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데 더 바쁘다
이런 말 밖에 하지 못하는구나
조용한 카페 나지막한 대화 속
오로지 나 혼자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식기를 덜그덕 거린다
그 속에 섞인 집기 소리가 꽤나 근사하다
스피커 밑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비추는 노란 조명 밑에서
계속이고 계속해서 몽상하고 싶다
하지만 금방이고 헤어 나와 도로 앉으니
이내 들리던 노래도 따뜻한 조명도
아득히 먼 과거처럼 소멸하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것들을 사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예전의 나는 현실에서 살 수 있기를 바라 왔지만
지금의 나는 꿈속에서 지내고 싶어 한다
이제 나는 십 분의 휴식을 위해
기꺼이 칠천 원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저 그것뿐, 그게 다 일뿐이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것들을 영원히 곁에 잡아 두고 싶어라
창밖 짙은 녹색이 흔들리는 것을 본다
그것들을 텅 빈 눈에 잡아두고
다시금 들리는 음악을 듣는다
낯선 곳에서 영화를 보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기를
그러면 장마도 끝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