍 내려가면 여파는 고스란히 불펜에 미치기 마련. 권혁(133.1이닝 페이스)-송창식(105.1이닝 페이스)-정우람(90.2이닝 페이스)-장민재(82.1이닝 페이스)-박정진(76.1이닝 페이스)은 구원으로만 75이닝 이상 던질 기세다.


'살려조' 한화 필승추격조 5인방 불펜 성적


권혁 : 3세이브 10홀드 ERA 3.84 75이닝(133.1)

송창식 : 6홀드 ERA 4.25 59.1이닝(105.1)

박정진 : 3홀드 ERA 5.65 43이닝(76.1)

정우람 : 9세이브 ERA 3.18 51이닝(90.2)

장민재 : 1홀드 ERA 4.27 46.1이닝(82.1)


며칠 전 선발로 나온 투수를 오늘 불펜으로 기용했다가 얼마 뒤 다시 선발로 투입하는 주먹구구식 투수 운용도 적잖았다. 팀 선발 ERA(6.56) 최하위가 오롯이 투수들이 못 한 탓일지는 생각해 볼 대목. 그나마 불펜은 6월(ERA 1위/4.33)부터 살아나 상승세를 이끌었다. 구위가 물오른 장민재(3승 3패 ERA 4.30)가 합류해 호투한 것이 돋보였다. 송은범(2승 7패 ERA 5.40)은 선발진에서 홀로 처절하게 싸우며 나름 분투.


이용규-정근우는 '국대 테이블세터' 위용을 제대로 뽐냈다. 이용규(0.355 0.447 0.436 16도루)는 타격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는 중이고, 정근우(0.314 0.387 0.477 12홈런 17도루)는 뜻밖의 장타가 터지며 데뷔 첫 20-20에 바싹 다가섰다. 윌린 로사리오(0.323 0.371 0.610 22홈런)는 MLB 단일 시즌 28홈런 클래스를 입증하며 팀 외국인 타자로서 7년 만에 20홈런을 달성했다.


'밥상 하나는 든든한데' 한화 테이블세터 성적


이용규 : 71경기 0.355 0.447 0.433 2홈런

정근우 : 78경기 0.314 0.386 0.477 12홈런

이용규+정근우 : 0.333 0.415 0.458 14홈런


골치를 썩이던 3루 자리는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송광민(0.342 0.376 0.590 13홈런)이 도맡았고, 장타력이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김태균(0.328 0.454 0.471 7홈런)도 '출루 머신' 면모를 변함없이 보여줬다.  


그럼에도 개인 성적에 비해 득점 효율은 떨어지는 모습. 지난해 6위(4.98점)였던 평균 득점이 9위(5.23점)까지 내려앉았다. 잘 치는 타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꾸만 희생번트(최다 2위)를 시도하는 등 엇박자 벤치 사인도 득점 저하에 한몫했을 것이다.


알렉스 마에스트리(2승 2패 ERA 9.42)는 영입 소식이 들릴 때부터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에스밀 로저스(2승 3패 ERA 4.30)가 이렇게 허망하게 떠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다.


로저스는 리그 최고의 에이스가 될 걸로 기대를 모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정하고 SNS 논란을 겪는 진통 끝에 결국 한국을 떠났다. 로저스 개인에게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김성근 감독의 막장 투수 운용과 코칭스태프의 미숙한 선수 관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복귀 후 로저스 평균 투구 97.17개).


차라리 투수가 나서면 어떨까 싶은 만큼 포수들의 타격은 절망적이었다(포수 공격 WAR -1.19/10위). 조인성(0.167 0.189 0.269 3홈런)은 나를 속이지 못 하는 듯. 차일목(0.238 0.311 0.325 3홈런)은 프레이밍과 도루 저지 등 수비에서 수준급 기량으로 막바지 반등을 이끌었다. 최진행(0.329 0.434 0.400 1홈런)의 부상 이탈도 아쉬웠다.


한화는 매번 당장의 성적과 리빌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이도 저도 못 하기 일쑤였다. 대대적 투자로 연봉 총액 1위에 오른 마당에 이젠 성적에 모든 걸 던질 수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의 평균적 성향을 고려하면 후반기 더 접전일 순위 경쟁에서 무리한 선수 기용을 일삼을 가능성이 높다. 전반기 막판 구원 등판까지 한 파비오 카스티요와 대체 외국인 투수 에릭 서캠프, 복귀를 앞둔 안영명-배영수가 제 몫을 해야 그나마 투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매 경기 한국시리즈식 경기 운용으로 어찌어찌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다음은? 김성근 감독은 내년 말이면 팀을 떠난다. 한화는 그 이후에도 야구를 계속해야 한다. 팬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는 한화의 후반기가 왠지 모르게 불안한 건 왜일까?



