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우리 곁에 깊숙이 자리 잡은 AI 도구들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GPT가 세상에 나온 때가 2022년 말이었는데, 몇 년 사이 제미나이(Gemini)나 클로드(Claude) 같은 경쟁 플랫폼도 여럿 등장했습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은 그동안 몇 사람이 해야 했던 업무를 단숨에 끝낼 만큼 효율이 높습니다.
취업을 위해 코딩을 배우고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같은 문서 작성 기술을 익혀야 했던 시대도 이제 저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업의 기획이나 전략 등 방향성을 잡는 사람, 그리고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업 전략이나 세일즈를 위해 정보 수집을 하고 지원하는 백오피스 인력의 업무를 AI가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
AI 도입과 이러한 변화로 인해 사무실 임차 수요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오늘은 기술의 발달이 어떤 앵커 테넌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사실 AI가 도입되기 전에도 기술 발달로 영향을 받은 앵커 테넌트는 쉽게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과거 1층을 차지하던 은행 지점들이 사라지고 점포가 2층으로 올라간 사례가 있습니다. 휴대폰의 발전으로 모바일 뱅킹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은행을 찾는 고객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 객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과거에는 증권 시세를 보러 증권사 객장을 찾는 뉴스 장면이 종종 있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대부분 주식 거래를 하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공간을 줄이고 WM 정도만 남겨두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글에서 AI 도입으로 인해 공간 사용이 많은 앵커 테넌트 3곳을 살펴보며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챗봇 도입으로 인한 콜센터 업무 감소
콜센터는 전통적으로 많은 인원을 보유하는 임차인으로, 상당한 면적이 필요한 대형 테넌트였습니다. 업무 특성상 단순 문의, 예약, 확인 등 반복적인 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런 단순·반복 질문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챗봇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콜센터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위협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챗봇을 활용하면 업무 생산성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처리하던 단순 반복 문의를 챗봇이 수행하면서, 기존 인력이 수행하던 일을 줄이는 효과는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업무가 자동화되면 추가 채용의 필요성도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시각을 달리해 볼 부분도 있습니다. 소비자의 요구사항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콜센터를 운영하는 업종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소규모 기업은 직접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콜센터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에 아웃소싱을 주면서 일정 수준의 추가 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단순 상담은 챗봇으로 처리되겠지만 챗봇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결국 사람과 직접 상담하며 해결하고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담은 단순 문의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콜센터 인력을 급격히 줄이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챗봇 서비스나 자동 ARS에 전화했을 때, 여러 차례 안내 번호를 누르며 시간을 소비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해당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뿐 아니라, 오히려 고객 이탈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콜센터 직원을 AI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기업 입장에서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2. 단순 회계 처리 업무의 종말
AI가 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단순·반복 업무입니다. 회계 업무 중 전표 입력, 장부 정리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사실 이런 업무를 실제로 하는 사람들조차 AI 도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인력이 많기는 하지만, 대체로 사무실에서 근무하기보다는 감사를 해야 하는 회사로 직접 나가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정 좌석을 축소하고 자율 좌석제와 라운지 공간을 늘리는 등 사무 공간을 효율화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미 공간 효율화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단순 회계 처리 업무가 감소하면, 공간 사용 필요성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얼마 전 뉴스에서는 공인회계사로 신규 합격한 수습 회계사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시위를 벌인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회계사 수요 예측이 맞지 않아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고도 일할 곳을 찾지 못해 수습 회계사로 남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AI 발달과 직접 연관 지을 수만은 없지만, 회계 업무 인력 채용이 줄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삼일회계법인이 부동산팀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것도, 회계법인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업계에서는 알려져 있습니다. AI 도입으로 회계 장부 정리와 분석 자체보다는 결과 해석과 개선을 위한 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시간과 자원을 더 배분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회계법인의 역할은 전략적 분석과 비즈니스 자문 등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3. 바이브 코딩으로 인한 개발 인력 효율화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생 대상 코딩 교육이 열풍이었습니다. 학원도 생기고, 창의력에 좋다며 코딩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뉴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들고자 하는 기획만 하고 방향만 제시하면 앱도 만들 수 있는 ‘바이브 코딩’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던 일들이 AI 플랫폼을 활용하면 간단히 끝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개발은 오히려 사람보다 AI가 더 뛰어난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발자 일자리에 대한 위협도 상당히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게임 개발사의 구조를 보면, 몸값이 높은 개발자를 영입하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수백 명의 코딩 인력이 필요한 인력 집약적 비즈니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 발전으로 더 이상 대형 면적의 사무 공간이 필요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강남·성수·판교에 게임사가 대형 사옥을 개발하고 임대하는 지금의 상황이 몇 년 뒤에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생성형 AI 발달로 코딩 인력이 효율화되면서, 오히려 1인 개발자가 풍부한 콘텐츠를 만드는 시기가 오고있어, 대형 면적보다는 공유오피스처럼 효율적인 공간 사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무리하며
최근 뉴스를 보면, 아직까지 기업들은 즉각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입니다. AI 발전의 영향이 ‘일자리 감소’라는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직원 수가 많아 대규모 공간을 사용하는 앵커 테넌트보다, 인원은 많지 않더라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회사가 프라임 빌딩을 사용하며 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앵커 테넌트의 유형도 변화할 것입니다.
지금은 AI의 급격한 침투로 다소 부정적인 뉴스와 변화로 인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하지만 AI 발전으로 새롭게 진입하는 회사도 생기고 성장하는 곳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전자책이 처음 나왔을 때 종이책이 없어질 것 같았지만, 오히려 요즘은 손에 잡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것이 처음에는 좋아 보여도 근본이 탄탄하다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는 혼란도 있겠지만, 분명 새로운 기회도 함께 올 것입니다. 그 파도에 올라탈 수 있도록 준비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