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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 주모 Dec 04. 2023

와이너리 방문기 - Henri Giraud


저는 현재 프랑스 현지에 거주하며,

와인과 관련된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노자입니다.

관련 학업을 이 곳에서 마치고 직장을 구해 격동의 코로나 시기를 거쳐

지금껏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상을 밝히고 싶지는 않아 자세한 설명이 힘든 것은 양해바랍니다.)


와인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에 사는만큼

도처에 양질의 정보가 넘쳐나는 점은 아주 즐겁고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미천한 일개미의 머리로는 그 다양한 정보들을

항상 스쳐가듯 짧은 메모로만 기억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완벽하게 받아들이고 흡수하지 못하던 점이 못내 항상 아쉬웠던 터라,

이번 기회에 찬찬히 정리도 할 겸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Henri Giraud

(r을 영어와 다르게 발음하는 불어의 실제 발음은

한글로 표현하자면 엉히 지호에 가깝습니다) 


Giraud 가문의 일원이기도 한

직원의 안내를 받는 투어의 시작은 간단한 역사부터 시작합니다. 


Domaine Familial 가족 단위로 경영되는 하우스인만큼 내부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고,

오랜시간 하우스의 역사와 함께한 고목 아래서 간단히 설명을 듣는 광경이 퍽 소박했습니다.


역사


샹파뉴 앙리 지로의 역사는 재밌게도 하우스 이름의 Giraud 가문이 아닌 Hémart 가문에서 시작됩니다.

샹파뉴 지방의 손꼽히는 아펠라시옹 아이 Aÿ 지역에서 1625년부터 와인을 제작하던 Hémart 가문의 젊은 여성이 Léon Giraud 레옹 지로, 우리가 아는 그 성씨를 가진 인물과 혼인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사위로써 점차 하우스의 업무를 맡기 시작합니다.  당시 최신 기술로 알려졌던 포도나무 접목 기술을 도입하는 등 필록세라의 피해와 같은 위기에 맞서며 본격적인 샴페인 하우스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이 하우스의 이름 역시 Giraud가 차지하게 됩니다.


현재는 가문의 12대손인 Claude와 아들인 13대손 Emmanuel이 함께 경영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투어 도중에 Claude와는 파리에 자주 가는 한식당을 언급하는 등 유쾌한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철학

Ne rien s’interdire, ne s’obliger à rien,

Faire du bon vin naturellement. - Henri Giraud


벽면에 쓰여있는 이 글귀는 앙리 지로의 철학 전체를 관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글로 직역을 하자면,

‘ 아무것도 금하지도, 강요하지도 말라. 그저 자연스럽게 좋은 와인을 만들자.’ - Henri Giraud

언뜻 보면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제초제와 화학 제품 사용 등의 인위적인 방법을 최대한 피하고 자연 그대로에서 오는 맛과 향을 표현하려는 그들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조 과정

앙리 지로는 2016년 이래로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의 사용을 중단하고, 사진과 같이 사암을 구운 달걀 모양의 암포라에서 1차 발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 Aÿ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에는 여러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백악질 (Craie), 불어로 멘톨의 느낌이 난다는 표현인 Mentholé, 프랑스 리큐르 중의 파스티스 Pastis의 원료인 Anis의 뉘앙스 그리고 Salinité 염도, 짭짤한 맛 등이 주로 꼽히는 특징들입니다. 이 특징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암 암포라가 적합하고 판단하고 지금까지 적용해오고 있습니다. 


와인의 시초로 추정되는 곳 중 한 곳인 조지아에서 기원한 사암 암포라는 내부 와인의 순환을 돕는 기능이 있습니다.  와인과 불어로 Lie라고 명칭하는 포도주의 찌끼의 접촉을 최대화 한다는 장점이 이 순환을 더욱더 극대화 합니다.


앙리 지로에서 현재 사용하는 사암 암포라는 모두 조지아에서 수입을 해 오고 있습니다. 


떼루아 (Terroir)


앙리 지로가 위치해 있는 아이 Aÿ는 323 개의 샹파뉴 빈티지 중 17개만이 선정된 그랑크뤼 (Grands Crus) 아펠라시옹 중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도 앙리 지로가 소유한 밭은 80%가 언덕 (Coteaux) 그리고 20%가 Bas de coteau 불어로 바드꼬또라고 지칭하는 언덕 아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샹파뉴 지방은 구역마다 워낙에 각각의 독특한 떼루아를 자랑하고, 그리고 그것이 각 하우스 만의 차별된 샴페인 맛을 이끌어내는데, 아이 Aÿ 마을의 특징은 백악질의 토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Aÿ는 샹파뉴 지역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공식적으로 Vallée de la marne로 분류됩니다. 앙리 지로에서 사용하는 모든 품종은 아이 Aÿ에서 옵니다.



앙리 지로가 소유한 밭은 지하 200m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석회질 (Calcaire), 점토질 (Argile)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피노누아를 재배하는 밭의 토양은 점토질입니다.


