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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책을 쓰셨어요?

저는 업무상 미팅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어떻게 책을 쓰셨어요?'


처음 한두 권 책을 썼을 때는 그냥 축하의 인사를 많이 받았지만, 계속해서 책을 출간을 하다 보니 인사보다는 궁금증이 더 앞서는 것 같습니다.


대개 질문의 의미는 아래 2가지 내용으로 압축이 됩니다.


1. 책을 쓰는 일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는데 어떻게 그것을 하셨나요?


2. 회사 다니기도 바쁜데 어떻게 시간을 내셨나요?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저는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책을 쓸 수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배운 업무와 업계에 대한 정보가 제가 쓴 책들의 소재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평상시에 글을 자주 써왔거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을 쓰기 전에 위와 같은 질문을 하시는 분들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책을 쓰려고 했을 때 딱히 그런 고민을 깊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선 첫 번째 장벽인 책을 쓴다는 데 부담을 갖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책은 원래 회사의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서 후배들에게 나눠줄 목적으로 준비를 했던 일이 책으로 된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책으로 출간한다는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내가 아는 것을 후배들에게 편한 마음으로 알려준다고 생각하니 시작이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책을 쓰는 책을 읽고 나서 책으로 출간해봐야겠다는 계획을 실행으로 옮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초고의 틀이 갖춰져 있어서 거기에다 살을 조금 붙여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벽인 시간을 내는 일은 책을 출간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들어 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책을 쓰고 나면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제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게 엄청난 변화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긍정적인 일들이 생기는 것은 맞습니다. 책을 통해서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내는 일은 하루 주어진 시간 중에 책 쓰는 일의 우선순위를 높여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고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의지가 생기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책을 내고 나면 뭔가 달라지겠지라는 희망을 품는 게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책을 쓰고 난 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고 그런 작은 목표가 생기고 나니 책을 쓸 시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시간을 낸다는 것은 기존에 뭔가를 했던 시간을 포기해야만 얻어집니다. 대부분 그런 시간을 내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평상시 나에게 만족을 주는 시간을 포기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낯선 일을 하려니 두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기존 루틴을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어딘가 버려지는 자투리 시간을 찾아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웬만하면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시간을 찾아내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오롯이 저 혼자 통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와 협의할 필요도 없고 또 시간을 내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크게 실망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괜히 책을 쓴다면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스스로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이 깨어있지 않은 새벽 시간,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 회사 일이 없는 주말 아침 시간 등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이용해 조금씩 원고를 써나갔습니다. 물론 한꺼번에 시간을 내서 글을 쓰는 일이 효율적일 때도 있지만 그전까지 비효율적으로 사용했던 시간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결과물을 만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쓰는 일은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도전할 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직장 동료들에게 특별히 알리지 않고 나중에 내 책이 나왔을 때 깜짝 쇼처럼 알리는 쾌감을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또,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쓰는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삶의 큰 에너지원이 되기도 합니다. 퇴근 후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잡념이 줄어들고 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도 있게 됩니다. 만약 책의 소재가 내가 하는 일과 연관된 것이라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도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직원의 신분이지만 책을 쓰는 시간만큼은 내가 사장입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과 시간을 들여 출간한 책이 나오고 나면 책을 파는 진짜 CEO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여러분도 책을 쓸 수 있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기꺼이 시간을 내고 즐겁게 책 쓰는 일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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