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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한 삶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역시 문제는 식탐ㅋ

by 민들레

3:16 확실한 행도의 경


1. [세존] "수행승들이여, 수행승이 세 가지 원리를 갖추면, 확실한 행도를 실천하는 것이고 번뇌를 부수기 위한 효과적인 기반을 얻는 것이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2. 수행승들이여, 세상에 수행승은 1) 감각능력의 문을 수호하고, 2) 식사에서 알맞은 분량을 알고, 3) 깨어있음에 철저한 것이다.

(중략)

4. 수행승들이여, 식사할 때에 알맞은 분량을 안다는 것이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세상에 수행승은 '이것은 놀이나 사치로나 장식이나 치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몸이 살아있는 한 그것을 유지하고 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청정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나는 예전의 괴로움을 제거하고 새로운 괴로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나는 허물없이 안온하게 살 것이다.'라고 깊이 성찰하여 음식을 섭취한다. 수행승들이여, 식사할 때에 알맞은 분량을 안다는 것은 이와 같은 것이다. (앙굿따라니까야, 391쪽)


불경을 읽을 때면 꽤 자주 "식사"에 관한 부분을 접하게 된다. 음식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기에 볼 때마다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으로 체크해둔다. 부처님에 의하면 "식사할 때 알맞은 분량을 안다는 것"은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하면서 "청정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요즘 밥을 대충 먹는 연습을 해본다. 그전까지는 삼시세끼 밥을 차려먹어야 하고 반찬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아이가 있으니 골고루 먹여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있었다.

그런데 외출하기도 힘들고 집에서 아이와 지내는 시간도 늘어나니 하루에 한 번 정도는 호박죽과 빵을 같이 먹기도 했고, 아이가 낮잠 자고 늦게 일어나면 떡이나 바나나로 때우기도 했다. 매번 반찬을 만들어먹을 수도 또 사 올 수도 없어서 한 가지 요리(된장국이나 카레 등등)에 밥을 먹었다.


어라? 간단하게 먹다 보니 의외로 괜찮았다. 설거지도 줄어들고 과식하지 않으니 몸이 가벼웠다. 배고프면 중간중간 간식을 먹으면 되었다. 그렇게까지 잘 차려먹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이에게 그래도 여러 영양소를 챙겨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법륜스님께서 해결해주셨다.



"어렸을 때 뭐 먹었는지 기억나세요? 아이들은 밥에 김치만 줘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아이가 불안하지 않도록 부모가 안정감을 주는 거예요."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중


아이가 골고루 먹으면 아이의 성장에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아이의 안정감이라는 말씀인 듯하다.


코로나 덕분에 가끔 한 번씩 외식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반찬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오늘 아침은 어제 사온 호박죽, 또 점심 저녁은 소고기 뭇국이다.ㅋ






3:40 동기의 경


1. [세존]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세 가지 동기가 있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2. 수행승들이여, 1) 자기의 동기, 2) 세상의 동기, 3) 가르침의 동기이다.

3. 수행승들이여, 자기의 동기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세상에 수행승이 숲 속으로 가고 나무 밑으로 가고 빈 집을 가서 이와 같이 성찰한다. '나는 옷 때문에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지 않았다. 더구나 나는 탁발 음식 때문이나 와좌구 때문이나 이러저러한 것 때문에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태어남 늙음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에 의해서 괴로움에 빠져있고 괴로움에 정복당했다. 나는 일체의 괴로움의 다발의 종식을 실현해야겠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끊고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한 나와 같은 자가 실로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최악의 일이다. 나에게 그것은 옳은 것이 아닐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이와 같이 '나는 물러나지 않고 새김을 확립하고 혼미하지 않고 몸을 평안히 하고 격정이 없고 마음을 집중하고 통일하여 용맹 정진하겠다.'라고 성찰한다. 그는 자신을 동기로 삼아 악하고 불건전한 것을 버리고, 착하고 건전한 것을 계발하고, 허물이 있는 것을 버리고, 허물없는 것을 계발하고, 자신의 청정을 보살핀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자기의 동기이다. (앙굿따라니까야, 423쪽)



지난주 세미나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부처님께서 수행하시는 모습에서 마치 용맹하게 싸우는 전사가 떠올랐다. 되게 뭐랄까.... 멋있었다. "멋있다"는 표현은 부족하긴 한데 아무튼. 괴로움을 없애고 새김과 집중으로 어떠한 상태에서도 청정을 유지하고 마음을 보살피려는 부처님!


얼마 전, 남편이 말했다. 커피를 마시니 자꾸만 과자를 찾게 된다고. 몇 달 전 구입한 커피머신으로 남편도 옆에서 홀짝홀짝 마시더니 결국 그 맛을 알아버렸다. 쓴 커피를 마시니 달달한 것이 당기고 자꾸만 커피와 함께 먹을 쿠키, 과자 등등을 자꾸 사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커피를 마시면서 남편이 사둔 과자를 먹는다. 그런데 워낙 우리 부부의 몸이 예민^^;한지라 과자를 먹으면 속이 좋지가 않다. 또 요즘 운동도 잘 못하는데 배가 점점 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사실, 커피를 마시면 자연스럽게 과자를 찾게 된다는 것을 알아챈 후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아 보려고 시도했다. 이제껏 커피와 과자를 함께 먹어온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과자에 손이 갔다. 이렇게 감각적 쾌락에 쉽게 당하다니!


철저하게 쾌락의 욕망에서 벗어나려고 한 부처님. 나는 아직까지 이런 "감각적 쾌락"이 위험하고 또 괴로움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하나 먹는 것쯤은 상관없겠지~, 다음에 안 먹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과자를 찾는다.


그래도 간식을 줄이며 청정한 삶에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다.


12월 6-7일 일요일. 6시 14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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