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회복 책임과 협조만 강조되는 '학부모'
학부모 교육 참여도 함께 존중받는 공동체 문화가 필요하다
법률 개정으로 교권이 회복될까
최근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입법화되었다. 교육 4 법을 개정해 교권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교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9월 21일 국회에서 개정된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교육기본법]에 ①교원 대상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 ②학부모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③보호자 권리와 책임 간의 균형을 위한 의무 부여, ④피해 교원의 확실한 보호 및 가해학생 조치 강화, ⑤정부 책무성 및 행정지원체제 강화, ⑥유아생활지도 권한 명시 등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발표했다.
그 개정 내용 중 학부모와 관련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는 학부모가 교육활동 침해활동을 할 경우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심리치료"를 조치하고, 미이수시 3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 초중등교육법] 및 [유아교육법]에는 보호자에 의한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교원의 정당한 지도에 대한 존중 및 지원,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호자의 적극 협력 등을 규정으로 신설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육기본법]에는 부모 등 보호자가 교원과 학교가 전문적인 판단으로 학생을 교육, 지도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존중할 의무를 규정으로 신설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법이 학교 현장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제정하였다. 그중에서 제3조와 제10조가 눈에 띈다.
제3조(교육 3 주체의 책무) ① 학생, 학교의 장과 교원, 학부모 등 보호자(이하 "보호자"라 한다)는 상호 간에 권리를 존중하고 타인의 권리를 부정하거나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② 학생은 학칙을 준수하고 학교의 장과 교원의 생활지도를 존중하며 따라야 한다.
③ 학교의 장과 교원은 생활지도를 통해 학생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고 학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④ 학교의 장은 학생 및 보호자와 교원 간의 상호 소통 증진을 위하여 노력하며, 교원의 원활한 생활지도를 위하여 시설, 인력 등 제반 여건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⑤ 보호자는 학교의 장과 교원의 전문적인 판단과 생활지도를 존중해야 하며, 학생이 학칙을 준수하도록 지도하여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협력해야 한다.
제10조(상담) ① 학교의 장과 교원, 학생 또는 보호자는 학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인 분석, 대안 모색 등이 필요한 경우 누구든지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② 상담은 수업시간 외의 시간을 활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진로 전담교사 또는 전문상담교사에 의한 상담, 학교의 장과 보호자 간의 상담 등은 예외로 한다.
③ 상담의 내용은 해당 학생 또는 보호자 외의 제삼자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 다만,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④ 학교의 장과 교원, 보호자는 상호 간에 상담을 요청할 수 있고, 상대방의 요청이 있는 경우 명백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한다.
⑤ 제4항에 따른 상담의 일시 및 방법 등은 학교의 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⑥ 제4항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장과 교원은 다음 각 호의 상담을 거부할 수 있다.
1. 사전에 목적, 일시, 방법 등이 합의되지 않은 상담
2. 직무범위를 넘어선 상담
3. 근무 시간 외의 상담
⑦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 또는 보호자의 폭언, 협박, 폭행 등의 사유로 상담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상담을 즉시 중단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과 교원은 교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주변 학생에게 신고를 요청할 수 있다.
- [교육부 보도자료,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해설서, 2023. 9. 27.] 참고 -
이번 법 개정은 지금까지 학교 현장에서 진행되어 온 교사의 학생생활지도에 대해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일부 조항은 여전히 추상적인 데다가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학교에 맡기고 있어 실제 운영 과정에서 학교장이나 교사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법 개정으로 교권침해에 대한 학교나 교사의 대응이 강화되면 오히려 아동복지법을 위반할 개연성이 높아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그래서 교사들은 아동복지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청소년단체와 인권단체들은 수업 중 휴대폰 금지, 소지품 검사, 수업 분리 조치 등이 엄격한 근거나 절차에 대한 보완 대책 없이 교사나 학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실행될 수 있어 학생인권을 제약하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아동복지법을 개정한다 하더라도 일부 학부모의 고발과 소송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므로 아동복지법 개정의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절차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일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 간 일상적 소통 원칙 안내와 합의, 교사를 지원하는 체계적인 상담시스템과 전문인력의 충원, 악성 민원에 대한 학교 관리자의 적극적 개입, 교사에 대한 상시적인 법적 지원과 보호 등 지금까지 나온 요구들을 수용할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말이다.
교권회복에 함께 동참을 이끌어내기보다 학부모의 정당한 학교참여를 막기 위한 핑계로 활용되지 않길 바란다
한편 이번 법 개정에서는 갑질 학부모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학부모 전체에 대한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교권침해를 예방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런 법률이 언제 개정되었는지, 그리고 규정이 실제로 학교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법률이 어떻게 운영되던지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학교와 교사와 연락하고 소통할 것이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이런 학부모들의 현실 인식에 대해 학부모 교육과 홍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학부모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학부모는 매우 제한적이다.
또 오랜 세월 경험으로 체득한 교육관과 형성된 문화가 한두 번의 교육으로 개선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런 류의 학부모 교육은 문제제기에 대한 면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번 법 개정에 따라 다른 의미에서 학교 분위기의 변화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교육정책에 관심이 많고 학교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은 정부의 일부 대책에 대해선 그 현실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다. 학부모들은 이번 법 개정이 교권회복보다는 학부모의 정당한 학교 참여를 막는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 최근 교권 이슈를 빌미로 학부모들의 정당한 의견 개진이나 활동조차 막으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조금씩 회복되고 있던 학부모회 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일부 학교의 조치들은 오히려 교권 회복에 앞장서 함께 협력하려는 다수의 학부모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학교 구성원 간 상호존중과 협력적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
학교교육에 대한 존중과 협력은 지금까지 학부모들의 학교참여 활동의 주요 가치였다. 학교참여 활동에 적극적인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학교교육에 대한 존중과 협력에 기반하여 활동한다.
또한 존중과 협력에 반하는 일부 학부모의 갑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집단적인 반대의사를 표하고 교권 회복의 파트너로서의 학부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선생님들의 집단 연가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발생한 학교 수업 공백을 채우고 일부 학부모의 불만을 설득하면서 교권 회복을 위한 교사들의 행동을 앞장서 지지했던 것도 학부모다.
따라서 교사의 권리가 존중받고 학교교육에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보다 더 설득력이 있기 위해서는 교육주체로서 학부모 교육권도 존중되어야 한다. 교육주체들의 상호 존중과 협력이 이번 법 개정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상호존중과 협력의 가치가 함께 공론화되지 않고 구호로만 교권회복을 외친다면 실상은 건강한 교육공동체의 협력은 배제된 채 규정에 얽매여 기계적 대응과 법적 처벌만 외치는 또 다른 형태의 '학교의 사법기관화'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교권을 회복하고 학교가 교육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학교교육의 방향에 대한 범국민적,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더불어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호 존중과 협력의 문화를 활성화하는 소통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는 땜질식 대책으로는 직면한 학교교육의 문제들 중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