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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r 16. 2023

학부형, 학부모, 부모, 보호자

학부모에 대한 혐오와 편견

최근 학부모 총회, 학부모 상담주간 등으로 학부모들이 학교에 갈 일이 많다. 그런데 학교에 온 학부모를 종종 학부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사실 학부형은 학생의 보호자가 아버지와 형이라는 뜻이다. 옛날에 집안일은 어머니가 하고 자식의 학교 방문 등 바깥일은 아버지나 형이 챙겼기 때문에 학부형이란 말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학부형이란 단어에는 어머니의 존재는 없다. 어머니는 학생의 보호자 역할에서 배제되었던 것이다.


시대가 많이 지나고 문화가 바뀌었음에도 아직도 학교에선 학부형이란 말을 많이 쓴다. 학교에 오는 학부모들의 대다수는 어머니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그 뜻을 모르고 어머니들도 많이 쓴다. 과거부터 써 온 말이니 학부모보다는 학부형이란 말이 익숙해졌고, 선생님들이 쓰니 따라 쓰게 된다. 그러나 학부형이란 말은 학교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어머니를 배제하는 말이니 현실과도 완전히 괴리된 말이다.


그런데 학부모란 말도 차별적 인식이 담겨 있다는 반론이 있다. 사실 학생과 함께 생활하거나 보호하는 것이  꼭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실질적 보호자가 조부, 조모이거나 친척일 수도 있고, 기관장일 수도 있다. 한부모 가정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학부모'란 표현이 위화감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학부모란 말 자체도 학교 현장에서는 때에 따라서 가려 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학부형이라는 말은 아예 쓰지 말자. 학부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단어여야 한다. 부모, 학부모 또는 보호자로 쓰도록 하자.


특정한 시대와 문화를 반영해 온 단어들은 그것이 더는 효용이 없고 현재의 인권의식과 괴리가 있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부형이 그런 단어이고 학부모도 곧 그런 단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모두가 합의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는 나서서 바꾸자고 외쳐야 하고, 누군가는 작게라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편 학부모란 말을 들으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드라마나 시사프로 등에서 학부모는 자녀를 공부라는 굴레를 씌우고 학대하는 극성 부모 이미지다. 드라마 속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성공에 대한 대리 만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를 몰아세우는 악역으로 묘사된다. 맘충이나 헬리콥터 맘, 돼지엄마 등 혐오적 표현은 일부 문제 학부모들에 대한 비난에서 시작되었지만 어느 순간 전체 학부모를 대상화하는 표현으로 확대되었다.


학부모를 나쁜 이미지로 만든 건 일부 학부모들의 행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육당국과 언론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예전 '부모 vs학부모'라는 공익광고에서 학부모는 부모에 대비되는 악역이었다. 그 이후로 학부모는 항상 죄인이었다. EBS를 봐도 학부모는 항상 솔루션이 많이 필요한 문제적 부모다. 물론 학부모 개개인을 볼 때 그런 문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학부모 전체를 매도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마치 교사 개개인의 잘못을 근거로 교사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이 말이다.


현실 속 대다수 학부모는 억울하다. 드라마 속 학부모처럼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학부모도 많다.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소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한다. 생각해 보자. 학부모는 학생인 자녀를 둔 '부모'다. 그것이 전부다. 그래서 부모와 학부모가 분리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부모는 한없이 선한 역할이고 학부모는 악역이어야 하는가. 어떤 학부모는 자신이 학부모인 사실을 자책하고 현실 존재로서의 학부모가 아닌 척하려고 한다. 아이에 대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은 학부모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고 아끼는 마음은 부모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부모는 누구나 자녀를 키울 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는다. 때로는 이러한 감정이 자녀에게 이중적인 메시지로 전달되어 자녀와의 갈등이 깊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학부모이자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온전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학부모이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교육당국과 학교도 학부모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부추기는 규정짓기를 중단해야 한다. 학부모 개개인에게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하지만, 그 문제를 학부모 전체의 책임으로 환원시켜서는 곤란하다. 또한 학부모에 대한 편견에 근거해 교육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는 학부모 공론의 장을 막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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