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무 때문에 강남에 있는 공유 오피스를 방문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쾌적한 근무 환경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테헤란로 주변의 공유 오피스들은 스타트업 열풍과 함께 공실이 많이 없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그 말이 진짜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유 오피스의 장점 중에는 열린 공간으로 입주사들이 함께 사용하는 라운지가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일도 하고 휴식도 취하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공유 오피스의 사용자에게는 참 편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도 이런 곳을 멋지게 꾸며 마케팅 및 홍보로 활용하고 있어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며 놓은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강남의 이런 몇몇 공유 오피스를 방문해 보니 스타트업을 하거나 신생 회사를 경영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의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왠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분들인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화도 크게 하시고 나이들도 많아 보였습니다.
공유 오피스에 입주해 계신 분에게 여쭤보니 최근 이런 분들이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테헤란로에 있는 몇 개의 다른 공유 오피스들을 가봤는데 비슷한 분위기의 분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추측하건대 이분들의 정체(?)는 아마도 커피숍에서 골치를 앓았던 장기 체류 손님인듯 보였습니다. 계약 체결을 위한 사무업무를 보거나 상담 업무를 하면서 커피숍을 사무실처럼 이용하는 분들 같았습니다.
커피숍에서 이런 손님들의 출입을 제한하다 보니 풍선효과처럼 공유 오피스로 옮겨 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공유 오피스의 라운지는 넓은 공간에 커피와 음료가 무제한으로 제공되고 손님들을 모셔와서 미팅도 가능하다 보니 가성비가 좋아 이곳을 사무실처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이 생기기도 합니다. 공유 오피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높이려면 많은 손님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적정한 손님을 받는 기준을 제한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 같습니다. 사람을 차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공유 오피스의 탄생 취지에 맞는 환경 조성은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둔다면 공유 오피스 근무자들에게 불편한 환경이 될 것이기 때문에 평판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보입니다. 실제로 한 사용자분께서는 완전히 시장 바닥 같다면서 불만을 토로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공유 오피스의 시장화(?)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보였습니다.
공유 오피스에는 커뮤니티 매니저분들도 계시긴 했는데 실제로 그런 상황을 통제를 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일부러 외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공간으로 만든 곳에 제한을 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렇게 이용하는 것을 알아도 해결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더 큰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어서 암묵적으로 두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뿐입니다.
근래에 공유 오피스가 우후죽순격으로 많이 생겨났는데 앞으로는 서비스의 품질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공유 경제가 새로운 플랫폼 모델로 등장하고 다양한 비즈니스가 생겨나는 가운데 하나둘씩 불편한 것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물론 치열한 시장 속에서 카페들과 경쟁해야 하는 공유 오피스이지만 그렇다고 카페처럼 변질된다면 업무 공간으로서의 기능에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게다가 관련 사업자들 간의 네트워킹을 한다는 홍보전략이 무색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 급격한 성장 속에는 다 풀지 못한 숙제들도 함께 남아있는 법입니다.
아마도 공유 오피스 사업자분들이 이를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공유 오피스 사업자가 이런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