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육의 사법화와 교육주체의 권리

[학교교육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관계를 둘러싼 헌법적 쟁점]

by 오영

'교육의 사법화'로 혼돈에 빠진 학교교육


요즘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교육적 해결을 모색하기보다 법적 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때에 교육주체들의 권리는 무엇이고, 각 주체들의 권리가 학교 교육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때마침 학교교육에 관한 교육주체들의 권리와 법적 논쟁을 다룬 법제처의 논문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교교육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관계를 둘러싼 헌법적 쟁점](이상수, 2024.11., 법제처)는 교육주체인 학부모, 학생, 교사의 법적 권리를 살피고 이를 둘러싼 헌법적 논쟁을 검토한 후 학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권에 대한 해석이 잘 분석되어 있고 비교적 객관적 입장에서 각 주체들의 권리 관계와 입장을 반영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 그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하고 첨언해보고자 한다.




교육문제는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를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사소한 문제도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경향, 소위 '교육의 사법화'가 강화되고 있다. "‘교육의 사법화’란 교육적으로 다뤄져야 할 문제가 사법적으로 다뤄지는 것, 교육이 그 자체적인 논리가 아니라 사법적 논리에 의해 지배받는 현상을 말한다(김기홍, “학부모의 고소를 경험한 교사의 비판적 자문화기술지”, 「교육사회학연구」 제29권 제2호, 2019, 54-56면)."


저자는 소위 ‘교육의 사법화’ 현상이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제정을 시발점으로 하여 2012년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에 관한 내용을 기재하도록 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본다. 대학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우려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급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과 2023년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육현장에서 이해당사자들 간의 관계가 법적 관계로 전환"되면서 교육의 사법화는 심화되고 있다.


한편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은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을 강화하였고, 아동학대 의심 시에도 신고의무를 부과하여 교사와 학교는 더욱 엄격하게 규제되었다. 이처럼 학부모(보호자)와 학생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게 되면서,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하였고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잠재적 학대행위자’로 보게 만들어 교사 사회의 반발을 불러왔다.


반대로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문제의 처리과정에서 불만족한 학부모는 교원에 대해 소위 교육활동침해 행위를 하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이에 대응해 교사가 신고자가 되어 교원지위법에 따른 교육활동침해를 이유로 학부모와 학생을 ‘교육활동침해자’로 신고하는 현상도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교사, 학부모, 학생 간의 문제는 학교 자체적인 교육적 해결 단계를 넘어섰다. 말 그대로 교육의 사법화와 학교의 소송화가 되어가고 있다. 교육의 문제를 교육전문가나 당사자간 해결보다는 법률전문가들에 넘김으로써 교육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전에 각 교육 주체들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헌법과 법률이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부여한 권한이 무엇인지 살피고, 각 교육권의 적용 범위를 비교 분석했다.



학부모의 자녀 양육권・교육권


부모는 자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는 헌법 이전의 천부적 권리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의 통설・판례이다. 헌법재판소는 “자녀의 양육과 교육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천부적인 권리인 동시에 부모에게 부과된 의무이기도 하다.”라고 보면서, “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관하여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인생관・사회관・교육관에 따라 자녀의 교육을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밝혔다. 또한 부모의 자녀교육권은 다른 기본권과는 달리, “기본권의 주체인 부모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의미에서 보장되는 자유가 아니라, 자녀의 보호와 인격 발현을 위하여 부여되는 기본권”(헌법재판소 2009. 4. 30. 선고 2005 헌마 514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학교교육에서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은 학교선택권, 학교교육참여권, 자녀에 대한 정보청구권, 면접권 등으로 발현(헌법재판소 1999. 3. 25. 선고 97 헌마 130 결정)"된다고 본다. 이러한 판례에 따라 교육에 있어서 학부모의 권리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부모가 자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도나 징계가 필수적으로 따른다. 우리 민법은 제913조(보호, 교양의 권리의무)에서 친권자인 부모에게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제915조(징계권)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다만, 징계권 규정이 부모의 아동학대 시 항변규정으로 이용된다는 이유로 2021년 삭제되었다. 그러나 부모의 자녀징계권 규정이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제913조에 부모의 자녀징계권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사의 학생교육권(수업권)


교사의 학생교육권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학교교육에서 교사의 가르치는 권리는 자연법적으로는 학부모에게 속하는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신탁받은 것이고, 실정법상으로는 공교육의 책임이 있는 국가의 위임에 의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교사의 교육권(수업권)은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의 보장에 필수적인 것으로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로서, “교사의 지위에서 생겨나는 직무권한”이라고 밝혔다.


우선 실정법적으로 교사의 학생교육권은 헌법 제31조 제6항에 따라 국가에 의해 법령으로 정해져 위임되는데,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제4항에서는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규정하여 교원의 임무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학생의 교육에 관하여 모든 것이 법령으로 정해질 수 없다는 점이다." 법령으로 정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하여 대법원은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므로, 교사는 지도행위에 관하여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가 법령과 학칙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된다면 여전히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에 따라 금지되는 체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지도행위에 다소의 유형력이 수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1도 13926 판결)."



학생의 교육권(학습권)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에게 ‘교육받을 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이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기본법」 제3조(학습권)에서는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제12조(학습자) 제1항에서는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이러한 학습권의 보장은 국민의 인간적 성장・발달 내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것으로서,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문화국가・복지국가의 이념 구현을 위한 기본적 토대이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자 대전제"라고 말한다.


