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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Dec 27. 2017

정보의 패션화

모노클에 대하여

모노클 숍, 런던, 2016년.


2014년 9월 2일 <모노클>은 '니케이와 모노클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니케이는 1876년 문을 연 아시아 최대급의 미디어 그룹이다. 2014년 현재 국내 54개소, 해외 36개소의 지부를 운영하면서 1300명 이상의 프로페셔널 저널리스트를 두고 있다. 그런 회사가 2007년에 문을 열어 85명의 에디터를 두고 있는 소규모 저널리즘 브랜드에 투자했다. 1994년 손에 총을 맞아서 전쟁 취재를 그만두고 앞날을 고민하던 타일러 브륄레는 딱 20년 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언론사가 자신에게 투자를 할 줄 알았을까. 


종이 인쇄 기반의 매체는 빙하기를 맞은 공룡처럼 멸종하는 중이다. 그 사이에서 모노클은 이상할 정도로 많이 회자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 되니까.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종이 기반 저널리즘이라는 영역에서 (최소한 겉으로는)번창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있던 매체도 없애는 판에 모노클은 니케이로부터 투자까지 받으니까.


모노클이 잘 되는 이유도 간단하다. 간결하고 확실한 수익 모델이 모노클의 가장 근본적인 성공 비결이다. 물론 모노클에는 여러 가지 사업 영역이 있으며 각자 조금씩 영업 영역이 다르다. 모노클은 일반 소비자에게 책을 판다. 광고주에게는 광고 지면을 판다. 광고주급 파트너와 협업해 자체 PB 상품을 만들어 일반 소비자에게 판다. 세계의 몇 거점 도시에서는 카페를 운영한다. 이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의 모든 성공은 한 단어로 묶을 수 있다. 패션화다.  


여기서 말하는 패션화는 특정 영역이 갖고 있던 장르적 특성을 미적 요소로 가져다 변용한 걸 말한다. 요즘 가장 유명한 패션화의 명인은 고샤 루브친스키와 발렌시아가의 뎀나 즈바살리아다. 그들은 하나도 안 패셔너블하게 여겨지던 걸 깔끔하게 다듬어서 새로운 시대의 미(美)로 탈바꿈시켰다. 고샤와 뎀나 덕분에 90년대 특유의 산만한 패션 브랜드 로고나 눈빛이 나간 동유럽 소년들의 훌리건 룩이 패션의 일부가 되었다. 이들이 득세하기 약 10년 전인 2007년 <모노클>은 이미 일상 소재를 재료로 패션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모노클은 뉴스와 정보를 패션화시켰다. 쓸모도 있고 아름다움도 있으나 아무도 미적 요소를 뽑아내지 않았던 것에서 미를 뽑아내 상품화시켰다. 이 개념을 이해해야 모노클의 성공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타일러 브륄레는 모노클의 대외 이미지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모노클을 축구팀이라고 치면 타일러 브륄레는 구단주 겸 단장 겸 감독 겸 대변인 겸 에이스 겸 에이스의 대변인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그는 1994년 총상을 입고 런던으로 돌아와서 <월페이퍼>를 만들었다. 시사 취재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온 사람이 인테리어잡지를 만들었다는 건 <모노클>의 미래를 예언하는 듯하다. <월페이퍼>에서 증명했듯 타일러 브륄레에게는 그럴싸한 것을 더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는 재능이 있었다. 동시에 전장 취재를 통해 시사 경험을 쌓았다. 시사정보를 패션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법한 환경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둘을 묶으려 시도했다는 것이 타일러 브륄레의 아주 중요한 장점이다. 


