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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부동산 입찰에서 이행보증금의 역할과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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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들이 참여하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에 통상 입찰 방식을 활용합니다. 전문 투자자들의 자금을 정해진 투자 기간 안에 회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에 따라 매각을 해야 합니다. 수의 매각보다는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통해 가망 매수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입찰 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것입니다.


상업용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리츠나 펀드는 투자 기구입니다. 보통 대형 자산들은 리츠나 펀드를 만드는 자산운용사나 신탁사 등이 실질적인 주체로 참여하여 서로 사고 파는 일들이 빈번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자금을 먼저 모아 놓고 자산을 매입하는 경우보다는 가망 자산을 찾은 뒤에 자금을 모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


상업용 부동산 매각 과정을 보면 자산 매각을 위해 마케팅을 한 다음에 입찰 과정을 거치고 가망 매수자를 선정합니다. 이때 가망 매수자에게 우선협상을 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게 됩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가망 매수자는 이때부터 일정 기간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매입매각 시장에서 이렇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거래를 종결까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자산운용사나 리츠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경쟁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기 위해 고가 입찰을 하거나 실현하기에는 무리한 전략을 제안하는 곳들이 늘어났습니다.


매도자의 리스크와 안전장치 필요성


이런 상황에서 매도자의 입장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곳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펀드나 리츠가 매도자인 경우 매각을 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에게만 기대하다가 실제로 거래 종결이 되지 않으면 펀드나 리츠를 연장해야 하는 위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라는 것이 구속력이 없다 보니 이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온 것이 이행보증금입니다.


이행보증금은 말 그대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거래 종결을 이행할 수 있도록 보증금 형태로 납부하는 자금을 말합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자금 모집이 원활해져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계약금으로 전환되는 게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이행보증금이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활용되던 초기에는 대부분 반환 조건부 이행보증금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반환 조건부 이행보증금의 신뢰 효과


예를 들어, 거래 과정에서 매매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해 부동산 거래가 종결되지 못하면 이를 반환해 주는 조건부 형태가 많았습니다. 이런 이행보증금이 조건부이지만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는 통용이 되곤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행보증금은 투자자의 자금이 아닌 자산운용사나 리츠의 고유 자금으로 납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납부하는 것만으로도 신뢰도를 높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행보증금의 납부도 중요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었는데 만약 거래를 실패한다면 회사의 명성이나 평판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보니 신용도의 측면에서 거래를 종결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반환불가 보증금의 증가와 시장 변화


하지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점 반환조건부 보증금을 납부할 수 있는 여력의 회사들도 많아졌고, 반환조건부 보증금을 납부하고 우선협상자가 되더라도 금융 시장과 수요 및 공급의 변동성으로 인해 매매거래가 무산되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매도자들이 반환조건이 불가한 이행보증금 납부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거래가 종결될 수 있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게 안전하기 때문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이행보증금을 받고자 한 것입니다. 가망매수자의 입장에서도 반환이 불가한 이행보증금을 납부하면서까지 매입하려면 그만큼 투자자 모집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때만 이런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행보증금은 반환이 가능한 이행보증금(Soft Deposit)과 반환이 불가능한 보증금(Hard Deposit) 두 가지로 나뉘게 된 것입니다.


이행보증금 몰취 사례


반환이 불가능한 이행보증금을 납부한 뒤에 이를 반환받지 못한 사례들도 시장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여의도 IFC 매입을 위해 브룩필드자산운용에 납부한 이행보증금 2,000억과 관련하여 국제중재센터를 통해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토부에서 승인을 내주지 않아 매입을 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조만간 결과가 나온다는 소식이 있는데 이행보증금과 관련해서 국내에서는 큰 이슈가 된 사안인 만큼 어떤 결론일지 매우 궁금합니다.


2016년 도이치자산운용이 보유한 퍼시픽타워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자금 모집에 실패하면서 30억 원 가량의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디앤오리츠운용이 상암드림타워 매입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이행보증금으로 10억 원을 납부했지만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여 이를 몰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시장 분위기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들은 대부분 반환불가 조건부의 이행보증금을 납부하는 사례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의 특성상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고 거래를 진행하는 가운데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거래 종결까지 안정성과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매수하고자 하는 쪽도 진정성이 있는 매수자라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기도 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거래 종결이 되는 자산들의 특징들 가운데 임차인 SI들이 실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당분간 시장에서 이행보증금 납부를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절차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행보증금이라는 장치가 안전하고 편리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형 부동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관계자들의 신용도와 신뢰가 더 중요한 요소로 판단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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