교육받을 권리는 통상 국가에 의한 교육 조건의 개선・정비와 교육 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적극적으로 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사회권 또는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보는 견해와 여기에 교육받을 권리를 국가로부터 방해당하지 않을 자유권적 기본권도 포함된다는 견해, 교육받을 권리는 사회권(생존권) 또는 자유권만으로 이해할 수 없고, 여러 가지 통합적인 성질을 가지는 주관적 공권인 동시에 객관적 가치질서라는 견해가 있다.



교육 주체들 간 권리의 조정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주체는 학생이다. 헌법 제31조의 교육받을 권리의 핵심은 학교교육에 있고, "교사의 법적 지위와 권한도 학생의 학습권을 중심으로 하는 공교육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교육에서 학생의 학습권의 대상인 교육이 무엇인지,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저자도 교육이 무엇인지 법정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그러한 영역은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이 발현되어야 하는 영역이라고 본다.


한편 앞서 언급한 대로 자연법적으로 교사의 학생교육권은 부모의 자녀교육권에서 신탁된 것인데, 그렇다면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신탁받은 교사의 학생교육권에 어느 정도의 보호와 양육・교육, 그리고 지도 및 징계권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범위가 어디까지이며, 이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가 동의하였냐는 점이다. 결국 학교 교육에 대한 각 주체들의 권리는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느냐,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의 권한과 범위에 대해 각 주체들의 동의와 합의가 있었느냐, 또는 앞으로 동의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적"인 해결 방법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가 합의된 부분은 불명확하다. 각 교육주체들 간의 협의나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법적 근거도 없다. 그래서 학교현장에서 문제 되는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육활동침해와 관련된 사항들도 법적 해결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저자는 "법관이 교사의 학생생활지도 행위를 보호자(교사)가 아동(학생)에게 한 행위로 보아 아동학대인지를 판단하게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아동학대 신고의 처리과정은 교육의 논리가 전혀 고려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하면서, 더 나아가 법원이 "교육의 전문성이나 자주성이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 "교사나 교장, 나아가 교육감 등이 교육의 전문성 내지 자주성의 주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라고 꼬집는다.


이제는 법적 한계에 대한 성토를 넘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4항에 근거하여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의 실제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 각 교육주체 간 동의와 합의는 필수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교육계도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돌봄과 교육의 공간으로서 학교교육 재인식


코로나19 이후 학교가 교육의 공간이자 돌봄의 공간임은 이미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만, 법적으로 학교가 돌봄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법적으로 학교가 교육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돌봄의 공간임을 분명히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교원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동 내지 청소년인 미성숙한 학생들이 지식・덕성 및 체력의 함양과 향상을 통하여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건전한 인격체로서 독립・발전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보살피는 숭고한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헌법재판소는 교원의 역할이 아이를 가르치고 보살피는 역할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법원도 “유치원이나 학교의 원장・교장 및 교사는 「교육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그들로부터 교육을 받는 유치원생과 학생들을 친권자 등 법정감독의무자에 대신하여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라고( 대법원 2008. 1. 17. 선고) 판시하였다.


학부모는 미성년인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학교에 보냄으로써 자녀에 대한 교육권과 함께 보호, 징계, 나아가 돌봄도 함께 교사에게 신탁되고, 이에 따라 교사는 자녀 즉 학생을 가르치게 됨으로써 학생에 대한 보호, 징계, 나아가 돌봄도 함께 학부모로부터 신탁받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여전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돌봄은 교육의 영역이 아니다”라는 교사들의 주장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지만, 앞선 설명과 같이 "헌법 및 실정법과 헌법이론적으로도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는 자녀이자 학생인 아동에 대한 보호 내지 돌봄이라는 역할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이나 실정법이 학교와 교사가 학생에 대한 보호와 돌봄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고 해석하더라도 학생의 돌봄에 관하여 교사에게 무한정의 책임을 부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자녀이자 학생의 교육 및 돌봄에서 공동책임이 있음을 서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의 보호와 돌봄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는 법령이나 지침으로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교와 교사에게 지나친 부담과 책임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부모와 교사 간 협력적 관계를 통해 학교에 자녀를 맞긴 학부모에게도 일정한 돌봄과 보호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학교장의 역할 재검토를 통한 교육자치의 강화


저자는 최근 학교의 3대 문제인 학교폭력, 교육활동침해, 아동학대신고와 관련한 사항의 처리과정에서는 학교장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보았다. 또 학교에서 이해당사자들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체해결되거나 당사자들 간 협의 등으로 처리된 경우에는 대부분 해당 학교장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 4 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도 ‘교장’의 역할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 이는 결국 「초・중등교육법」에 교장이 ‘민원처리를 책임진다’는 내용이 추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저자는 교장의 역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장 임명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든다. 미국에서 교장은 “현장에서 무전기 들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라고 한다. 이제 "교장은 더 이상 학교의 최고 어른으로 뒷짐 지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학교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교의 이해당사자들과 직접 대응하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장의 역할 변화에 대한 미국 사례 소개에 대해서는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교육 주체 간 역할 정립과 권한 조장을 위해서는 학교와 학부모의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자치의 강화가 필수라고 할 것이다. 저자는 교육자치의 강화를 위해서 학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학교자치의 핵심은 학교의 이해당사자들인 학부모, 교사, 학생 및 학교장이다. 그런데 "교육 관련 법령에서 행위의 주체는 교육부장관, 교육감, 그리고 학교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학교운영의 막대한 권한을 부여받는 학교장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교육자치는 현실적으로 강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자치와 학교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적극적인 역할 요구와 더불어 학교장의 역할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민주주의의 정원을 내버려 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