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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격증으로 실력을 높이는 법





나는 부동산 회사에 비전공자로 발을 들였다. 부동산 회사에는 당연히 부동산학과, 건축학과, 도시공학 등을 전공한 학사, 석사, 박사들이 포진해 있다. 그런 환경에서 비전공자가 적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그러니 업무 처리 속도나 이해도가 빠를 수 없다. 당연한 결과다. 남들보다 덜 배웠으니 말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학연으로 이어지는 선후배 관계는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그냥 누가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업무도 사람 관계도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회사를 다니다 보니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대충 회사 생활을 할 것인지 아니면 남들을 따라잡을지 말이다. 그때 나는 두 가지를 놓고 고민했다. 학력이냐 자격이냐? 그 말은 대학원을 가느냐 아니면 자격증을 따느냐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사실 쉬운 방법을 택하려 했다. 상대적으로 학업 부담이 적은 야간 대학원을 가서 학력 세탁을 하는 방법이었다. 주변의 선배들도 그렇게 하는 분들이 많았고 부동산업을 하는데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대학원을 만만하게 생각하다 2곳에 면접을 봤고 보기 좋게 떨어졌다. 어쩌면 나에게는 전화위복이 되었는지 모른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뭔가 해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전략을 바꿨다. 자격증을 따서 진짜 실력을 키워보는 것으로 전환했다. 대학원에 가는 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다만 학벌을 무시 못 하는 우리나라 풍토를 제외하면 모든 게 완벽했다. 내가 원할 때 공부를 해서 남들이 먼저 앞서간 길을 따라잡기에는 자격증이 제격이었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특별히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시험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회사를 다니면서 아래와 같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반운용전문인력(투자자산운용사)
부동산자산운용전문인력
부동산개발전문인력
재무위험관리사(국내)
LEED AP

이 정도 자격으로 비전공자의 공백을 채우고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동산업에서 중요한 자격증인 공인중개사는 없다. 어떤 자격증은 사실 돈만 있으면 충분히 딸 수 있는 자격증도 있다. 그런 것들은 조금 미뤄뒀다. 자격증에 대해서 찾아보고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만 먼저 도전했다.

그렇게 내가 학력을 포기하고 자격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느낀 몇 가지 점들을 말해보려 한다. 즉, 부동산 업무를 하기 위해 어떻게 자격증을 준비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다. 다양한 자격증들 중에 나에게 맞는 것을 확인하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도전하면 좋은지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하고 싶다.

관리되는 자격증

자격증은 보통 협회에서 관리하거나 이를 주관하는 기관이 있다. 이를 잘 살펴보면 돈벌이를 위해 자격증 파는 곳들이 있다. 관리가 잘 될 리가 없다. 그런 자격증은 과감히 패스하도록 하자. 좋은 자격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정 자격 인원을 유지하고 자격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지 잘 살펴보자. 회원들 간의 네트워킹이나 재교육, 교류 활동이 왕성한 것일수록 좋다. 신설 자격증이나 신규 협회에서 만들어진 것들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자격 인원을 늘리기 위해 시험을 쉽게 내거나 자격증 발급을 남발한다면 따봤자 소용없는 자격증이다. 그냥 개근상 하나 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낫다. 쉽게 딴 자격은 쉽게 사라진다.

해외 또는 국내

해외 자격증이냐 국내 자격증인지도 중요하다. 영어가 돼서 외국 자격증을 따면 좋지만 국내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회사의 상황이나 필요에 의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나는 미국 친환경 인증 자격을 학습을 위한 목적으로 취득했다. 한때 인기 있는 자격이었지만 사실 내가 굳이 딸 필요까지는 없었다. 다만 내가 하는 프로젝트가 LEED 인증을 받고 있어 궁금해서 취득했다. 객관적으로 크게 도움은 되지 않지만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야와 해외의 건축 동향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외 자격증은 일단 응시료가 비싸다. 그뿐만 아니라 자격 유지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까다롭다. 게다가 당연히 영어로 출제되어 시험과 언어 두 가지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한다. 희소한 자격이 될 수도 있고 남들에게 자랑하기는 좋지만 비용이나 효과 면에서 잘 따져봐야 한다.

법에서 요구하는 것

자격증의 효용은 그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데 있다. 즉, 부동산 관련 법규에서 이런 사람은 꼭 몇 명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을 취득하는 게 좋다. 필수인원이 되면 남들보다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소한 법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취득하는데 전념하는 게 좋다. 무엇부터 따야 할지 모르겠다면 법에서 정한 자격부터 취득하자.

부동산에서는 투자자산운용사, 부동산자산운용전문인력, 개발전문인력 등을 법에서 정한 일정 수의 인원을 보유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래서 자격증의 효용이 있는 것이다. 자기만족도 중요하지만 처음엔 법부터 만족시키는 게 좋다.

시간과 경제적 효용

직장을 다니면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면 선비처럼 공부하고 느긋하게 자격을 따면 된다. 하지만 회사원이 되고 나면 모든 게 바쁘다. 내가 처한 환경에서 가장 적정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좋다. 그것도 떨어지지 않고 단 한 번에 따야 좋다.

나도 시험을 보다 떨어져 봐서 잘 안다. 떨어지고 나면 수험서를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리고 계속해서 미루게 된다. 그렇게 안 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시험은 단번에 통과를 목표로 해야 한다. 회사원에게는 유혹의 시간이 너무도 많다. 맛있는 음식과 동료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과 바꾸는 일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러니 결심을 했으면 조금 참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도 술 마시고 놀 시간은 충분하다.


나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할 생각이 있다. 또 여건이 되면 대학원에도 갈지도 모르겠다. 부동산업계에 비전공자로 들어와서 아직까지는 유효한 지식을 습득했고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곳에 분명 좋은 기회도 숨어있을게 분명하다. 그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 나는 평생학습을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격증은 앞으로 다가올 지식이 아닌 과거의 지식을 테스트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래 지향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한다. 부동산은 워낙 다양한 것에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것을 배워 적시에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런 능력이 있어야 기회가 진짜 기회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학력과 자격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곳에 머물고 정체되지 않는 것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평생학습을 할 준비를 해보도록 하자. 누가 시켜서 하는 것 말고 스스로 해야 한다.


https://youtu.be/y3MK_8waqlA


http://www.airklass.com/k/BNVXE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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