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롤렉스 스카이드웰러
‘놀면 뭐하니’ 예고편에 나온 비 씨의 시계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 시계는 롤렉스 스카이드웰러 옐로 골드다. 특유의 광택감과 케이스 모양이 롤렉스다. 시계의 6시 방향에 보이는 흰색 원을 보니 스카이드웰러다. 저건 스카이드웰러의 특징이 함축된 시각적/기능적 디테일이다. ‘롤렉스’ ‘스카이드웰러’ ‘옐로 골드’ 가 모두 내게 ‘깡’과 ‘비’ 자체였다.
‘YEAH 다시 돌아왔지 내 이름 레인 스웩을 뽐내 WHOO’가 ‘깡’ 첫 가사다. ‘스웩을 뽐내 WHOO’하기에 롤렉스 스카이드웰러 옐로 골드처럼 좋은 시계는 많지 않다. 롤렉스 스카이드웰러 옐로 골드는 브레이슬릿(줄)까지 18k 옐로 골드, 흔히 말하는 ‘통금’이다.
로즈 골드나 핑크 골드 등 각종 귀금속 회사에서 금 기반 합금을 만들수록 옐로 골드의 위상만 높아질 뿐이다. 옐로 골드는 우래옥의 순면처럼 덜 세련되고 묘하게 촌스러워도 그게 다 뭔가 싶어지는 위엄이 있다.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는 그 순간에 옐로 골드 같은 걸 차고 있으면 아주 볼만할 것이다.
옐로 골드 시계의 진정한 ‘부티’와 만족감은 번쩍이는 누런색이 아니라 무게감에서 온다. 금속에 따라 비중이 다르다는 과학적 사실을 고가 시계계에서는 무게로 느낄 수 있다. 쇠 시계, 콤비 시계, 금 시계 중 금 시계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들어 보거나 감아 보면 ‘오…’싶어진다. 거기 더해 시계줄까지 금이라면 그냥 뭐 후배들 바빠지는 거다.
저 시계의 무게는 250g에 육박한다. 비 씨의 자택으로 알려진 청담동 근처라면 삼겹살 2인분에 육박하는 무게다(우리 동네에선 1인분이지만). 스카이드웰러 옐로 골드를 찬다면 그 무게를 팔목에 감고 있는 셈이다. 손목에 250g을 감고 춤을 추려면 아무래도 신경 쓰이겠지. 옐로 골드는 비중이 높은 동시에 경도가 약하니 머리에 총 쏘면서 눕는 춤 같은 걸 하면 바로 긁힐 지도 모른다. 실제로 비는 댄스 장면에서는 시계를 안 찼다.
스카이드웰러가 무거운 데에는 기능도 한몫 한다. 스카이드웰러는 롤렉스 시계 중 구조적으로 가장 복잡하다. 손목시계가 구조적으로 복잡해지면 ‘컴플리케이션’이라고 부른다. 보통 ‘애뉴얼 캘린더’라는 기능부터 컴플리케이션이라고 인정한다. 예를 들어 4월은 30일까지고 5월은 31일까지다. 보통 날짜 표시 기능이 있는 시계는 4월 30일이 지나고 5월 1일이 되면 ‘31’로 넘어간다. 월이라는 변수를 반영해 ‘5월 1일’로 넘기는 시계가 ‘애뉴얼 캘린더’다. 요즘 세상에 이런 걸 왜 만드냐고? 그럼 ‘깡’은 왜 나왔겠나?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스카이드웰러가 처음 나왔을 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롤렉스는 컴플리케이션을 만들지 않고 철저히 실용 시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여기서의 ‘실용 시계’란 보통 쓰는 ‘실용’과 조금 다른 의미지만 이건 따로 말할 만큼 긴 이야기다). 스카이드웰러 역시 시계의 정확성을 증명하는 COSC의 인증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비가 롤렉스 스카이드웰러를 찼을 경우 ‘깡’ 후렴구처럼 ‘시간이 멈추길 기도’해도 소용없다. 스카이드웰러 무브먼트인 칼리버 9001은 파워 리저브가 72시간에 달한다. 태엽이 다 감겼다면 72시간동안 움직인다는 뜻이다. 공연을 하는 동안 시계를 벗었다 끝나고 ‘불 꺼진 무대 위에 홀로 남아서 떠나간 그대를 떠올려’도 여전히 롤렉스의 초침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바늘에 야광 처리도 되었으니 불이 꺼져도 잘 보일 거고.
스카이드웰러의 핵심 기능은 두 개의 시간대 표시다. 시계 시침과 아래쪽의 원형 부분이 각자 다른 시간을 보여준다. ‘이 몸이 꽤 많이 바빠 섭외 받아 전세계 왔다 갔다 팬들이 하늘을 날아 WHOO’ 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시계다.
말하자면 좀 긴 이유로 나는 2017년 12월 1일부터 비 씨에게 호감에 가까운 관심을 갖고 있다. 2017년 12월 1일은 ‘깡’ 뮤직비디오가 나온 날이다. 놀면 뭐하니에 ‘재등장과 동시 완전 물 만나’길 바란다. 나는 집에 TV가 없어서 못 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