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아이와 함께 자주 밖에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낮에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밤에는 숙면을 취한다."는 고미숙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내가 조금 귀찮아도 아이를 설득해 밖에 데리고 나간다.(아이는 은근 집돌이다.) 남편이 학원 보충에 나간 주말 오전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요즘에는 7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난다)를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신나게 놀았는데도 10시가 조금 넘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문득, 아이의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잘라주기로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이제껏 집에서 대충 해결했기 때문이다^^;; 미용실에서 수차례 겪었던 아이의 격렬했던 거부감을 잘 알기에 아이와 나, 단 둘이 미용실을 가는 건 크나큰 도전이었다.
마침 미용실에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도 대기하는 사람이 앞에 두 명 정도. 일단 진입. "아이 머리 자르려고 하는데 조금 기다려야겠죠?"라고 하니 오히려 바로 할 수 있다며, 이따가 오면 더 복잡해진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 잘라야 해!' 아이에게는 공원에부터 말했다. "겸제, 당근 토마토 주스 먹고 엄마랑 미용실 가볼래?" 그랬더니 순순이 동의한다. 약속한 주스를 사러 가기 위해 한살림으로 향했다. 미용실에서부터 한살림까지의 거리가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유모차에서 당근 토마토 주스를 먹이고 미용실로 들어갔다.
약간 긴장한 상태로 들어갔는데, 불쑥 젊은 남자 미용사가 다가와 아이의 점퍼를 친절하게 벗겨준다. 자리로 데려가는데 위로 슈웅 들어 비행기처럼 날았다가 안착. 그 순간, 긴장이 풀린다. '됐다. 오늘 잘 자를 수 있겠구나!' 아이도 역시 미용사 삼촌을 잘 따랐다. 눈이 ^^ 모양이 되어있었다. 삼촌(제 마음대로 삼촌이라 불러서 죄송합니다만...)은 뽀로로 가운으로 아이의 마음을 홀린다. 어린이집 영상과 옥토넛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이는 머리를 무사히 자를 때까지 울지 않았다. 심지어 머리를 감을 때도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때도 미용사 삼촌의 놀이 스킬은 빛났다. 목에 둘렀던 작은 가운을 아이에게 덮어주며 말했다. "삼촌이 이불 덮어줄게~" 이 분은 아이와 정말 잘 노시는구나! 아이는 머리를 다 자르고 나오며 말했다. "머리 자르는 거 재밌었다"
아이가 그동안 큰 것인지, 미용사 삼촌을 잘 만나서 그런 것 인지. 이제 아이 데리고 미용실 갈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생각해보면 아이의 머리를 누가 자르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다. 무작정 강제집행을 할게 아니라 아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르게 하는 것이다. 아이는 내가 집에서 머리카락을 잘라 주었을 때는 즐거워하지 않았던가? 미용사 삼촌은 아이의 점퍼를 벗겨주며, 비행기를 태워주며, 뽀로로 가운을 입혀주며 그 짧은 시간에 나름의 신뢰를 쌓았고 그 행동에 아이가 마음을 연 듯하다.
보충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겸제 머리 잘랐다고 이야기하니 "엄마 대단해~"라고 말한다. 어차피 자기도 미용실 가야 하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미용사 삼촌에게 가자고 한다. 머리를 잘 자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르고 싶다고 말이다. 우리는 결국 그날 남편의 머리까지 미용사 삼촌에게 맡기게 되었다. 미용실 삼촌은 이제 갓 "디자이너"가 된 것 같았다. 그러니 아이들이 오면 대부분 그분이 맡게 되는 듯했다. 일주일에 하루 쉰다고 하는데, 그럼 6일이나 일하는 거야...? 직접 손으로 머리를 다 감겨주어 손도 상할 것이고 내내 서서 일해서 다리도 아플 것이다. 미용사 삼촌을 보며 정말 모든 일이든 쉬운 게 없음을 다시 한번 더 느낀다.
다음 날,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다시 미용실에 들른다. 아이는 데스크에 앉아있는 미용사 삼촌에게 꾸벅 배꼽인사를 하고 나온다. 주변에 갈 곳이 한 군데 더 생겨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