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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May 18. 2020

김종인의 랑에 운트 죄네-01

한국 정치인의 손목에 감긴 어느 독일 시계 이야기

2020년 4월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 인터뷰 사진. 김 위원장은 당적과 포지션에 따라 타이 색이 달라진다. 세심해...


2020년 4월 김종인 (당시)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온 신문 뉴스를 보다가 김 위원장의 시계에 눈이 갔다. 시계 담당 에디터를 몇 년 한 적이 있다 보니 직업병처럼 남의 손목에 눈길이 갈 때가 있다. 김 위원장의 시계는 시계를 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만한 물건이었다.


김 위원장이 찬 시계는 A. 랑에 운트 죄네의 랑에 1이다. 김 위원장이 그냥 파텍 필립 같은 거나 차고 있었다면 '아이고 부유하시군'하고 말 텐데, 하필 A. 랑에 운트 죄네의 랑에 1을 차고 계셔서 조금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필 저 시계를?


찾아보니 해당 시계는 이미 2016년 한번 쟁점이 된 적이 있다. 국민일보에서 '검색해보니 4천만원 이상'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하셨다.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이후 직함이 많이 바뀐다)는 이렇게 해명했다고 한다.



"절친한 독일인 의사인 친구에게 1996년에 선물을 받아서 20년 이상 차고 다닌 시계. 독일 브랜드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었고,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고가는 아니었다"


A. 랑에 운트 죄네는 독일 회사 맞다. 1996년에 선물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얼추 맞을 것 같다. 랑에 1은 그때쯤 처음 출시됐으니까. 김 위원장의 이야기가 맞다면 이건 랑에 1 중에서도 초기형에 속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시계 소재는 플래티넘일 것이다. 화이트 골드와 플래티넘은 사진으로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지만 정황을 보면 이 시계는 플래티넘일 가능성이 높다. 랑에 1 화이트 골드 버전은 플래티넘보다 나중에 나왔다. 핸즈(시침, 초침) 부분에는 야광 처리가 되어 있어서 플래티넘 버전과 구별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1996년에 시계를 얻었다면 더더욱 플래티넘일 것이다.


랑에 1은 1994년에 처음 출시되었다. 보통 고가 시계는 옐로 골드와 플래티넘 버전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나오거나 함께 나온다. 랑에 1은도 옐로 골드와 플래티넘 버전이 함께 나왔다. 당시 가격 표기 단위는 DM, 이제는 아련한 도이치 마르크다. 이 역사적인 시계가 공식 출시된 날은 1994년 10월 25일이다. 랑에 1 공식 프로모션 이미지의 날짜 창에 25가 쓰여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의 시계가 하필 랑에 1인 걸 보고 좀 얄궃다고 생각했다. 오데마 피게 같은 거나 차고 계셨다면 '하이고 할아버지 돈 많군요' 하고 말았을 것이다. 랑에 1은 '노련한 노 정치인의 고가 시계'라는 가십으로 끝내기에는 조금 더 할 말이 많은 시계다. A. 랑에 운트 죄네 역시 한국처럼 냉전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지만...


적다 보니 말이 너무 길어졌다. 궁금하신 분 있으면 내일 이어 올리겠습니다.


+ 시계가 스테인리스 스틸일 수는 없을까? 라는 질문을 하실 수도 있겠다. 랑에 1의 스테인리스스틸 버전은 전 세계에 한 개 뿐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그걸 찼다면 그거야말로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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