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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배변훈련

by 민들레


토요일 아침, 7시쯤 되었을까? 방문을 여는 소리가 난다. "탁 탁" 문고리를 잡았다 놓치는 소리를 들으니 아이가 깼나 보다.

아직 키가 작아 문고리에 손이 잘 닿지 않는 아이. 몇 번의 시도만에 문을 열더니 웃으며 거실로 나왔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인다. 금요일에 아이는 낮잠을 자지 않았다. 남편은 책을 많이 읽어주고 옛날이야기 몇 번을 들려주어도 아이가 잠이 들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자지 않았다고 하소연한다. 지친 남편에게 조금 쉴 시간을 주었다.


요즘 들어 아이는 일주일에 몇 번씩(1-2번?) 낮잠을 안 자기도 한다. 나는 아이가 낮잠을 자지 않을까 봐 너무 두렵다. 육아하는 하루 중에 그나마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통째로 날아가는 꼴이다. 그래도 낮잠을 건너뛸 경우, 힘들지만 육퇴(육아 퇴근)는 빠르다. 문제는 아이도 일찍 자고 나도 같이 하루를 빠르게 마감하게 된다는 거다.^^;;

아이가 낮잠을 자지 않은 금요일에 나는 7시에 아이와 함께 잠들었다. 그러니 다음날 7시에 일어나도 아이 입장에서는 아주 아주 숙면을 취한 편이다.


이제 28개월인 아이는 아직 배변훈련 중이다. 자고 일어나면 서로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배꼽인사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아이가 허락해줄 때만 가능하다. 억지로 데려간다고 해도 변기에 앉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아이가 좋아하는 건포도로 달랜다.

"우리 변기에 쉬하고 포도 2개 먹을까?"


오늘은 그래도 바로 화장실에 가보겠다고 한다. 아이를 안아 화장실로 데려가려는데 원숭이처럼 다리로 나를 꼭 붙잡아 폭 안긴다. 귀여운 것!ㅎㅎ 순간, 행복감이 올라온다. 변기에 앉히니 쉬가 나온다. 와 오늘도 성공이다!(기저귀도 아꼈다!) 건포도 2개를 냉장고에서 꺼내 주었더니 한입에 털어 넣는다.


혼자 퍼즐을 하며 노는 아이. 나는 옆에서 숙주나물 무침과 계란찜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요리를 하고는 있지만 아이가 혹시나 큰일(대변^^;;)을 치르지 않을까 걱정하며 주시하고 있다. 어제 똥을 싸지 않았고 지금 기저귀가 아닌 팬티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똥 마려 우면 얘기해줘야 돼~"

"응~"


한참을 놀더니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간다. 마 응가? 바로 변기에 앉혀주었더니, 정말 똥이 나온다! 옆에서 아이를 응원한다. 와... 팬티에 하나도 묻지 않았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아이가 스스로 화장실로 달려가 똥을 누었다는 사실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뒤치다꺼리(엉덩이를 씻기고, 팬티를 빨고)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기뻤다.


요즘에는 아이에게 무리해서 배변훈련을 시키면 더 부담감을 주어 안 좋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기저귀를 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단다.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대소변 못 가리는 사람은 없지. 천천히 가려도 돼~'라고 마음을 먹지만, 자꾸만 아이의 배변훈련에 집착하게 된다. 기저귀만 떼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선배 부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다음 날, 역시 아이는 응가를 팬티에 또 기저귀에 했다.(남편도 없는데 두 번에 나눠서ㅜㅜ) 어제의 자발적인 응가는 정말 기적적인 사건이었나 보다^^;;; 그래. 창희 샘 어머님께서 말씀해주셨지. 기대가 제일 나쁜 거야. 굳이 아이가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기저귀에 쉬를 해도 괜찮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가만히 살펴보면 아직 아이는 쉬나 응가의 신호를 자기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그냥 때가 된 것 같아 아이를 변기에 앉히면 자연스럽게 쉬나 응가가 나오는 정도다. 장난감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응가가 나오더라도 계속해서 퍼즐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괜히 되지 않는 일에 애쓰지 말고 기저귀를 넉넉하게 사놓는 편이 나나 아이에게 좋을 것 같다.



2. 아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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