타일러 브륄레는 <월페이퍼>로 1년만에 큰 돈을 벌었다. 1996년 창간한 <월페이퍼>는 1년만에 230만달러에 타임워너에 팔렸다. 타일러 브륄레는 2002년까지 <월페이퍼> 편집장으로 일하다 그만뒀다. <모노클>은 2007년에 창간했으니 그 사이에는 5년의 시차가 있었다. 그동안 타일러 브륄레는 '윙크 미디어'를 만들었다. 기획, 디자인, 편집 업무의 전문가가 모여 일하는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였다. 이때 타일러의 윙크리에이티브는 아디다스, BMW, 노키아 등의 대형 광고주와 일하면서 안면을 쌓았다. 지금까지 운영되는 윙크리에이티브의 전신이다. 


타일러 브륄레의 행적을 한번만 더 복기해 보자. 타일러 브륄레는 <월페이퍼>라는 매체를 만들었다. 그 매체를 하나의 브랜드 수준으로 만든 후에 팔았다. 어떤 매체가 가진 브랜드로의 가치를 알았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에 타일러는 수익이 발생하는 클라이언트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이 경우의 '클라이언트 비즈니스'는 광의의 광고 제작이다. 즉 타일러의 회사는 저널을 만들기 전에 광고를 만드는 법을 먼저 익힌 회사다. 덕분에 모노클은 매체의 초반에 가장 필요한 대형 광고주를 처음부터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초반의 광고 매출이 아니라 광고 제작이라는 경험 자체다. 


광고 제작 경력이야말로 모노클의 원천기술이다. 상품으로의 정보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데 판매 방법은 어렵고 수익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광고만 있는 카탈로그를 보지 않는다. 카탈로그에 들어 있는 광고를 보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보는 필요하다. 광고영업과 제작 기술을 확보했다면 그 다음 행보는 명확하다. 뉴스라는 정보를 만드는 것. 잘 만든 광고와 기사를 합치면 매체가 된다. 기존 매체와 모노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서 온다. 자체적으로 광고를 만들 수 있는 잡지사라는 것. 그리고 해당 매체의 색에 가장 잘 맞는 광고회사가 매체사와 같은 회사라는 것.  


그러니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윙크리에이티브와 모노클은 단순한 시너지 수준이 아니다. 둘은 아예 하나로만 있을 수가 없다. 윙크리에이티브는 광고 제작 대행사이기 이전에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다. 윙크리에이티브 본사 홈페이지에도 '디 에이전시'라는 말이 가장 먼저 쓰여 있다. '기획자, 편집자, 카피라이터, 아트 디렉터, 디자이너, 아트 바이어, 회계사가 모인 60개의 팀'이라는 말이 따라온다. 


윙크리에이티브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 팀이 만든 훌륭한 기획물을 볼 수 있다. 를레 앤드 샤토, 윔블던, 에어 캐나다, 렉서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윙크리에이티브의 손을 거친 브랜드 북을 만들었다.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면 정확히 잘 봤다. 윙크리에이티브의 결과물은 <모노클>과 비슷한 디자인 큐를 공유하고 있다. 거기 더해 <모노클>의 애독자라면 윙크리에이티브 고객사가 <모노클>의 기사 혹은 별책으로 나왔던 경우도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에이전시 비즈니스는 아무리 잘 해도 기본적으로 누가 불러주지 않는다면 결과물을 만들 수 없다. 누군가 불러준다 해도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니 에이전시의 의도를 100% 드러낼 수는 없다. 만약 매체를 만든다면 크리에티브 에이전시에 소속된 각종 전문가들이 계속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다. '모노클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모노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컨셉트 모델하우스라고 볼 수도 있다. 사무소의 각 인력이 '우리는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구현한 모델하우스. 모델하우스를 만들다 보면 실제로 분양을 받거나 그 모델하우스에 기반해 자기 건물을 만들고 싶을 클라이언트가 나타난다. <모노클>과 광고주의 관계가 그렇게 만들어진다. <모노클>은 물론 수익을 위한 매체겠지만 그 자체로 모노클/윙크리에이티브가 진행하는 R&D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진지한 저널리즘이라는 방법론으로 광고주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이다. 


