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이 구두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있고 싶다
화장을 하고 단정히도 입었지만
구겨진 얼굴은 펴지지 않는다
나는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몇 시간 후면 장마는 시작이다
비가 오기 전 이 열기에
빨래를 널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이 더위가 모든 의욕을 앗아가고
이대로 서서 가만히 녹아내리고 싶다
가방을 열어 정리되지 않은
어제와 어떤 날을 털어내고
오늘과 같은 무게의 책임과 압박을
내일의 짐으로 챙겨 넣는다
그전에 내가 왔다고 알리고
이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결핍으로 쌓아 올린 박스를 쳐다만 보다
또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다
팔꿈치에서 땀이 나는 것 같다
착각일까
어디서부터 눈물이 흐른 것일까
빨리 이 구두부터
더 이상의 생각은 낭비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