 Aÿ 마을의 대표적인 포도 품종은 피노누아입니다. 그 다음으로 샤르도네의 비중이 뒤를 이으며 뫼니에는 재배되지 않습니다.



Forêt d’Argonne

아르곤 숲 Forêt d’Argonne의 오크통은 앙리 지로의 가장 큰 특징이며, 약 2시간 가량 소요된 투어의 일정 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설명을 했던 부분입니다. 


아르곤 숲은 ‘축축한 땅’을 의미하며 해면암(Gaize) 및 퇴적작용으로 생성된 규산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미네랄이 부족한 토양에서는 오크나무가 아주 천천히 자라고 매우 촘촘한(concentré) 섬유질을 형성하는데, 이는 와인 숙성에 있어서 놀라울 만큼의 정밀함을 가져옵니다. 또한 천천히 자라는 오크나무에서는 지나치게 강한 오크향과 산화된 뉘앙스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앙리 지로에서 사용할 오크통(fût de chêne) 제작 과정의 기본 철학은 오크나무에도 적용하는 떼루아입니다. 포도밭을 세분화하여 고유의 떼루아를 표현하는 와인처럼, 오크 나무 자체에도 아르곤 숲이 가진 기후, 토질에 따라 구획을 나눠, 각각 다른 구획에서 자란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아르곤 숲에서 난 오크통에서의 발효 및 숙성을 고집하는 앙리 지로 샴페인은 섬세하고 정교한 오크 풍미가 배가되어 포도의 아로마와 섬세함을 그대로 보존합니다.


앙리 지로는 아르곤 숲 Forêt d’Argonne과 함께하는 도멘 중 가장 크며, 제가 알기로는 이렇게 오크나무의 원산지까지 구별하여 사용하는 생산자는 앙리 지로와 보르도 지역의 샤토 라뚜르 Château La Tour 단 두 곳 뿐입니다.


5,500 헥타르에 이르는 아르곤 숲 Forêt d’Argonne에는 10개의 테루아가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를 예를 들자면 Châtrices라고 불리우는 떼루아는 미네랄리티(Minéralité)와 힘(Tension)이 특징입니다. 이외의 다른 9가지 떼루아에도 각각의 특징이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뚜껑은 와인이 가득한 수영장으로 향하는 문입니다. 이 문 아래에는 샴페인 제조에 필수인 Vin de réserve를 보관하는 지하 큐브가 위치해 있으며, 이녹스 소재의 큐브입니다. 사진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90년부터 2021년까지 31년동안의 모든 빈티지를 혼합한 와인입니다.


같은 나무 한 그루에서 나온 각기 다른 층으로 만든 오크통으로 실험중이라고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돼지국밥을 만드는데 머릿고기, 목살, 삼겹살 등 각각 다른 부위로만 만들어 보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나무의 윗층에서 나온 오크통은 좀 더 가볍고 하늘하늘한 스타일, 아래 층의 오크통은 좀 더 풍성하고 구조감 있는 와인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메항 Merrain - 메항이란 오크통에 한 줄이 되는 널빤지를 의미하는데, 메항 하나가 오크통의 한 줄이 됩니다. 나무 한 그루로 보통 4-5개의 오크통을 제작합니다. 보통 새로운 오크통은 10리터의 와인을 빨아들인다고 합니다.



테이스팅

Champagne Henri Giraud Aÿ Grand cru Fût de Chêne Brut MV 18


피노누아 80 % / 샤르도네 20 %

4-5년된 오크통에서 4년간 숙성하였으며, 도자쥬 (Dosage)는 리터당 5g 입니다.

100 % 젖산 발효입니다.


이 와인은 18이라는 숫자도 있지만 사실은 멀티빈티지 와인입니다. 불어로 Millésimé라고 하는 빈티지 샴페인은 수확한 특정 해의 포도로만 만들어 집니다. 그런데 멀티빈티지와 18년도 특정 연도의 조화라니.. 처음엔 물음표가 가득했습니다.

메인이 18년도에 수확한 빈티지이며 약 30 %가 모든 빈티지가 섞인 Vin de réserve이기에 멀티빈티지 18이라는 독특한 명칭이 붙게 되었습니다.


플루트가 아닌 일반 화이트 와인잔과 유사한 잔에 따라 시음을 했으며,

구수함, 구수한 향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산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탄산 (Bulle)이 굉장히 부드러웠으며,혀로 넘어간 뒤로 터져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구운 빵, 브리오슈, 헤이즐넛, 사과, 배, 살구, 오크, 버터, 바닐라, 미네랄, 꿀, 스모키한 뉘앙스 등이 느껴졌습니다.


Champagne Henri Giraud Esprit Nature (MV)


피노누아 80 % / 샤르도네 20 %

새 오크통에서 2년간 숙성하였으며, 역시 30%는 모든 빈티지가 섞인 Vin de réserve입니다.


이전의 잔보다는 조금 작은 기본 화이트 와인 잔에 따라 마셨으며,

이전의 와인과 같이 품종의 비율은 같습니다.