윙크리에이티브의 에디토리얼 모델하우스인 잡지 <모노클>은 2007년 창간했다. 타일러 브륄레의 경험과 가설이 멋지게 성공한 순간이었다. 타일러 브륄레가 윙크리에이티브로 맺은 브랜드와의 관계 덕분에 모노클은 창간호부터 전혀 할인하지 않고 광고를 판매할 수 있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잡지는 창간호 광고를 서비스로 받아온다. 할인은커녕 무료로 받아오는 광고라는 이야기다. 그에 비하면 모노클의 성공은 정말 대단하다.

  

엄밀히 말해 모노클의 성공은 저널리즘 모델의 성공이 아니다. 물론 어떤 사안에 대한 저널리즘적 접근법은 모노클 브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노클>이 늘 뉴스 밸류와 진지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모노클>은 자신들이 제작하고 재가공하는 정보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돈을 벌지 않는다. 그러니 저널리즘을 <모노클>의 수익 모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모노클>은 수익모델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티켓이라고 봐야 한다. 티켓의 이름은 상품화된 정보다. 그 티켓을 잘 만들면 광고주라는 수익모델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타일러 브륄레를 비롯한 <모노클> 팀은 이 사실을 깨달았다.

 

기본적으로 저널리즘 비즈니스에는 담보대출같은 측면이 있다. 좋은 기사를 만들면 양질의 독자가 확보된다. 자기 매체에 붙어 있는 양질의 독자를 광고주에게 증명할 수 있다면 광고주에게 광고 지면을 판매할 수 있다. 지금은 종이뿐 아니라 인터넷에도 매체가 많기 때문에 독자의 양보다 질이 중요한 업계가 있다. 아무나 살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걸 파는 사치품 업계가 대표적이다. 이런 업계의 광고주들은 단순한 예상 독자수보다는 독자 개개인의 자세한 정보가 더 중요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매체 플랫폼이 점차 자세한 독자/시청자/청취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TV의 타겟 시청률이다. 


모노클은 그 부분에서도 월등하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정기구독자가 있다. <모노클>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모노클의 유료 정기구독자는 18만 명에 달한다. 코카 콜라나 비자카드같은 다국적 초대형 회사에게는 아무 수치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만약 1년에 시계를 20만 개 정도만 만드는 소규모 럭셔리 브랜드가 있다면 <모노클>처럼 좋은 매체도 없다. 


<모노클>처럼 독자의 질과 니치 마케팅으로 승부한다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최신기술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압도적인 분량의 매스 데이터와 그를 해석하는 AI 알고리즘 기술은 첨단기술이므로 운용할 때 돈이 많이 든다. 얼마가 들지 계산이 되지도 않는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이용한 마케팅과 콘텐츠 유통 방법도 마찬가지다. 증명된 수익 모델이 없으므로 신약 개발 실험처럼 계속 변인을 달리하면서 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 <모노클>은 안정된 수익 모델을 구축한 덕에 단위를 가늠할 수 없는 금전적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 


종이 잡지처럼 최신 유행은 아니어도 검증된 수익 모델을 쓴다. 규모로는 작지만 쓰는 돈이 많고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을 확보한다. 이 두 비결 덕분에 모노클은 종이라는 지난 시대의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도 살아남았다. 철지난 플랫폼이 생존하는 방법 중 지금까지 검증된 건 하나뿐이다. 사치품화다. LP와 기계식 시계와 만년필과 고서 시장의 공통점 역시 <모노클>의 성공 비결과 같다. 지난 세대에서 검증된 수익 모델, 물리적 규모는 작지만 1인당 매출은 높고 충성스럽기까지 한 고객층 확보. 모노클은 뉴스라는 콘텐츠를 패션화한 동시에 종이 잡지라는 플랫폼은 사치품화했다. 


