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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Aug 05.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33.

주식 투자하는 하대리, 박 대리 편.

연일 오를 거 같던 바이오 주식도 정체기인지 호가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대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주식은 장기투자니까. 장기로 투자한다면 큰 이익을 볼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 하대리의 믿음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장 마감 후 하대리가 가지고 있던 바이오 주식에 대한 기사가 떴다. 

 

‘임상 3상 실패. 

 

그 다음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이 주식의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하대리는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하대리는 바로 시장가로 전량 매도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매도가 되지 않는다. 

 

반면 박 대리는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다시 사야 하나? 이 주식이 이렇게 떨어지다니 믿을 수 없다. 이건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박 대리는 결심한다. 본인에게 기회가 왔다고. 안그래도 이 주식을 매도후 너무 허탈했다. 박 대리는 바로 보험 약관 대출을 받아 이 주식을 다시 매수했다. 이번엔 꽤 큰 금액이다. 3천만 원. 박 대리는 이런 천운이 자신에게 오다니 믿을 수 없었다.

 

다음 날. 하대리는 장 시작 전 하한가로 매도를 걸어 둔다. 벌써 꽤 크게 손실이 났다. 제발 손절이 가능해야 할 텐데. 오늘도 매도가 안 될까 봐 불안하다. 

 

출근한 박 대리는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어제 하한가로 매수한 주식 전량이 다시 하한가를 맞았다. 하루 만에 -30%로 900만 원이 날아갔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이럴 땐 물타기를 해야 한다. 당장 돈이 없는 박 대리는 미수를 쓰기로 한다. 이럴 때는 용감해야 한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박 대리는 2천만 원어치를 추가로 매수했다. 이렇게 물타기를 해 둬야 올라갈 때 수익을 볼 수 있다. 박 대리는 괜찮다며 잘했다며 자신을 위로한다. 쿠폰 요정 박 대리에게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온 것인지 돌이켜봐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전량 매도체결. 휴. 하대리는 식은땀을 닦는다. 평단 39230원, 433주 매수 원가 대략 1700만 원이었다. 2500만 원까지 갔다가 1300만 원 만에 간신히 손절했다. -400만 원.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많이 올랐을 때 3분의 1이라도 매도했어야 했는데 욕심내다가 당했다. 주식은 매번 당하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당한다. 급하게 오를 땐 왜 매도 버튼에 손이 안 나가는지. 

 

1300만 원이라도 건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400만원은 수업료 치고 나쁘지 않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임상 3상 실패로 떨어지는 바이오 주식을 5천만 원이나 추가 매수한 박 대리는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쩌지? 그래, 다른 주식을 다서 그게 오르면 되지 뭐. 박 대리는 가장 저렴한 주식을 찾아본다. 일명 동전주라고 해서 1000원도 안 되는 주식들이 있다. 

 

신기했다. 주당 400원짜리 주식이 1200원이 되면 세 배가 되는 거다. 박 대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추가로 1000만 원을 신용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이 돈으로 주당 400원 하는 식품주에 몰빵 했다. 어차피 이 주가에서 떨어져 봤자 몇십 원일 거였다. 현재 주가가 너무 싸서 더 떨어질 것도 없었다. 하대리는 편한 마음으로 이 식품주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 바이오 주식은 떨어지고 있지만 이렇게 분산투자를 해뒀으니 안심이 된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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