우타 갈증 말끔히 해소? ⓒ LG 트윈스


LG 트윈스 [34승 45패 1무/8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4위/4위/9위/10위 - 8위

득점 : 4위/8위/7위/7위 - 8위

홈런 : 1위/10위/9위/9위 - 10위

도루 : 6위/2위/3위/1위 - 2위

선발 : 9위/6위/5위/9위 - 6위

불펜 : 8위/5위/6위/5위 - 5위

수비 : 10위/2위/2위/7위 - 5위


리빌딩을 선언한 LG 트윈스의 관건은 지난해 연착륙한 젊은 선수들이 완전히 적응하는 것. 팀 전력상 하위권은 일찌감치 예약한 상황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실점을 최소화하는 수비 위주 전략과 발 빠른 외야수 기용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성적과 리빌딩 모두 의문부호가 달리며 전반기 8위.


야수 세대교체 중심 이천웅(0.281 0.361 0.367 2홈런)-서상우(0.250 0.395 0.385 3홈런)-정주현(0.261 0.338 0.350 1홈런)은 더 많은 기회 속에서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 했다.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이천웅과 서상우의 작년 퍼포먼스에 흥분한 팬들로서는 답답함을 느낄 터.


그래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유강남(0.299 0.348 0.467 5홈런)이 마침내 듬직한 안방마님 '유갓남'으로 완전히 거듭났다. 포수 백업 박재욱(0.306 0.324 0.361)도 인상적.


'유갓남이 되기까지' 유강남 역대 성적


2011년 : 3경기 0.000 0.000 0.000

2012년 : 13경기 0.125 0.154 0.125

2013년 : 126경기 0.272 0.333 0.405 8홈런

2014년 : 39경기 0.299 0.348 0.467 5홈런


마운드에서는 젊은 투수 여럿이 힘을 냈다. 마무리로 나선 임정우(2승 7패 13세이브 ERA 5.08)는 안정감은 다소 떨어졌지만, 위력적인 구위로 타자들을 곧잘 찍어 눌렀다. 김지용(1승 1패 1홀드 ERA 3.42)-이승현(3승 1패 2홀드 ERA 4.40)-최동환(1승 1세이브 ERA 2.81)도 불펜 추격조에서 나름대로 호투. 지난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준형(2승 5패 ERA 6.08)도 선발진의 수확이었다.


루이스 히메네스(0.338 0.393 0.602 22홈런)는 장타를 폭발하며 타선 핵심 입지를 굳혔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홈런왕(현재 공동 2위/1위 테임즈 25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작년 재계약 불발 위기까지 갔던 걸 떠올리면 극적인 반전. 박용택(0.342 0.410 0.482 8홈런)은 꾸준히 밥값 하는 타격으로 8년 연속 3할 타율 달성이 유력하다.


팬들을 가장 기쁘게 한 건 역시 채은성(0.331 0.383 0.484 8홈런). 좌타 일색 타선에서 중장거리 우타자로 방망이 재능을 여지없이 뽐내며 생애 첫 올스타 선정 기쁨까지 맛봤다. 극도의 부진으로 2군를 오르내린 오지환(0.228 0.335 0.386 6홈런)은 7월(0.405 0.450 0.784 3홈런) 맹타를 휘두르며 '이천 효과'를 제대로 봤다.


양상문 감독의 '뛰는 야구(도루 시도율 2위/9.1%)'는 효율은 떨어졌지만(도루 성공율 9위/64.6%), 어쨌든 리그 두 번째로 많은 평균 도루(0.91)와 가장 높은 추가 진루율(47.4%)을 기록했다.


'그래도 뛰자' 팀 도루 성공률 순위


1. KIA 70.1%

2. kt 69.2%

3. 롯데 68.2%

4. NC 68.2%

5. 삼성 67.4%

6. 두산 67.1%

7. 넥센 65.9%

8. 한화 64.7%

9. LG 64.6%

10. SK 59.0%


한국 무대 5년 차 '에이스' 헨리 소사(4승 4패 ERA 4.73)는 실점은 좀 많지만 이닝은 확실히 먹어주면서 1선발 역할을 무난히 해냈다. 하지만 국내 선발은 기복이 심했다. '주장' 류제국(5승 8패 ERA 5.11)과 '에이스' 우규민(4승 7패 ERA 5.68)은 난조. 간절한 기다림 끝에 영입한 스캇 코프랜드(2승 3패 ERA 5.54)도 어째 불안하더니 결국 실패작이 됐다. 선발 전환에 나선 봉중근(1승 1홀드 ERA 4.22)도 난관에 봉착.


