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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와 엄마

서운함과 고마움

by 민들레


어느새 코로나 확진자 수가 600명이 넘었다.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오늘부터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었다. 확진자가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으로 나오니 다시 불안해졌다. 정말 평소처럼 아이도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렇게 나름 여유롭게 지내다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어제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백척간두에 서있다는 심정으로 아이와 놀고 빨래를 하고 요리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600명이 넘지 않았을 때는 왠지 모르게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택시 타고, 또 기차를 타고 엄마 집으로 가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어디 나갈 곳도 없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이럴 때 엄마가 한번 와주면 좋을 텐데...'

물론 엄마가 아무것도 안 하시는 게(?) 아니다. 엄마도 일이 있고 심지어 바쁘시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만 엄마가 와서 도와주길 바란다. 아이와 놀아주셨으면 좋겠고 한 끼라도 얻어먹었으면 좋겠고 엄마가 아이와 있는 사이 잠깐 쪽잠이라도 잤으면 좋겠다. 아니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만 해도 든든할 것 같다.


사실 엄마는 우리에게 잘해주신다. 늘 김치를 챙겨주시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지내신다. 엄마가 있기에 놀러 갈 수도 있고, 매일 영상통화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한데, 나는 점점 더 많은 걸 바라게 된다.


그러다 코로나 확진자 600명이 넘으니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일단 지방에 사는 엄마가 오는 것도 위험하고, 우리도 대중교통으로 가지 못한다. 어떻게든 남편과 내가 육아하며 복작복작하며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더더 밀도 있게 살아야겠다고 남편과 이야기했다. 상황이 이러니 자연스럽게 오지 않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조금은 옅어지는 듯했다.


이렇게 어디에 기댈 곳 없이 남편과 우리끼리 잘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으면서도... 엄마가 통화하며 아이에게 '집에 놀러 오면 줄게~'라는 말에 또 (그 전보다는 약하지만) 서운한 감정이 솟아난다. '엄마가 한 번 좀 놀러 와 주지~!' 최대한 티를 안 내려하지만 괜히 또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는다.


엄마는 바쁘다고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그놈의 서운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껏 나는 서운한 방향으로만 마음을 냈던 게 아닐까. 엄마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연습하면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고마워하는 생각이 떠오르겠지? 정말 마음 하나 바꾸는 것이 엄청난 수행이라는 걸 느낀다.



12월 8일 화요일 집 / 어제 코로나 확진자 수 615명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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