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로망을 깨부수는 여행기
공항 안에 들어와서 나의 탐험은 시작된다.
일단 와이파이가 터진다는 F게이트를 향해 갔으나 어딘지 몰라 D에서 잠시 쉬었다. 화장실에 들려 소변을 보고 양치를 했다. 당연하게도 화장실 안에는 다 외국인 뿐이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후 F게이트를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지. D에서 F까지 20분이 걸린다는데 빠른 걸음으로 15분 정도가 걸렸다. 20분 걸린다는 표지판 말이 맞다. 아무튼 내가 여기에 간 이유는 팔걸이 없는 의자 위에 누우려고 간 것인데 그곳엔 다 서양인만 있었다.
그리고 최악은 건물 안에 비둘기 두 마리가 있었다는 것. 뭔가 사람들도 그렇고 이질감이 들어서 어느새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된 D로 다시 향했는데 왜 내가 있었던 곳을 찾지를 못해! 진짜 같은 곳만 빙빙 돌았다. 허무하게도 조금만 가면 내가 찾는 곳이 있었다. 힘들어서 쉬려고 하는데 배터리도 완전히 나갔다. 그 짜디짠 기내식 때문에 갈증은 탈수로 오기 일보 직전이다. 물이 너무 마시고 싶어서 화장실 수돗물을 마실까도 생각했다. 다행히도 아까 언뜻 본 환전소 느낌이 나는 곳이 생각이 났다. 곧바로 찾아가서 5유로를 315 루블로 바꿨다.
계산해보니 천 원을 땡겨 먹혔다.
받자마자 물을 사 마시면 되는데 또 더 싼걸 먹겠다며 계산하느라 E에서 D로 또 내려갔다. 근데 15 루블이나 비싸서 다시 올라왔다. 떨리는 손으로 자판기에 80 루블을 넣고 물 한 병을 사 먹으려는데 하... 뚜껑이 안 따진다. 내가 초 극약 해져 있어서인지 아님 물 뚜껑이 불량인 건지 당최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물 뚜껑 따개선 하나하나 손톱으로 우벼파서 휴지로 잡고 땄다. 병 따느라 벌인 사투 때문에 손에 크게 물집이 잡혀버렸다. 진짜 최고다. 지금 그래서 여기 자판기 옆 의자에 앉아 비행기 주차장(?) 보며 오늘 하루 있었던 판타스틱한 일들을 써 본다.
+ 아, 아까 환전할 때 미생에서 본 기억을 살려 쓰바씨바라고 한 번 소심하게 해봤다. 그러니 완전 희미하게 웃더라.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화가 많을까? 이건 나보다 더 심하다. 사람들이 뭔가 다 화가 많고 퉁명스럽다. 진짜 추운 나라라 그런가. 대기하는 동안 시내로 나가서 크렘린궁이다 뭐다를 관광하고 싶었지만 지금 여기 있으면서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오랜만에 냉수를 들이켜서 그런가? 배가 슬슬 아파오는 것 같다. 오늘 밤을 새워야 돼서 정신이 말짱하지 못할 것 같은데 내일 어떻게 샤를 드골에서 민박집까지 가지? 그 코스가 최고 난이도인데! 소매치기의 메카.
일단 일기는 이 정도로 쓰고 마실 거 하나 더 뽑아서 D로 가야겠다.
(+ 여행 필수품- 모자랑 마실 것 필수. 머리는 지금 완전 떡이다. 내일 파리 도착할 때면 진짜 거지가 따로 없겠다.)
그날 나는 불심검문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