불펜에서는 진해수(3패 10홀드 ERA 5.97)-윤지웅(2승 5홀드 ERA 7.52)-최성훈(1승 1패 2홀드 ERA 9.39)이 불안한 제구(도합 BB/9 5.63개)로 구위를 100%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했다. 야수 중에서는 큰 맘먹고 영입한 정상호(0.180 0.286 0.213)가 부상으로 죽을 쑤며 'FA 트라우마' LG 팬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 유강남이 훌륭한 주전 포수로 성장했고, 백업 박재욱도 있다는 점에서 과연 적절한 영입이었나 의문이 들기도.


'신바람 야구' 부활을 위한 리빌딩은 LG의 숙원이다. 단기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체계적 계획을 세워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말이야 쉽지만, 짧은 계약 기간 내 성과를 내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일. 양상문 감독은 전반기 막판 김지용을 무리하게 연투 기용하며 때 아닌 혹사 논란에 휘말렸다. 성적 압박 탓에 그나마 엄격하던 투수 운용 원칙마저 흔들린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사퇴 촉구'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서 양상문 감독이 후반기에도 팀의 미래를 내다보는 합리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가 선발 한축을 꿰찬다면 마운드 운용에는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34승 48패 1무/9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7위/4위/10위/8위 - 9위

득점 : 3위/3위/8위/4위 - 6위

홈런 : 8위/8위/7위/2위 - 6위

도루 : 5위/4위/5위/6위 - 4위

선발 : 8위/7위/8위/8위 - 8위

불펜 : 10위/3위/10위/2위 - 10위

수비 : 5위/3위/8위/6위 - 4위


주력 투수들의 '도박 스캔들'과 '경영 합리화'에 따른 구단 최대 주주 변화, 박석민-나바로 등 핵심 전력 이탈로 뒤숭숭한 오프시즌. 6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은 힘들어 보였지만, 중상위권은 지킬 거라 봤다. 하지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며 9위로 주저앉았다. 1995년 우승 후 이듬해 꼴찌가 된 OB급 충격.


몰락 원인은 마운드 붕괴였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팀 평균 피홈런(1.37개)을 기록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피홈런 공장'으로 만들었다. 선발진에선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한 윤성환(8승 5패 ERA 4.26)만 이름값을 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난조. 앨런 웹스터(4승 4패 ERA 5.70)와 콜린 벨레스터(3패 ERA 8.03)는 부상으로 고전하며 전반기 만에 사이좋게 교체됐다.


류중일 감독이 믿고 맡겨왔던 차우찬(4승 4패 ERA 5.78)도 예년만 못 한 투구. '짝수해 징크스'도 더는 통하지 않는 장원삼(2승 7패 ERA 7.59) 역시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바라보느라 고개 돌리기 바빴다(50이닝 이상 투수 HR/9 1위). 부진과 부상의 아수라장 속에서 김기태(2승 3패 ERA 5.63)가 '땜빵 선발'로 더 무너지는 걸 막았다. 류중일 감독이 꼽은 전반기 투수 MVP.


'날아가는 공들 바라보며' 팀 HR/9 순위


1. LG 0.89개

2. NC 0.93개

3. 두산 0.94개

4. KIA 0.94개

5. 넥센 0.96개

6. 한화 1.05개

7. SK 1.06개

8. kt 1.12개

9. 롯데 1.24개

10. 삼성 1.37개


불펜은 더 처참했다. ERA 최하위 추락은 물론이고, 블론 세이브도 11개(최다 6위)나 됐다. 지난 2년간 37승 27패(0.730)로 절대 강세였던 한 점 차 승부에서도 6승 10패(0.375)에 그쳤다. 한때 불펜 왕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


마무리 심창민(2승 4패 11세이브 4홀드 ERA 2.98)과 추격조 임대한(1패 ERA 4.15)이 아등바등했지만, 안지만(2승 5패 5세이브 5홀드 ERA 5.79)-백정현(2승 1패 5홀드 ERA 5.50)-김대우(1승 6홀드 ERA 5.98)-박근홍(1패 3홀드 ERA 7.56)-장필준(3승 3패 2홀드 ERA 5.93))이 가뜩이나 뜨거운 달구벌을 불바다로 만드는 가운데서 도리가 없었다.