사치품화라는 면에서도 모노클은 굉장히 훌륭하다. 타일러 브륄레는 각종 인터뷰에서 "종이 잡지를 읽지 않는다면 당신이 뭘 보는지 남이 알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내 좋은 물건을 통해 상대방에게 나의 장점을 알리는 것 역시 사치품 장신구의 주된 특징이다. <모노클>적 접근법을 거치면 한 권에 10파운드를 받는 책도 충분히 사치품이 될 수 있다. 사치품은 가격이 아니라 개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기 더해 <모노클>은 자체 PB 상품까지 사치품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모노클 숍'이라는 수익 모델이 좋은 예다. <모노클>의 눈으로 브랜드와 물건을 고르고 거기에 살짝 <모노클>의 색을 입힌다. 포터의 가방에 모노클 특유의 카키색 톤을 쓰는 식으로. 거기 더해 모노클에는 패션 화보도 있다. 사치품화에 성공한 자사의 PB 상품을 이용해 또 화보를 찍는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확대 재생산된다. 


하지만 사치품 산업은 한계에 부딪힌다. 지금은 루이 비통같은 업계의 거물이 슈프림같은 저잣거리 출신 브랜드와 협업하는 2017년이다. 슈프림의 혈통이 거리인 게 문제가 아니라 쿨한 이미지가 브랜드 내부에서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슈프림과의 협업은 쿨한 이미지 아웃소싱이다. 대표적인 사치품업계인 패션 업계의 선두주자인 루이비통이 스스로 뭔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노클>의 능력은 더욱 돋보이고 값비싸질 것이다. 모노클의 손을 거치면 뭐든 패션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가치와 가격을 아는 <모노클>은 이미 마이다스의 손과 같은 그 감각 자체를 판매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협력이 모노클과 각국 정부와의 협업이다. 모노클은 포르투갈, 홍콩, 태국 정부 등과 함께 각국의 소책자를 만든 적이 있다. 재미있는 요소는 있으나 그 재미 요소를 패션화할 인력이 부족한 국가에 들어가 그 국가의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국가 이미지도 만드는데 광고주 이미지라고 못 만들 게 없다. 모노클은 광고주와의 관계도 남다르다. 모노클은 광고주를 가려 뽑는 걸로 유명하다. 모노클이라는 저널리즘 상품에서는 광고 역시 잡지 완성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모노클의 광고주로 '선정'되면 모노클이 제안하는 다양한 광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모노클과 광고주들은 갑을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조인트벤처같은 형식을 띤다. 보통 광고주와 매체가 서로의 우위를 주장하면서 싸우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다.

 

모노클-광고주의 조인트벤처가 반복되면서 또 하나의 특이한 현상이 아타난다. 작은 사치품 브랜드와 모노클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모노클 x 스몰 럭셔리 브랜드라는 일종의 협동조합같은 게 모노클 안에 생긴다. 대표적인 경우가 벨기에의 델보나 캐나다의 로트만 비즈니스 스쿨이다. <모노클>은 모노클 별주 델보 가방을 만들고 로트만 비즈니스 스쿨과 함께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모노클 숍'은 그 협동조합의 판매 매장과도 같다. 모노클 x 델보 가방, 모노클 x 바레나 블레이저, 모노클 x 리모와 여행가방. 광고주와 매체사가 함께 쌓아온 브랜드 사이의 신뢰가 있으니 만들어질 수 있는 모델이다. 


