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3단 콤보
2월 17일 수요일 3시 55분 - 4시 21분
2월 19일 금요일 7시 - 7시 14분
드디어 화요 대중지성(감이당 장기 프로그램)이 2월 16일에 개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내려가면서 대면 수업이 가능해졌다. 나는 2013년에 처음 감이당 대중지성 공부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총 4년을 달렸다(?). 느닷없는 임신으로 2018년부터 학업 단절. 이제 드디어 3년 만에 다시 공부하게 된 것이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나에겐 공부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파트타임이지만) 직장에도 가야 하고 아이가 깨어있을 때는 같이 놀아주어야 한다. 또 집안일은 어떻고. 조금이라도 신경을 안 쓰면 설거지와 빨래가 쌓인다.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은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딱 세 시간. 원래 4시 30분에 일어났는데 30분 더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이 시간을 활용해서 집중해서 공부하고 아이와 놀면서도 낭송을 해야 한다.
개강을 앞둔 하루 전날이었다. 최대한 일을 많이 해두고 화요일에 스케줄을 비우려는 마음으로 학교에 나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교수님이 휴가를 내셨단다. 화요일에 만나자고 하신다. 하필 첫 수업이 있는 화요일에 말이다! 뭐 어쩌겠는가. 급여 주는 교수님이 시키면 해야지. 교수님께는 일단 수요일 아침에 보고 드린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밀린 업무가 많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화요일에 화상으로 말씀드리려는 생각으로 대충 일을 마무리짓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와서 남편에게 하소연했다. 내일 수업하다가 나와서 따로 교수님과 줌으로 만나야야 한다고 말이다. 밥을 먹고 남편과 어떻게 오전을 보냈는지 이야기하다가 남편이 벌써 내가 얼마 전에 말한 칸트 강의 동영상을 봤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 화성 철학 수업의 텍스트는 『칸트의 비판철학』이다. 책 내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나는 겨우 겨우 짬을 내서 서울대학교 교수님이 강의하시는 영상을 봤다. 그런데 남편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에 너무도 편안하게 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오전에 (힘들게) 일하고 와서 아이와 노는데, 남편은 오전에는 공부하고 오후에도 나랑 같이 육아하는 건가? 나는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뭔가 힘든 걸 내가 다 하고 있다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아빠(남편)는 집에 있어서 좋겠다."
곧, 집에 있어서 공부할 시간이 많아서 좋겠다는 말이었다. 남편은 내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집안일이 얼마나 많은지 너도 알지 않느냐며, 아이를 보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말이다. 내가 3년 동안 주양육자로 육아하며 산후우울증을 겪었던 심정을 그새 잊어버렸나 보다. 아이가 더 어렸을 때, 나는 돈을 벌러 가는 남편이 부러웠다. 공부하러 다니는 남편이 또 부러웠다. 그냥 밖에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남편이 부러웠다! 집에서 아이를 케어하며 집안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면서도 나는 남편에게 그런 망언(!)을 해버렸다. 입장이 바뀌니 어느새 바로 변한 나를 보고 많이 놀랐다.
그렇게 서로 한바탕 감정을 풀어내고 다시 일상은 계속되었다. 그 전과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갈 직장이 있어서 다행이다.", "공부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남편이 아이를 잘 돌보아주어서 다행이다". 나는 이제 공부를 조금 대충 하기로 결심했다.^^ 공부 욕심을 줄이고 일할 수 있는 것에, 공부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