'왕조 몰락 주범' 삼성 주요 불펜 성적


백정현 : 5홀드 ERA 5.51 34.1이닝

김대우 : 6홀드 ERA 5.98 40.2이닝

심창민 : 11세이브 4홀드 ERA 5.98 45.1이닝

안지만 : 5세이브 5홀드 ERA 5.79 37.1이닝

박근홍 : 3홀드 ERA 7.56 16.2이닝


가뜩이나 뎁스가 얇아졌는데 부상자도 속출했다. 외국인 선수 3인방은 물론이고, 차우찬-장원삼-김상수-조동찬-박한이-배영섭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본연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코칭스태프의 선수 관리와 기용도 팬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최형우(0.358 0.450 0.633 19홈런)는 '형우 라이온즈'란 말이 나올 만큼 대폭발 하며 전반기 MVP급 활약. 구자욱(0.365 0.453 0.575 6홈런)도 더 좋아진 선구안으로 무시무시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흔들리는 팀 중심을 잡아야 할 중책을 맡은 베테랑 이승엽(0.290 0.376 0.494 15홈런)도 한결같은 타격으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이런 분전도 득점 추락을 막을 순 없었다. 평균 득점은 작년 2위(6.23점)에서 전반기 6위(5.55점)로 하락. 평균 홈런(3위→6위)과 평균 도루(2위→4위)도 마찬가지. 김상수(0.248 0.301 0.307 1홈런)-김재현(0.212 0.271 0.258)은 유격수 타순을 상대 투수의 달콤한 휴식 시간으로 만들었다.


아롬 발디리스(0.259 0.364 0.405 4홈런)도 부진·부상으로 장기간 2군에 체류하며 팀에 보탬이 되지 못 했다. 이지영(0.284 0.324 0.379 5홈런)은 수비가 약했고, 배영섭(0.262 0.378 0.354 4홈런)은 너무 느렸다(도루 성공률 41.7%).


사실 삼성의 진짜 위기는 앞으로다. 경영 합리화 조치에 따른 구단 체질 개선으로 모 기업 지원이 감소한다면 준비가 덜 된 삼성으로서는 왕조 재건이 그만큼 요원하다. 이렇다 할 젊은 투수가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평균 연령이 리그에서 네 번째로 높은 마운드를 재정비하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데 삼성의 몰락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할 만큼 빠르다. 요한 플란데와 아놀드 레온이 로테이션에 합류하고, 부상자가 속속 복귀할 후반기에는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대대적인 리빌딩이 어색한 삼성이 올바른 방향 설정으로 더 이상의 추락을 막고 '사자 군단'의 위용을 점차 회복할지, 후반기가 바로미터다.



10년을 책임질 에이스, 주권 ⓒ kt 위즈


kt 위즈 [32승 47패 2무/10위]


월별 성적 변화(4월/5월/6월/7월)


승률 : 5위/10위/8위/9위 - 10위

득점 : 7위/6위/10위/10위 - 10위

홈런 : 3위/6위/8위/10위 - 9위

도루 : 3위/7위/4위/9위 - 5위

선발 : 6위/9위/10위/10위 - 9위

불펜 : 7위/4위/7위/6위 - 4위

수비 : 4위/6위/10위/10위 - 10위


kt 위즈는 작년 신생팀 사상 최다인 11연패로 시즌을 시작하며 한계를 드러내는 듯했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피타고라스 승률 0.446으로 가능성도 보여줬다. 4·5월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탈꼴찌를 넘어 중위권도 가능하단 전망. 하지만 초반 돌풍을 이어가지 못 하고 DTD 위력을 절감하며 결국 최하위가 됐다.


유한준-이진영 합류로 기대를 모은 타선은 응집력이 약했다. 유한준(0.330 0.391 0.497 7홈런)은 부상에도 녹슬지 않은 타격감으로 고타율을 올렸고, 은퇴 얘기까지 나오던 이진영(0.335 0.427 0.469 7홈런)은 완전히 부활했다.


'주장' 박경수(0.290 0.391 0.506 13홈런)도 장타 본능을 과시하며 올스타전 홈런더비 준우승 차지. 기복 심하던 앤디 마르테(0.272 0.359 0.504 16홈런)도 6·7월(0.314 0.421 0.569 6홈런) 살아났고, 이대형(0.327 0.381 0.375 1홈런 28도루)은 오랜만의 도루왕 도전에 나섰다.


