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넛 부작용, 4살 아이의 비움
#옥토넛 부작용
아이와 함께 옆 단지 놀이터(조종 키가 있어 일명 '바나클 놀이터'로 통함)로 향한다. 어둑어둑 요즘엔 해가 정말 빨리 떨어진다. 계속 비가 내려 그런지 바닥도 축축하다. 우리는 날씨가 어떻든 거의 무조건 밖으로 나간다. 그것만이 우리 모두 일찍 잠들 수 있는 길이기 때문!
아이와 함께 언덕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수풀에서 고양이와 작은 생쥐가 튀어나온다. 생쥐 그리고 생쥐를 잡으려던 고양이는 우리 쪽으로 달려오다 놀랐는지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생쥐는 순간, 고양이보다 우리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고양이와 가까운 숲 쪽으로 돌아 들어간다. 고양이는 바로 생쥐를 덥석 물고 사라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아이도 나도 놀랐다. 뭔가 안타까웠지만 어쩌겠나. 약육강식이 자연의 이치인 것을ㅠㅠ
"리오야 고양이랑 쥐 봤어?"
"응"
"생쥐 몇 마리였어?"
"한 개"
똑똑히 본 아들! 그러더니 갑자기 이렇게 말한다.
"한살림 가서 뭐 (잘 안 들림) 사서 고양이한테 '이거나 먹어라!' 해야 돼 에~"
나는 또 그 말을 철석같이 알아듣고
"한살림 가서 과자 사서 고양이한테 생쥐 먹지 말고 '이거나 먹어라!' 하라고?"
"응"
하하하. 그러니까 고양이가 생쥐 잡아먹지 말고 한살림 과자를 대신 먹으라는 말이다. 옥토넛에 보면 주로 내용이 그렇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말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작은 문어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백상어에게 물고기 비스킷을 준다거나, 대산호초를 파괴하려는 가시관 불가사리들에게 해적 파이로 눈길을 돌린다거나.
아이가 하는 말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 물어봤다. 그래 아들.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도 괜찮네. 그런데 우리 옥토넛 진짜 많이 보긴 하나보다ㅎㅎㅎ
# 4살 아이의 비움
요즘 이사 준비로 바쁘다. 베란다에 있는 장난감을 여기저기에 내보내고 드림하는 중이다. 오늘의 목표는 물려받은 멍멍이 장난감! 부피도 크고 아이가 잘 가지고 놀지 않는다. 우리 아들은 옥토넛에 단단히 빠졌다. 맘 카페에 검색해보니 멍멍이 장난감을 어디서 구해야 하느냐는 글을 보았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TV가 반영된 것이라 그런지, 국내에 많이 안 들어온 것 같다. 맘 카페 등업 기념으로 장난감을 찾고 계신 분께 연락을 드렸다. 혹시 필요하시냐고. 그랬더니 너무 좋으시단다. 당장 우리 집 앞으로도 오실 수 있단다!
먼저, 아이에게 작은 강아지 피겨들을 다른 친구 줘도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고민 없이 통과. 문제는 커다란 구조본부다. 구조본부를 닦아서 드리려고 꺼내니, 갑자기 그걸 가지고 논다. '너 이거 원래 가지고 놀지도 않았잖아~!' 이미 그분에게 드린다고 연락을 해두었는데... 이걸 어쩌지?
먼저, 드리기로 한 분께 죄송하다고 말하고 아이의 흥미가 곧 (분명) 떨어질 테니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나도 참 성격이 급해서... 한편으로는 아이가 잠시 동안 잘 놀아 잠깐이라도 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 20분 정도 가지고 놀았을까? 갑자기 아이가 말한다.
"이거 누구 주자"
엥? 이렇게 금방?
"우리 집에는 장난감이 많아서, 안 가지고 노는 건 다른 친구 줘야 돼~ 그래야 다른 것도 놀러 와!"
아이에게 이렇게 설득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쿨하게 장난감을 보내줄 줄이야!
오히려 옆에 있던 내가 감동했다.
깨끗이 닦아 멍멍이 장난감들을 봉투에 넣는다. 그리고 동네 이모가 왔다는 소식에 같이 들고 내려간다.
전해드리려는데, 이모가 깜짝 선물을 준다. 마카롱과 주스!
안 쓰는 장난감을 순환시키고 선물을 받고. 아이에게도 좋은 기억이 되었겠지.
사는 것만이 아니라, 이런 비움의 기억들을 많이 채워주어야겠다.
나도 이사 준비하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중인데, 아이는 4살부터 이런 순환에 참여하고 있다.
집이 물건들로 가득 차지 않기를... 무리하지 않고 비워보자.
10월 6일 6:55 - 10월 10일 6:53 - 10월 12일 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