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도자가 빌딩 매입 전략까지 제시하는 부동산 투자 시장



20250905_161754.jpg?type=w1

최근 오피스 매각 시장이 매우 뜨겁습니다. 특히 도심에서는 서울스퀘어, 서울파이낸스센터, 시그니처타워, 공평 15·16지구 신축 자산인 G1 오피스 등 대형 자산들이 시장에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긴 침체기를 지나면서 거래가 성사되는 자산들도 나오고 있어 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강남 N타워, SI타워, BNK디지털타워, 현대차증권빌딩 등이 연이어 거래를 마치면서 소유권 변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시그니처타워, 센터포인트 광화문, 판교 테크원타워 등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하반기까지 추가적으로 거래가 완료될 예정입니다.


과거와는 달라진 자산들의 매각 전략


최근 매각을 진행하는 자산들의 전략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빌딩 매각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가망 매수자들이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는지 살펴보고,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MOU를 체결하고 거래를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매도자가 자산의 매각 전략을 직접 제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매수자를 찾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심의 서울스퀘어는 임차인이었던 11번가가 이전하면서 대형 공실이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도심에는 대규모 공급이 예정되어 있고 주변에 개발 계획도 많다 보니, 공실을 채우지 못한 채 매각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마침 호텔 시장이 활황이었고, 이에 오피스를 호텔로 전환해 공실을 해소하는 밸류애드 전략을 매도자측에서 마케팅 자료로 제시했습니다.


강남 논현동의 두산건설 논현사옥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했습니다. 매수자가 매입할 경우 일부 공간을 데이터센터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며, 이를 입찰 검토자들에게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운영 담당자들이 제시하는 현실적 전략


일반적으로 매각 IM(Information Memorandum)에는 자산의 장점이나 마케팅 포인트를 정리해 가망 매수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노력이 담깁니다. 매수자들은 이를 토대로 매입 전략을 세우고 입찰을 준비했지만, 매도자가 특정 전략이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조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마케팅 자료에서 실현 가능성을 확약하는 데 따른 부담이나 추후 분쟁 가능성을 고려한 조심스러운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각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산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만 매수자들이 검토를 시작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시장에 나온 여러 자산 중 매수자의 검토 대상에 오르기만 해도 거래 성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매도자들은 매수자의 투자 판단을 돕는 다양한 전략을 제시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무엇보다 매각하는 부동산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바로 이를 운영했던 담당자들입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잠재력이나 강점은 짧은 시간에 자산을 검토해야 하는 매수자들보다 더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매수자의 검토 시간을 단축시켜 매각 일정을 앞당길 수 있고, 더 많은 잠재 매수자들에게 자산을 노출할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좋은 전략이라면 왜 직접 실행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매도자가 제시하는 전략에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반드시 짚어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그렇게 좋은 전략이라면 왜 직접 실행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산 인수 당시 해당 전략을 가지고 매입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실행에 어려움을 겪어 매각으로 이어진 경우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당시에는 부적합했으나 매각 시점에서는 경제 여건이나 환경이 달라져 실행 가능성이 높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략이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 사업 과정에서는 인허가 지연, 금융 환경 변화 등으로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입찰 과정에서 이러한 변수를 모두 검토하기에는 시간상 제약이 따릅니다. 특히 펀드나 리츠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투자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전략은 투자자 설득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매도자가 전략을 제시하는 이유는 결국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하기 위함이므로, 사업성에 대한 시각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래 가치에 대한 전망이 달라지면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눈높이 차이를 좁히는 것이 매각 성사의 관건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이제 과거처럼 단순히 매입해 보유만 하면 오르는 시대가 아닙니다. 특정 프라임급 오피스를 제외하고는, 자산만의 특별한 강점과 매력이 있어야만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검토를 시작합니다.


그만큼 시장에는 전문가들이 많아졌고, 자산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여러 차례 손바뀜을 거치며 투자 난이도도 높아졌습니다. 활용 가능한 전략들은 이미 대부분 쓰였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전략이나 운영 방식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자산운용자들이 제시하는 현실적 제안을 통해 투자를 검토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https://crletter.stibee.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퇴사자를 고객으로 만드는 회사 vs적으로 만드는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