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에서 1년 살기
상수동 일기④
연일 땡볕.
작업실 넓은 창으로 정오의 나른함이
꾸벅꾸벅 졸음을 동반하고 와서는
똑.똑. 노크를 해댔지만
툭.툭. 그 하품을 먼지털듯하고
토정로 동네 골목 산책에 나섰다.
상수역에서 홍대입구를 거쳐 합정으로 이어지는 ㅁ자 코스.
후텁한 습기에 가슴이 턱 막히고 티셔츠 속에서는
땀들이 아우성치며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내렸지만
발만큼은 내 몸 맨 아래에서 자유로이 꼼지락 거렸다.
그렇게 맨발이 입은 footwear 슬리퍼 하나가
느릿느릿 골목 여행자에게 벌거숭이 호사를 시켜줬던 하루.
2021.08.10.
C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