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바람개비는 집에 있어요

by 민들레


며칠 전, 아이와 산책을 했다. 요즘에는 왜 이렇게 집을 좋아하는지! 몇 발자국 가지 않았는데도 "힘들어~"라고 하는 아이. 매일 이 "힘들어"와의 전쟁이다. 가방 옆 한 구석에서 바닥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색연필을 꺼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사실 정해진 목적지는 없다. 그냥 오늘도 목표는 아이의 몸을 많이 쓰게 하여 일찍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그뿐이다.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 이렇게 셋이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아빠 가~"라고 하는 바람에 나랑 아이 둘만 어딘가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뭐 아무래도 좋다. 밖에 나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딱히 살게 없어도 참새 드나들듯 들리는 한살림, 그 전날 동네 누나와 갔던 놀이터,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본다.


그러다 학습지를 홍보하는 선생님과 마주치게 된다! 손에는 홍보물과 바람개비가 들려있다. 예전에도 똑같은 바람개비를 받았었는데. 나는 바람개비로 산책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선생님이 바람개비를 주려고 하자 아이는 피하며 말한다.


"이거 집에 있어~"


알고보니 빨간색 바람개비였던 것이다. 옆에서 팀장님 같은 분이 파란색 바람개비를 주자 그제야 받아 드는 아이! 아... 나는 그 짧은 순간에 알게되었다. 집에 하나 있으면 굳이 더 있을 필요가 없구나? 집에는 있지만, 당장 내 손에는 없기에 더 받으려고 했던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물건에 대해 다다익선이어야 좋다는 생각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이렇게 종종 내 습관화된 생각과 욕망을 흔들 때가 있다. 조그만 아이에게도 참, 배울 점이 많다. 아 맞다.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지.^^;



파란 바람개비 들고 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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