Assemblage 비율은 같지만 확실히 앞서 마셨던 MV가 확실히 진했고,

카라멜, 오크터치, 탄산감이 더 연했습니다.

청사과, 배, 구운 빵, 브리오슈, 헤이즐넛,시트러스류, 견과류, 꿀, 미네랄, 효모, 오크, 바닐라 등의 뉘앙스가 느껴졌습니다.


Champagne Henri Giraud Hommage Au Pinot Noir Aÿ Champagne


피노누아 100 %

꺄브(Cave)에서 3년간 숙성하였으며, 2-3달 늦게 병입을 합니다.


첫 번째에 사용한 넓은 잔을 사용하였으며,

피노누아의 힘찬 느낌과 백악질에서 오는 미네랄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드러운 지게미(Lie fine)와 직관적이며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느낌이 강했고,

이오드 향(iodé)도 조금 느껴졌습니다.

피노누아 100% 답게 붉은 과실들, 구수한 향이 우세했으며,

그렇지만 너무 묵직하지 않고 산미도 치며, 침샘을 자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드러운 타닌(tanin souffle)도 느껴졌으며

구운 빵, 브리오슈, 아몬드, 청사과, 배, 시트러스, 미네랄, 꿀, 바닐라, 카라멜, 오크, 크림, 효모, 붉은 과실향 등이 느껴졌습니다.


Champagne Henri Giraud Blanc de Craie


샤르도네 100 %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 샴페인이며, 색부터 아주 연했습니다.

사과, 시트러스, 배 등의 상큼한 과실향이 지배적이었으며,

향은 줄곧 구수한 느낌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블랑 드 블랑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입에서 너무 달게 느껴졌습니다.

향은 제일 향긋했으나 맛은 개인적인 선호와 가장 거리가 있었습니다.

청사과, 배, 시트러스, 라임, 구운 빵, 브리오슈, 아몬드, 꿀, 미네랄, 크림, 효모, 요구르트, 버터, 바닐라 등의 뉘앙스가 느껴졌습니다.


Champagne Henri Giraud Dame-Jane Rosé Champagne


매해 상황에 따라 Assemblage 비율이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샤르도네를 5-15 %를 사용하며(Maximum 15%)

가끔은 피노누아 100 %로 생산하기도 합니다.

암포라에서 100 % 숙성을 했습니다.


기본 잔을 이용하여 시음했으며,

앞서 마셨던 Hommage Au Pinot Noir 오마주에서

나무향이 더 진해진 버젼의 느낌이었습니다.

토마토 향이 스치는 듯 했는데 (오븐에 구운)토마토, 치즈, 베이컨 등과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딸기, 산딸기 등의 붉은 과실향, 오렌지, 자몽, 바닐라, 오크, 크림, 효모, 치즈, 비스킷, 구운 빵, 스모키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Henri Giraud Solera Ratafia Champenois


피노누아가 Assemblage 구성의 주를 차지하며,

솔레라 (Solera) 시스템으로 양조된 샹파뉴 지역의 주정강화주입니다.

병에 기재된대로 1990년부터 2016년까지의 빈티지가 섞인 Solera 90-16

하타피아 Ratafia 였습니다.

솔레라는 3년의 갭으로 출시되며,

개인적으로 2020년에 마셨던 Ratafia는 Solera 90-13이었으며,

투어 방문 때 마셨던 Ratafia는 Solera 90-16이었고,

다음 출시 될 Ratafia는 Solera 90-19입니다.


20년에 마셨던 Ratafia에 강렬한 기억이 있었는데,

당시 20년 된 럼을 추가한 프랑스 디저트 바바오럼(Baba au Rhum)을

함께 먹었는데, 완벽한 페어링으로 기억될 만큼 황홀한 조합이었습니다.


무화과, 건포도, 말린 살구, 견과류, 꿀, 오렌지, 마멀레이드, 카라멜, 초콜렛, 크림, 계피, 민트, 백후추 등의 뉘앙스가 느껴졌습니다.


끝맺으며.

 투어를 진행하면서 상세하고 사려깊은 설명도 너무 좋았지만 투어의 꽃인 테이스팅 시에 너무나도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퀴베(Cuvée)를 다 맛 볼 수 있었고, 양도 넉넉해 이후에 잡혀 있던 다른 하우스의 방문 일정을 취소할 정도였습니다..

피노누아로 유명한 Aÿ 마을인만큼, 구수한 구운 빵, 견과류 등의 향이 두드러졌으며 그 와중에 산미를 잃지 않는 밸런스가 놀라웠습니다. 보통 여타 하우스에서는 양조 과정이나, 밭에 대한 설명이 주였는데, 오크에 관한 설명이 길었던 점이 신선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주변의 인연으로 업계 종사자 신분으로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종사자 이외의 일반 투어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불어로 학업 과정을 마치고 현업도 프랑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관련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 대응하는 한국말이나 영어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최대한 감안해서 기록했지만 혹시나 틀린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혹 궁금한 점이 있으면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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