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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지아 Oct 24. 2022

인간들이여 가볍게 스쳐가라

나는 인생에서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났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만났던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나의 삶을 보잘 것 없이 쪼그라들어서 제때 꽃 피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글을 잘 쓰니, 글을 써보라고 말해준 S선생님, L선생님


그리고 또 한번 문예반에 들어와 함께 글을 써보자고 한 J선생님


불안하고 힘들기만 했던 삶 속에서 뚝심을 잡도록 도와준 B선생님 



어려웠던 20살의 첫 사회 생활을 무탈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세상 갈아가는 법을 알려준 P책임 


가끔 만나게 되는 인연이었지만, 어린 나에게 다양한 것들을 가르쳐준 이름 생각안나는 모 책임


또, 회사 그만두고서도 가끔 연락해주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물어주었던 B책임


독서실 다니면서, 공부할 줄 몰랐던 나에게 공부하는 법을 알려준 L형



내가 가난하여 장학금을 모두 받고서만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말에 생활비 장학금을 신청해준 A 교수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전액 장학금 TO을 선뜻내준 인연으로 지금까지 함께 웃고 떠드는 P 교수 


교양 수업 몇번 들었다가 함께 등산하고 지금까지 연이 닿은 L 교수 


애증의 H 지도 교수 



회사 업무 관계로 인연을 맺었지만, 항상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인사이트를 주는 Y 교수 


자기주장 강해서 너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배울게 많고 책임감이 많은 N국장님


깔끔하고 재치있지만, 늘 날카로운 생각으로 나를 놀라게 해주었던 P 교수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밤새 이야기하면서 가까워진 P 형님


모든 것을 가르쳐준 H 선생님


논리적이지만, 따뜻한 K 선생님 



많은 사람의 이름이 생각났다. 


그리고 새롭게 나를 물심양면 도와주시고 계신 센터장님까지. 



사업 1년차 초짜, 이제 그동안 쌓아왔던 곳간을 다 허물어 먹었고 다시 새로운 공부와 지혜를 채워야 할 순간이 다가왔음을 오늘 진실로 느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인생의 허망함 앞에서, 나를 구하려고 했던 지난 날의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행복 안에 도달한 나는 이제 지킬 것이 생겼고 더 큰 행복을 키워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촛점은 나의 세계로 한정되어 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나는 이 세계 밖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노동을 변호하겠다고 말했던 그 옛날의 자기소개서를 떠올려본다. 그때의 그 간절했던 마음을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어리석은 마음으로 자본과의 대척점에서 생각했던 나의 사유는 이제 종말을 맞이했다. 너무 과하게 자본으로 기운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건네 본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떠올린다. 더 멀리 걷고, 더 오래 걷고, 더 씩씩하게 걷고, 더 즐겁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사르트르의 그 말처럼 말이다. "인간들이여 가볍게 스쳐가라. 힘껏 딛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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