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야

by 조용섭

지난 몇년간 어떤 환상에 젖어 살았던 것 같다. 중간 중간 그 환상을 벗어난 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는 환상에 나를 내버려두었다. 그것은 나의 바람이었다. 흔들리고 싶지 않았던 나의 작은 소망. 아니, 작은 소망이라고 하기엔 모든 삶을 오히려 정주의 상황으로 몰아 넣었다.


그렇다. 요행을 바란 것이다. 노력하거나 힘들이지 않고 돈을 벌고 성과를 바라는 시간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이런 미몽에서 깨어나기까지 거의 3년이 걸렸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후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막막함과 두려움도 함께 다가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놓친 것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나 가능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내 정신이 약해졌을 뿐, 세상을 바로 마주하고 두 눈을 똑바로 뜬다면 다시 나아갈 수 있을거라는 작은 희망도 함께 생겼다. 그동안은 내가 생각한 나의 고집, 결코 바꾸고 싶지 않았던 내 아집으로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가족들과 내 더 깊은 곳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겠다는 작은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큰 길,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잠시 방황했고, 겪어야만 하는 과정을 겪은 것이고 이제 다시 나아가면 된다는 믿음이 나에게 자라기 시작했다. 세상의 변화를 믿고 싶지 않았지만, 세상은 왕왕 변했고 마음 속에 불을 지피던 그 청년의 이야기는 이제 아빠가 된 중년 남성의 이야기로 다시 시작되어야겠지.


두려워하지 말라.

행동은 지성보다 더 즉각적인 결과를 낳는다.

20년 전, 공장에서 14시간씩 일했던 그 막막함과 투혼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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