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절망타운,청약 넣기를 포기하다

by 민들레


지지난 주 일요일, 어머님 제사가 있었다. 아버님과 시누들이 같이 제사를 지내주었다. 코로나라 언니들만 가족 대표로 와서 어찌나 편하던지!(조카들을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준비와 정리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제사를 마치고 밥을 먹고 있을 즈음 갑자기 청약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네는 왜 너희에게 주어진 기회를 발로 차니?"


아직 신혼부부 기간에 속하는 우리를 아주 답답하듯이 말씀하시는 아버님. 큰언니도, 작은언니도 생각은 비슷했다. "특공 넣고, 그냥 피 받고 팔아~" 이 이야기를 정말 여러 번 들은 것 같다. 이제껏 우리는 집을 사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둘 다 정규직이 아니라 빚을 갚을 능력도 없지만, 당첨이 되어서 집을 팔고 하는 과정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이번에도 "네네~"하고 흘려 넘겼다.


그러다 며칠 뒤, 언니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과천 린 파밀리에 공공분양 신혼희망타운"


오? 과천이라니? 가족들이 사는 군포와도 가깝고 과천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들어왔던 지라 관심이 갔다. LH에 들어가 보니 마침 공고도 올라와있고 신청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안에 있던 욕망이 꿈틀거렸다.


이사를 가지 않아도 돼,
신혼희망타운이라 공동육아 시설도 있대,
과천이라 살기 좋을 거야

당첨이 되는 것도 로또라지만, 벌써부터 입주해 과천 주민이 된 듯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다 불쑥 집을 사야 한다는 생각에 피곤해했다가 이번 기회가 또 없을 것 같다는 말에 청약을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이 수시로 바뀌었다. 며칠 밤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남편과 나는 일단, 청약을 넣어보기로 했다. 아버님과 시누들이 신경 써주는 마음도 고맙기도 하고 당첨이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공고문을 확인하고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하는 금액을 따져보았다. 1차 중도금 5000만 원, 2차 중도금 5000만 원. 그리고 매달 150만 원 이상 갚아야 하며 거기에 관리비 이자까지 더 내야 한다. 그것도... 30년씩이나! 이거 완전 30년 동안 은행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갑자기 압박감이 몰려왔다.


그러려면 둘 다 정규직으로 일해야 하고 아이는 다른 곳에 맡겨야 했다. 막연히 아이를 셋까지 낳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빚을 갚으려면 가족계획까지 변경해야 했다. 그렇게 까지 해서... 굳이 거기에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영 끌 해서 서울에 집을 산 친구에게 물었다.


"집 이자로 얼마씩 내고 있어? 150-200만 원씩?"

"응. 그보다 더 내고 있어. 그래서 결론적으로 가난해ㅋㅋ"


아... 집을 산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살고 있구나... 친구와 이야기할수록 청약을 넣지 말아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처음에 내가 청약을 넣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나도 "집이 있으면 이사 다니지 않아도 되고 편할 거야"라는 씨앗이 분명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청약 사건(?) 덕분에 지금 내 삶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돌아본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 내 몸과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이제껏 남편과 내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공부하고 육아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결국, 남편과 나는 공공분양 대신 국민임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부하고 운동할만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집을 고르는데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아 물론 아이 키우는데, 엘리베이터도 있고 새시도 잘 되어있는 집이면 훨씬 좋긴 하다. 하지만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는 30년 동안의 빚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빚을 포기함과 동시에 약간의 불편함을 감당할 수 있는 신체와 마음을 만드는 훈련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에 휘둘리지 말기.

오늘도 평온하게 지내는 연습을 해본다.


(아, 글 제목을 신혼절망타운이라고 한건 직장 동료에게 청약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동료 왈,

"완전 신혼희망타운이 아니라 신혼절망타운이네~"ㅋ 정말 그렇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용실 삼촌과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