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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Oct 10. 2020

아메리칸 럭셔리 테슬라

가 될 수 있을까?


테슬라는 지금 자동차 업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비싼 회사다. 로켓을 띄운 회사다. 광기의 경영자 엘론 머스크의 회사다. 이 글에서의 테슬라는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묻고픈 건 이거다. 테슬라는 최초의 진정한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가 될까? 


되묻고 싶을 수 있다. 아메리칸 럭셔리 많은데? 랄프 로렌은? 톰 포드는? 캐딜락은? 에이, 우리 솔직해지자. 아메리칸 럭셔리라는 질문에 저런 답을 할 수 있다면 이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다. 저 브랜드 위에 있는 유러피안 럭셔리 브랜드를. 에르메스와 랄프 로렌? 브리오니 앞의 톰 포드? 어딘가 경박하지? 캐딜락과 메르세데스 벤츠? 말해 뭐해. 


아메리칸 럭셔리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다만 이 브랜드들에게는 럭셔리 중에서도 최상위권 카테고리의 필수품이 빠져 있다. 그 필수품은 개념 선점이다. 예를 들어 샤넬은 근대 여성의 실루엣이라는 개념을 선점하고 값비싸게 재생산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급차라는 개념을 선점하고 꾸준히 미세 조정했다. 그것이 현대의 샤넬 트위드 재킷과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다. 시간을 들여 품질과 이미지를 관리했고, 본사 차원에서 미래 가치까지 신경쓰는, 아주 예민한 상품이다. 


자동차는 보통 럭셔리 브랜드보다 더 복잡한 숙제가 있다. 공학적 우위다. 메르세데스의 삼각 별은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 슈트트가르트의 엔지니어들이 발명하고 유지한 고급스러운 주행 질감의 상징. BMW보다 품위있고 아우디보다 농후하고 렉서스보다 원초적인, 비교 불가한 주행 질감 말이다. 그 모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질감이야말로 메르세데스의 공학적 성취다. E클래스의 주행 질감은 세대가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질감을 형성하는 기술이 달라질 뿐이니까. 고급스러운 느낌의 표준을 만든 메르세데스를 다른 회사가 추월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자동차의 동력원이 바뀌며 지난 100년동안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달리는 컴퓨터에 가까운 전기차가 시장의 총아가 된 것이다. '전기차의 고급스러운 느낌'에서 새로운 표준이 나온다면 '럭셔리 전기차'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점할 수 있다. 그 분야에서는 테슬라가 맨 앞에 있다.


테슬라의 미래를 확신할 순 없다. 전기차 업계는 여전히 발전하는 중이고, 테슬라는 유럽인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자동차에 접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리스크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그건 100년 전의 내연기관 자동차도 같았다. 그러니 적어도 지금은 테슬라가 전기차 업계 전체의 게임 체인저다. 그래서 나는 테슬라가 자동차 산업을 넘어 21세기 럭셔리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면 비슷한 이유로 현대 제네시스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GQ 코리아 10월호에 보낸 원고입니다. '브랜드계의 게임 체인저가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수록된 글은 페이지 사정상 분량이 조금 줄었습니다. 분량이 줄기 전의 글을 여기 올려 둡니다. 테슬라의 미래를 누가 알겠습니까마는 저런 실내 사진을 보면 확실히 미래의 물건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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