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직장 선배님 상이 있어 장례식장에 간 적이 있었다. 조문을 마치고 식사를 하는 와중에 예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모처럼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임대를 담당하고 계신 팀의 이사님과 부장님이 가망 임차인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임대 시장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말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마침 오랜만에 만난 회사 대표님도 옆자리에 계셔서 자연스럽게 임대에 대한 주제로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임대팀 부장님이 임차인들이 사무실을 찾기 위해 빌딩 투어를 하다 보면 좌변기에 있는 큰 휴지가 말린 점보롤에 대해 불만이나 코멘트를 한다는 에피소드를 말하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직접 자산관리 업무를 하는 PM 팀에서는 운영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작은 롤에서 품질은 동일한 대형 롤 타입의 휴지로 교체를 했던 것이었다. 그런 말을 듣던 대표님이 반대편 자리에 있던 PM 팀의 이사님을 불러 그 자리에서 열띤 토론회가 열렸다. 얼마간의 대화 후에 기존에 설치되었던 작은 형태의 휴지로 교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였지만 퇴사를 하고 나서 보니 여러 가지 배울 점이 많은 회사였다는 것을 느꼈던 자리였다.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
무엇보다 회사 구성원이 지위나 고하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분위기였다. 대표님과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함께 운영하는 자산에 대한 고민을 자유롭게 나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대표님을 어려워하기도 하고 그런 권위를 누리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회사 내에서 다른 부서 사람들과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일도 흔한 일은 아니다.
다른 팀과의 신속한 협업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자연스럽게 다른 팀과 업무에 대해 협의를 하는 모습이다. 물론 팀을 담당하는 수장의 업무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부서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려 서로 협업하는 모습은 다시 한번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도 자연스럽게 다른 팀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모습이 그때도 변함이 없었다. 다른 팀에서 제기한 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모습은 보기가 참 좋았다.
같은 생각과 가치관의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
부동산 회사는 문화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큰 시너지가 난다. 부동산 관련 업무는 대부분 사람들과의 협의와 협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높은 수준에서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큰 경쟁력이자 무기가 된다. 예를 들어, 전문가라고 하면 당연히 이해해야 할 이야기인데 이를 이해시켜야 할 사람이 있어 또 한 번 설명해야 한다면 그런 일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고스란히 버려진다. 같은 수준에서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그 회사의 잠재력은 커질 것이다.
한발 물러나야 보이는 것들
예전에 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는 잘 몰랐던 것들을 퇴사하고 다른 곳에서 일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낀다. 그때는 다니던 회사의 흘러가는 속도와 방향을 잘 몰랐고 그게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다른 곳에서 바라보니 정말 좋은 곳이었고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아마 지금의 회사도 그럴 것 같다. 나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 더 발전해 있을 것이고 이런저런 불만과 고민을 했던 일들이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함이었더라는 것을 알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정적인 말과 행동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