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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Work는 하는데 임대인은 하지 못하는 일



공유 오피스가 왜 강력할까? 단지 플랫폼이 획기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부동산 자산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면을 보게 된다. 내 생각에는 WeWork는 임대인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임차인인 WeWork가 임대인의 일을 대신하고 있는지 몇 가지 생각해 봤다. 

창조적인 충돌
예전에 가구 전문 회사인 Fursys의 세미나에 간 적이 있다. 그 회사는 가구를 만드는 곳이지만 사무 공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그 세미나에서 예를 들었던 게 바로 '정수기'였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떤 책에서 나온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정수기 위치의 배치에 따라 창조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정수기는 죽은 공간에 배치를 하는데 이를 여러 부서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부딪칠 수 있는 공간에 배치를 하면 창조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즉, 물을 마시러 오는 각 부서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게 하고 그 속에서 교류를 이끌어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자들끼리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WeWork의 강점은 공간 배치에 있다. 회사의 각 부서 사람들을 넘어 다른 회사 사람들끼리도 함께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인 라운지가 있다는 점이다. 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거나 부서 이기주의로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기존 회사들이 스마트 오피스를 표방하며 자유로운 소통을 사내 문화로 정착하려 했던 시도를 생각해 보자. WeWork는 임차인이 돈을 들여 그런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주었다.

요즘 프라임 오피스에서는 임차인을 위한 편의 시설을 마련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각종 회의실, 휴게 공간 등 임차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가 필요하고 임차인들이 이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미리 기획된 공간이 아닌 기존의 임대 공간을 활용해야 하다 보니 출입 동선이나 활용도 면에서 한계가 있다. WeWork는 이미 그런 편의 시설을 임대 공간 안에서 제공한다. 프라임 오피스가 아니어도 WeWork가 있는 곳은 그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임대인은 큰 돈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망설이는 것을 WeWork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임차인 커뮤니티
WeWork는 강력한 임차인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회사라는 작은 커뮤니티를 넘어 WeWork 멤버라는 소속감을 갖게 한다. 일반적인 프라임 오피스 빌딩에서는 임차인들끼리의 소통을 막는다. 괜한 잡음이나 탈이 날까 봐 임차인 커뮤니티 구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하지만 WeWork는 이를 역이용하여 대규모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소속감은 인간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회사 말고 또 다른 네트워크에 속해있는 것이다.

요즘 트렌드를 말해 주는 단어인 워라밸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직장인들은 일 말고 다른 즐거움을 찾고 있다. WeWork는 커뮤니티 공간 내에서 지식을 공유해 주는 강연이나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직장인들의 자기 발전의 욕구를 해소시켜 준다. 이는 회사뿐만 아니라 임대인들도 잘 해줄 수 없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또, 이런 모임을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사회적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욕망을 채워준다. 온라인 네트워킹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을 오프라인을 통해서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의 네트워킹은 직장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직을 하거나 영업 대상을 소개 받는 등의 일로 발전하기도 한다.

즉각적이고 빠른 실행
프라임 오피스 빌딩에는 그 자산을 관리하는 PMer가 있다. 하지만 시장의 논리 상 그 인원이 적다. 면적당 담당하는 인원의 수가 적은 것이다. 해외의 한 설문 조사 중에서 큰 불만으로 꼽히는 게 불편 접수 후 피드백이 느리다는 것이 있었다. 실제로 자산관리 업무를 하다 보면 각 임차인에게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서비스를 해주는 일은 쉽지가 않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WeWork는 사람과 IT 기술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WeWork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두고 임차인들을 관리한다. 일반 빌딩의  PMer에 비하면 임차인을 담당하고 관리하는데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1차적인 불만은 건물을 관리자를 통해 해결하고 순수 임차인에 대한 불만과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WeWork의 자체 애플리케이션으로 많은 서비스를 신속하게 접수하고 관리하며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당연히 대응 속도가 일반 빌딩의 서비스보다 빠르다. 임차인은 그런 공간에서 더 큰 만족을 느끼고 내가 적절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 또한 기존의 임대인은 하지 못했던 일이다.




얼마 전 WeWork가 부산에 진출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사업의 규모와 영역이 확장되면서 앞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자산관리자의 입장에서 WeWork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교훈 삼아 더 배우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혜로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지식과 정보가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단물 빠진 사탕을 언제까지 물고 있을 수는 없다. 자산관리자의 서비스가 낮은 평당 단가로 귀결되는 부동산에서는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기는 어렵다. 이제 부동산 자산관리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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