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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Apr 26. 2016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이틀 전 동물의 숲을 삭제했다.

마을 이름은 호박식혜마을    

캐릭터 이름은 또또가스    

오렌지가 열리는 나무였고

복숭아도 키웠었다.    

이번 게임은 이층까지 집을 확장하고 꽤 열올렸었다.    

이층까지 집을 키우니 마을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집터는 나쁘지 않았는데 조금 질리기도 했고    

빅토리아? 와 개구리 친구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아! 레이니 집이 너무 좁은 길에 나있어서 이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     

정리해야 할 나무도 많았고, 정리해야 할 짐도 많았고. 너굴마트에 가져다 팔기에는 아깝고.    

차라리 깔끔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아무튼 오래 지내다 보니깐 다른 마을을 꾸미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고.                

그런데 어제 너무 후회가 되는 것이다. 여태까지 모은 재산, 가구, 집은 전혀 아깝지 않았지만    

자기 얘기를 해주던 박물관 관장, 옷가게 고슴도치, "... 안녕"이라고 인사하던 커피 구구 씨.                


올리비아는 사실 앙숙이었다. (빅토리아가 아니라 올리비아였어)

너무 얄밉게 굴어서 곰팡이 옷까지 선물했을 정도이다.    

그러던 그녀와 언제부터인지 친해졌고 그녀의 집에 놀러 갈 때마다 고스란히 놓인 곰팡이 옷을 보며

저런 걸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녀에미안하기도 하고     

아 우리가 저런 사이 일 때도 있었지 하며 생각하는 것이다.    

레이니는 착하다. 상냥하다. 마지막들어서면서부터 그녀는 옷에 관심을 쏟았는데     

그때마다 옷 선물하는 것이 즐거웠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하기도 했지만.    

빙수. 빙수 역시 착한 펭귄이다. 남자인지는 뒤늦게 깨달았다. 조금은 바보 같은 면도 있었는데    

왠종일 그를 잡아놓고 말을 걸어도 화 한번 내지 않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차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그래도 좋아해주길 바란다며 관련된 선물을 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해서 그에게 받은 선물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대길 씨. 대길 씨는 우리 윗집에 살았다. 윗층이 아니라 집에서 나와서 윗쪽에 위치한 집.    

수염이 난 노란 곰돌이였을 것이다. 목소리도 남자답고 집에는 무서운 노래와 무서운 가구들뿐이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가구를 선물하며 그의 집이 바뀌어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이런 캐릭터가 핑크핑크한 집에 살면 웃기겠다 라는 마음에 핑크색 가구들을 선물했지만

왠지 점점 우리의 집으로? 꾸미고 있었다.

나와 친한 친구인 올리비아와 썸이 있어 보이던 그였지만...

아무튼 난 대길 씨를 연모하지만 그들의 사랑 또한 응원할 수 있었지.    

대길이의 마지막 말투에는 '사랑한다'를 붙여서 "또또가스 어쩌구 저쩌구~ 사랑한다" 이렇게 말하도록 해놨었다. 이것도 재밌자고 한 일이었지만 들을 때마다 엄청나게 위로를 받았고 진짜로 마음이 따뜻해지기까지 했다.
또 엄마가 있네. 엄마는 항상 편지로 안부를 전해왔다.

해가 뜨겁다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랬나? 숨겨진 비상금을 전하기도 했고,

아빠에 대해 귀엽게 투정 부리기도 했으며, 복숭아를 보내오기도 했다.     

복숭아는 잘 심어서 키웠다. 엄마에게도 편지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항상 받기만 했을 뿐.    


지금 이 모든 것들이 그립다. 마을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이렇게 그리워할 줄 몰랐다.    

그들이 소중한 선물이라며 나에게 준 그들의 사진이 그립다.    

빙수 것만 빼고 나머지 세 사진들은 집장식했었는데.   

지금 오마을에 ㅃ으로 살고 있는 나는...   

집터도 마음에 들고, 앙증맞은 체리나무도 마음에 들고, 편의시설 위치도 마음에 들지만    

그들이 그립다. 매미 소리와 그들의 말투, 음성, 조카가 쓰르라미를 좋아한다며 잡는 것을 도와달라던 대길이, 역시 내 친구라던 올리비아, 뿅뿅이라고 별명까지 붙여서 불러주던 레이니, 한동안 아파서 보지 못했던 빙수.

사실 마음에 드는 마을 맵을 정하기 위해 여러 번 껐다 키기를 반복했을 때 올리비아가 있는 마을이 있었다.

너무 반가워서 그 마을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ㅃ을 모르고 ㅃ도 그녀를 모르고     

결국은 완전히 새로운 마을로 정했다.    

오마을에서 예전에 만났던 젖소... (이름은 기억이...)가 있지만 그들만큼 반갑지는 않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만나면 정말 좋은 거고 또 그때의 감정은 어떠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새로운 마을에서 불꽃놀이를 보고 있는데 그들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쇼파에 걸터앉아 그들을 생각해보았고     

진짜의 난 이것을 통해 무언가 배웠음을 알았다.                



// 조금 전 처음 대화 나눠 본 사지마에게서      

"지금 너랑 나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지만 별 거 있는 사이가 될까 봐 무섭다"라는 이야기를 들음

대길 씨와 비슷한 감정을 느낌! 아마 대길이도 첫 만남에 이런 얘기를 했었던 것 같다.

캡쳐라도 해놓을껄 진짜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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