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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Apr 04. 2016

여행은 갑자기 시작되었다

여행의 로망을 깨부수는 여행기




공항 안에 들어와서 나의 탐험은 시작된다.

일단 와이파이가 터진다는 F게이트를 향해 갔으나 어딘지 몰라 D에서 잠시 쉬었다. 화장실에 들려 소변을 보고 양치를 했다. 당연하게도 화장실 안에는 다 외국인 뿐이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후 F게이트를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지. D에서 F까지 20분이 걸린다는데 빠른 걸음으로 15분 정도가 걸렸다. 20분 걸린다는 표지판 말이 맞다. 아무튼 내가 여기에 간 이유는 팔걸이 없는 의자 위에 누우려고 간 것인데 그곳엔 다 서양인만 있었다.

그리고 최악은 건물 안에 비둘기 두 마리가 있었다는 것. 뭔가 사람들도 그렇고 이질감이 들어서 어느새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된 D로 다시 향했는데 왜 내가 있었던 곳을 찾지를 못해! 진짜 같은 곳만 빙빙 돌았다. 허무하게도 조금만 가면 내가 찾는 곳이 있었다. 힘들어서 쉬려고 하는데 배터리도 완전히 나갔다. 그 짜디짠 기내식 때문에 갈증은 탈수로 오기 일보 직전이다. 물이 너무 마시고 싶어서 화장실 수돗물을 마실까도 생각했다. 다행히도 아까 언뜻 본 환전소 느낌이 나는 곳이 생각이 났다. 곧바로 찾아가서 5유로를 315 루블로 바꿨다.

계산해보니 천 원을 땡겨 먹혔다.

받자마자 물을 사 마시면 되는데 또 더 싼걸 먹겠다며 계산하느라 E에서 D로 또 내려갔다. 근데 15 루블이나 비싸서 다시 올라왔다. 떨리는 손으로 자판기에 80 루블을 넣고 물 한 병을 사 먹으려는데 하... 뚜껑이 안 따진다. 내가 초 극약 해져 있어서인지 아님 물 뚜껑이 불량인 건지 당최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물 뚜껑 따개선 하나하나 손톱으로 우벼파서 휴지로 잡고 땄다. 병 따느라 벌인 사투 때문에 손에 크게 물집이 잡혀버렸다. 진짜 최고다. 지금 그래서 여기 자판기 옆 의자에 앉아 비행기 주차장(?) 보며 오늘 하루 있었던 판타스틱한 일들을 써 본다.


+ 아, 아까 환전할 때 미생에서 본 기억을 살려 쓰바씨바라고 한 번 소심하게 해봤다. 그러니 완전 희미하게 웃더라.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화가 많을까? 이건 나보다 더 심하다. 사람들이 뭔가 다 화가 많고 퉁명스럽다. 진짜 추운 나라라 그런가. 대기하는 동안 시내로 나가서 크렘린궁이다 뭐다를 관광하고 싶었지만 지금 여기 있으면서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오랜만에 냉수를 들이켜서 그런가? 배가 슬슬 아파오는 것 같다. 오늘 밤을 새워야 돼서 정신이 말짱하지 못할 것 같은데 내일 어떻게 샤를 드골에서 민박집까지 가지? 그 코스가 최고 난이도인데! 소매치기의 메카.

일단 일기는 이 정도로 쓰고 마실 거 하나 더 뽑아서 D로 가야겠다.

(+ 여행 필수품- 모자랑 마실 것 필수. 머리는 지금 완전 떡이다. 내일 파리 도착할 때면 진짜 거지가 따로 없겠다.)






그날 나는 불심검문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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