정보를 패션화하는 모노클의 원천기술은 당분간 공고할 것이다. 심지어 언젠가 모노클보다 더 잘하는 곳이 나와도 모노클을 99%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모노클이 시장을 선점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단 패션화가 된 영역은 한 줄로 세울 수 없다. '모노클보다 더' 잘하는 곳이 나올 수는 있어도 '모노클처럼' 잘 하는 곳은 나오지 못한다. 패션화의 영역에서 표절은 치명적인 감점 요소다. 우열이 아니라 정체성 자체로 평가받는 것이 패션화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모노클은 정체성 자체를 갖는 데에 성공했다. 한번 만들어진 정체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모노클이 앞으로도 잘 될 거라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 <모노클>의 미래에도 명암은 있다. 우선 이들의 성공은 확실하다. 매체 <모노클>을 통해서 국제적인 규모의 독자군을 구축했다. 진짜 현금매출을 가져다줄 수 있는 광고주 그룹도 구축했다. 거기 더해 세계적이라는 이미지를 만든 덕분에 모노클은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다. 다만 종이 시장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모노클>의 시각 콘텐츠는 종이로만 유통된다. 인터넷 홈페이지가 있으나 <모노클>의 웹 기사는 정기구독자만 볼 수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퍼뜨리려면 시각 말고 다른 감각으로 전해지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모노클의 광고 비용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모노클이 1000만부를 인쇄해서 유통하는 잡지가 될 순 없다. 그건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100만장 팔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널리즘 산업에서 <모노클>의 미래는 어디 있을까.


요즘 너도나도 하는 동영상은 <모노클>에게 적합한 미디어가 아니다. 모노클은 지금까지 콘텐츠와 플랫폼을 수직통합하면서 일관적으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 후 거기서 수익을 만들어냈다. 동영상은 그게 안 된다. 현대의 동영상은 유튜브나 한국의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다. 모노클이 구현해 온 콘텐츠 제작-유통의 수직통합을 이룰 수 없다. 그렇다고 자체 동영상 플랫폼을 운영하면 너무 덩치가 커진다. 동영상은 콘텐츠 제작비도 다르다. 지면이라는 정지화면에 비하면 영상은 자본, 장비, 인력 규모가 모두 달라진다.

 

대신 지금의 <모노클>에는 라디오가 있다. 모노클 홈페이지에서, 혹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서 모노클 24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모노클 24 라디오는 모노클의 지면 콘텐츠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노클의 관점이 들어간 이슈를 음성으로 전해준다. 때에 따라 그 콘텐츠와 잘 맞는 광고주가 붙는다. 광고주의 존재감은 각 프로그램의 배너를 통해 확실히 표시된다. 터키 항공과 함께 하는 여행 프로그램이나 그룬딕과 함께 하는 라이브 음악 세션 등 처음부터 광고사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청취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꾸려진다. 그 사이로 모노클의 시선을 보여주는 인터뷰, 음식, 지면 기사 요약 등의 모노클 콘텐츠가 꾸려진다. 저널리즘적 콘텐츠를 통해 광고주에게 어필하고, 광고성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유료 독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모노클식 저널리즘의 방향과 균형감각은 라디오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저널리즘 비즈니스에서 <모노클>의 미래는 라디오에 달려 있다. 라디오라는 음성 콘텐츠는 <모노클> 브랜드에게 여러 모로 적당한 신규 사업이다. 영상에 비하면 제작비가 적다. 24시간 제공할 수 있다. 다른 채널을 통하지 않고 모노클 홈페이지와 앱으로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거기 더해 <모노클> 잡지를 통해 만들어 둔 <모노클>풍 시선이 있다. 자신의 특징을 24시간동안 노출할 수 있다면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그에 기반한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모노클은 라디오라는 또 하나의 철지난 미디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종이 잡지에 이어서 한번 더 죽었다고 여겨졌던 미디어에서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철지난 미디어를 패션화하는 건 타일러 브륄레와 모노클 팀의 특기니까. 그것만은 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 하니까.


온라인 미디어 <스키프트> CEO 라파트 알리는 <모노클>의 성공 비결을 깔끔하게 설명했다. '스타일리시하고, 흥미롭고, 아주 읽기 쉽다' 모노클/윙크리에이티브에서 출발하는 모든 콘텐츠에 적용될 수 있는 설명이다. <모노클>의 근본적인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왼손에 총을 맞은 프리랜서 에디터의 모험이 세계에 둘도 없는 니치 럭셔리 미디어라는 귀결로 흘러가고 있다.



매거진 B  모노클 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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