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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Nov 10. 2017

야한 거 찾아본 거 아니야?

섹스의 검색어라는 빅데이터 


일 때문에 남의 섹스 이야기를 듣는다. 현실은 상상을 압도하곤 한다. 아무리 대단한 뭔가를 생각하려 해도 남이 무심코 하는 말보다 못하다. 내 머리로는 정액의 맛을 "콧물보다 10배 짠 맛"이라고도, 애액을 "건전지 맛"이라고도 못 표현한다. 그걸 깨달은 후부터 남의 섹스 이야기를 묻는다. 놀라울 정도로 용감하고 솔직한 지인이 몇 있다. 늘 고마워하지만 종종 궁금해진다. 내가 이 사람의 말을 어떻게 믿지? 믿어도 될까? 


이 의심은 합리적이고 유서 깊다. 킨제이 보고서를 만드는 팀의 고민 역시 데이터 입수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수집하는 대답의 진위를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섹스는 내밀하고 취향은 다양하니까 누구나 자기 마음을 숨길 수 있다. 그러다 요즘은 아무도 마음을 숨기지 않는 영역이 생겨났다. 검색어다. 


사람들은 검색할 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체면 차리는 말도 필요 없다. 검색창에는 "저기요" 를 쓸 필요가 없다. 일찍이 이 인간심리의 쓰레기통 혹은 보물창고에 집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보스턴 대학교의 오기 오가스와 사이 가담은 10억 건의 검색결과, 500만 건의 성인 구인광고, 4만개 이상의 성인 웹사이트, 에로 소설 등을 분석해 남녀의 욕망을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들이 쓴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보는 여자>에 제목의 방정맞은 어감과는 달리 진지한 내용이 실려 있다. 남자들은 시각적 포르노를 검색하고 여자들은 픽션을 검색한다. 남자는 시각에, 여자는 이야기에 약하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입증됐다고 책에는 적혀 있다.


검색어의 쓰임새는 성심리 파악보다 훨씬 넓다. 검색어는 디지털화한 속마음이며 인간의 속마음은 아주 귀한 자원이다. 세스 스티븐스-다비도위츠는 올해 나온 <에브리바디 라이즈>에서 이 부분을 파헤쳤다. 그는 유권자의 마음을 분석한 결과를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유권자의 심리와 성적 취향은 속마음을 숨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검색어로는 투표율을 파악할 수 있다. 투표 방법, 투표장, 투표 기간 등을 검색하기 때문이다. 이를 따라가면 지역별 실제 투표율을 예측할 수 있다. 거짓말이 섞일 출구보사보다 훨씬 정확한 계측 방법이다.


나도 블로그를 운영한다. 종종 <에스콰이어>의 섹스 칼럼을 올린다. 블로그를 하면서 개인적 블로그로도 꽤 많은 데이터를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섹스 칼럼을 올리자 못 보던 데이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성적 검색어였다. 내가 올린 섹스 원고가 그물처럼 사람들의 검색어를 잡아낸 결과였다. 블로그에 올라온 한정된 글에 대한 검색어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날것 그대로의 호기심이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내 블로그에 들어온 성적 검색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 올린 게 8월 3일이니까 두 달 조금 넘었다. 나도 그만큼의 데이터를 갖게 됐다.


내 블로그의 검색통계에 따르면 2017년 8월 3일부터 2017년 10월 14일까지 약 110건의 섹스 관련 검색어가 잡혔다. 저 110건 중 딱 1번만 검색된 말도 있고 여러 번 검색된 말도 있다. 예를 들어 '모하비 카섹스'나 '바르는 콘돔'을 검색한 블로그 유입은 1회뿐이었다. 단일 검색어 중 가장 많았던 건 '입으로 해줄때'였다. 이 검색어는 약 3개월동안 16회나 검색됐다. 


도서관 서가에서는 책등의 제목만 훑어봐도 뭔가 짐작이 갈 때가 있다. 내 블로그의 검색어를 보면서도 이것저것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섹스를 잘하는 여자란' '섹스 잘하는 여자' 섹스 좋아하는 여자' 등의 검색어가 복수로 집계됐다. ‘이 여자가 이렇게 잘 하다니 과거가 있는 것 아닐까?’ 라는 막연한 불안 같다. 신기하게도 섹스 못하는 여자에 대한 검색어는 없었다. 섹스를 못하는 여자의 과거는 궁금하지 않은 것도 편협인데. 그녀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의미니까. 섹스 잘 하는 여자나 좋아하는 여자를 만난 건 당신 인생의 복이니 감사히 여기기 바란다. 반면 여자들은 '섹스 못하는 남자'를 검색한 것 같았다. 쯧쯧. 


내 블로그에 김예리 씨를 검색하는 사람이 많다. '솔직한 김예리' '붕맨꿀 김예리' '에스콰이어 김예리' '붕맨꿀' 등. 이 소식을 전하자 김예리 씨는 해외에 진출한 아티스트처럼 만족스러워했다. 김예리 씨는 내게 늘 솔직했을까? "거짓말 한 적 없어요." 김예리 씨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대답했다. 그러면 일어난 일을 말하지 않은 적은? 그녀의 곧은 눈빛이 12시 5분 정도로 미세하게 움직였다. "말 안 한 적은 있죠. '뭐 그런 것까지 굳이(말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김예리 씨도 검색을 해 봤을까? "애널 섹스를 처음 했을 때요. 나는 하나도 안 좋고 아파 죽겠는데 어떻게 해야 여자도 좋아질 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검색을 해봤지. 하지만." 김예리씨는 극적으로 말을 멈췄다.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사랑이 그렇듯 섹스도 글로 배울 수 없구나. 사랑과 섹스는 경험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구나." 붕맨꿀 김예리 선생이 들려주는 인생의 교훈이다.



그리고 생각나는 검색어들


섹스와 일잘하는사람

가장 궁금한 검색어였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걸 검색하셨던 걸까? 일 잘 하는 사람과의 섹스가 좋을 것 같다? 직장 사람과 어쩌다 자게 됐는데 생각해보니 상대가 일을 잘 해서 매력적이었던 걸까? 


만날때마다 모텔

당신도 좋다면 모르겠지만 검색을 했다는 건 이렇게 굴러가는 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뜻을 말하는 게 좋겠다. 머쓱하고 어려워도 할 때는 해야 한다.


섹스가 좋아요

김예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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