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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Dec 26. 2017

왜 뒤에?

그 있잖아요 애널 섹스


“땀이 뻘뻘 날 정도로 좋다잖아요.” <에스콰이어> 섹스 칼럼 최고의 스타 김예리 씨가 말했다. 소문난 식당에 나도 좀 가보자는 듯한 표정이었다. 김예리 씨는 지난달 섹스 칼럼 ‘검색어’ 편에서 애널 섹스를 검색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해봤는데 처음에는 아니 XX XX 너무 아픈 거예요. 그래서 검색을 해봤죠. 남들은 좋다는데 왜 나는 안 좋은 것인가.”


탐구심이 왕성한 김예리 씨는 그 이후 종종 애널 섹스를 한다고 했다. “늘 (애널 섹스를) 하지는 않아요. 5번에 1번쯤? 사실 아직도 엄청난 쾌감이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데 남자들이 좋아하더라고. 남자 입장에서 나처럼 애널 섹스가 가능한 여자는 엄청난 희소성이 있는 거랄까.” 하긴 희소성은 중요하다. 김예리 씨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녀는 남자들이 애널 섹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생각해보았다. “사실 남자 입장에서도 꺼림칙한 부분이 있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거 아닐까? 금지된 구멍이기 때문에 거기 들어간다는 정신적 쾌감이 엄청난 거야.”


“한 번은 해보고 싶어요.” 김지혁 씨의 간절한 눈빛을 보니 김예리 씨의 해석이 정확한 것 같았다. “하다 보면 바로 곁에 다른 구멍이 있잖아요. 한 번은 거기 넣어보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자연스러운 호기심 아닐까요? 여자들은 포르노 때문에 남자들이 애널 섹스 욕구가 생긴다는 말도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포르노가 있기 한참 전부터 애널 섹스를 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왜 거기 하고 싶냐는 거예요. 원래 그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신체 기관이 바로 옆에 있는데.” 신유진 씨는 남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도 만나던 남자가 애널 섹스를 하자고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마다 거절했다. 남자들이 신유진 씨의 걱정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남자들은 그냥 호기심이겠지만 여자들은 리스크가 커요. 그러다가 괄약근이 찢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가끔 여자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할 때도 있거든요. 뒤로 많이 하면 나중에 디펜드 하고 다녀야 된다고.”


“조금만 넣었다가 뺀 적은 있어.” 구본진 씨는 애널 섹스의 리스크를 몸으로 느낀 순간을 떠올렸다. “여자 친구와 연애를 오래 해서 성적으로 여러 가지를 했어. 애널 섹스도 시도는 해봤지. 넣다 보면 어느 정도는 쉽게 들어가. 그런데 뭐랄까, ‘여기를 지나면 정말 근육이 손상되겠다’ 싶은 부분이 있어. 거기서 뺐어.” 남자라고 무조건 구멍에 넣기만 하면 되는 사람들은 아니다. 구본진 씨는 그 이후로 다시는 애널 섹스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는 몇 년 후 그 여자 친구와 결혼했다.


“나와 만나던 남자 중에서 애널 섹스를 해보자고 한 남자는 한 명도 없었어요.” 강성은 씨는 제안도 못 받았다는 사실에 조금은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해서 좋은 게 있다면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도야 해볼 수 있잖아요.” 애널 섹스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흘렀다. 윤리와 통념과 건강 위협의 포장지를 벗기면 이 질문이 남았다. 좋을까? 좋긴 할까?


“좋아요.” 칼럼을 위해 어렵게 만난 게이 이민호 씨가 두 손을 비비며 말했다. “남자에게는 정말 좋아요. 드라이 오르가슴이라고 하죠. 전립선 자극은 직접적으로 남자에게 쾌감을 줘요. 특히 발기가 안 돼서 고민하는 남자라면 괜히 정신과나 약물치료를 받기 전에 항문을 통한 전립선 자극을 받아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하긴 톰 포드도 그랬다. 모든 남자는 애널 섹스를 느껴봐야 한다고. 마사지와 다를 바 없다고. 그는 여자들의 애널 섹스에 대한 지식도 풍부했다. “여자는 전립선이 없긴 하지만 애널 섹스를 통해 자극되는 부위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여자도 감각을 개발함에 따라 충분히 애널 섹스를 통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물론 챙겨야 할 것들이 있죠.” 이민호 씨는 분별 없는 쾌락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애널 섹스를 하기 전에 신경 써야 할 것을 알려주었다. “해야겠다 싶으면 전날부터 식사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관장을 하기도 하고. 게이들은 젊을 때 애널 섹스를 하다가 머쓱했던 순간이 한두 번은 있어요. 그런 일을 겪으면 자연스럽게 조심하게 되죠.”


“하려면 할 수도 있다 쳐요. 제 주변에도 애널 섹스를 해봤다는 여자도 있고, 좋았다는 여자도 있었어요. 하지만....” 박선영 씨는 잠깐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 어떤 남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질투도 많고 뭐 그런 남자였어요. 그 남자도 애널 섹스를 원했는데 이유가 너무 별로였어. “거긴 내가 처음이잖아.” 나는 ‘아프지는 않을까, 다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자기가 거기 처음 들어가는 게 그렇게 중요해요?” 그러게 말이다. 남자들이란 정말. 박선영 씨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구멍이란 뭘까.”





이민호 씨가 알려주는 안전한 애널 섹스


콘돔과 러브젤

“러브젤이 없으면 애널 섹스는아예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해요. 콘돔도 꼭 필요해요.” 막 하다가 쓱 넣으면 쏙 들어가는 거야말로 포르노가 알려주는 잘못된 판타지다. 그 사람들은 프로다.


충분한 시간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자극해야 해요. 급하게 들어가면 정말 아파요. 반대로 천천히 자극하면서 조금씩 넓혀주면 놀랄 정도로 안 아파요.” 키워드는 이거다. 시간과 정성. 


동의와 동의

“아무리 좋다고 해도 상대가 싫다고 하면 안 하는 게 당연한 거예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이에요.” 이성애자라면 더욱 그렇다. 더 편리하고 안전한 기관이 따로 있는 건 사실이니까. 




에스콰이어에서 이런 글도 만듭니다. 섹스 칼럼은 만들 때마다 아슬아슬한 기분입니다. 제가 틀렸거나 읽으시며 불편하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그런 조언이 꼭 필요합니다.


일러스트는 131WATT의 이영이 그립니다. 그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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