'쿠폰도 얼마 안 남았다' 도루 순위


1. 이대형(kt) 28개

2. 박해민(삼성) 25개

3. 손아섭(롯데) 23개

4. 정근우(한화) 17개

5. 이용규(한화) 16개


하지만 '공격의 상징' 1루 OPS가 0.679에 그칠 정도로 물방망이였고, 김종민(0.244 0.333 0.262 1홈런)-이해창(0.174 0.204 0.304 1홈런)-윤요섭(0.149 0.260 0.254 1홈런)으로는 장성우 타격 공백을 메우기 역부족이었다. 개막전부터 김사연(0.364 0.462 0.364)이 부상을 당해 장기간 결장한 것도 뼈아팠다.


전반기 막판에는 베테랑 김상현(0.225 0.293 0.396 11홈런)이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임의 탈퇴되는 어처구니없는 악재까지 터졌다.


마운드는 부상과 부진으로 내내 신음했다. 슈퍼 레이 마리몬(6승 4패 ERA 5.23)-요한 피노(2승 2패 ERA 7.64)-배우열(1패 1세이브 ERA 1.35)은 부상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 했고, 정대현(2승 5패 ERA 6.02)-엄상백(1승 3패 1세이브 2홀드 ERA 6.33)-정성곤(5패 ERA 7.82)도 이렇다 할 발전이 없어 선발 인사 청문회에서 낙마했다.


사실상 1선발 역할을 한 트래비스 밴와트(4승 8패 ERA 5.31)도 기대치를 충족하기엔 부족했다. 선발로 전환한 장시환(2승 9패 5세이브 1홀드 ERA 5.49)도 시원치 않았다.


'올해도 흉작?' kt 외국인 투수 성적


밴와트 : 4승 8패 ERA 5.31 81.1이닝

마리몬 : 6승 4패 ERA 5.23 62이닝

피노 : 2승 2패 1홀드 ERA 7.64 35.1이닝

3인방 : 12승 14패 1홀드 ERA 5.74 178.2이닝


그나마 주권(4승 3패 ERA 5.11)이 데뷔 첫 승을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거두는 등 인상적인 호투로 선발진에 자리 잡은 게 위안거리였다. 불펜은 ERA(4.93) 4위로 선방했다. 홍성용(2승 1패 2세이브 9홀드 ERA 4.76)-심재민(2승 2패 6홀드 ERA 3.89)-김재윤(4승 8세이브 1홀드 ERA 4.34)이 필승조를 이루며 기우는 마운드를 힘겹게 지탱했다.


지난해 리그 최고 불펜으로 활약한 조무근(1승 4홀드 ERA 7.22)은 소포모어 징크스로 고전.


kt의 약점 또 한 가지는 수비. 평균(65.04%)에 크게 못 미치는 DER(63.2%)로 1군 진입 후 줄곧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실책이 많은 탓에 수비율(0.976/리그 평균 0.981)도 한화와 함께 가장 좋지 않다. 이대형을 필두로 한 외야 수비력이 겉으로 보는 것만큼 견고하지 않고, 유격수 박기혁도 전성기에 못 미치는 수비 범위로 5년만 젊었어도 잡았을 타구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은 도루 시도 허용율(8.1%/리그 평균 7.5%)을 기록할 만큼 투수들의 견제 능력이 취약한 데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포수 김종민이 자동문 수준 도루 저지율(24.3%/리그 평균 33.7%)로 한 베이스를 쉽게 헌납했다.


NC가 빠르게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탄탄한 수비력(3년 연속 DER 1위)이 있었다. kt가 탈꼴찌를 넘어 중위권 이상 안착을 바란다면 아직은 오합지졸 티를 벗지 못 한 '퓨처스리그'급 수비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리그 꼴찌 팀이 4할 승률을 기록한 건 2012년 한화(0.408)가 마지막. 사실 NC와 비교해서 그렇지, kt의 2년 차 성적(0.405)은 신생팀치고 나쁘지 않은 편이다. 조급할 필요가 전혀 없는 셈. 물론 타자들의 평균 연령(31.7세)이 리그에서 가장 높고(10위 넥센 28.1세), 외국인 투수 운이 지독히도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마리몬을 대체할 조쉬 로위는 어떨지.


젊은 야수들이 성장해야 더 밝은 청사진을 구상할 수 있고, 외국인 투수들이 분발함으로써 불펜 피로를 줄여 싱싱한 투수들을 좀 더 폭넓게 기용할 수 있다. 성적이 자연스레 따라오는 건 물론이다. kt가 경기장 안팎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서 위기를 극복하고 후반기 저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기록 출처=스탯티즈(statiz.co.kr)/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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