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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 주모 Dec 05. 2023

와이너리 방문기 - Jacques Selosse

저는 현재 프랑스 현지에 거주하며,

와인과 관련된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노자입니다.

관련 학업을 이 곳에서 마치고 직장을 구해 격동의 코로나 시기를 거쳐

지금껏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상을 밝히고 싶지는 않아 자세한 설명이 힘든 것은 양해바랍니다.)


와인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에 사는만큼

도처에 양질의 정보가 넘쳐나는 점은 아주 즐겁고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미천한 일개미의 머리로는 그 다양한 정보들을

항상 스쳐가듯 짧은 메모로만 기억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완벽하게 받아들이고 흡수하지 못하던 점이 못내 항상 아쉬웠던 터라,

이번 기회에 찬찬히 정리도 할 겸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Jacques Selosse

자크 셀로스 Jacques Selosse는

가타부타 설명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저명한

RM 샴페인 도멘입니다.


일반적인 사실이나 좀 더 상세한 설명 등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찾을 수 있으므로 투어에서 들은 내용과 프랑스 내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간략한 설명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Le Domaine Jacques Selosse는

la Côte des Blancs 의 Avize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가족경영 도멘으로,

Avize, Cramant, Oger, Le Mesnil sur Oger, Aÿ, Mareuil-sur-Aÿ,

그리고 Ambonnay 마을에 걸쳐 총 8헥타르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습니다.


1964년, 그의 부모님이 첫 와인메이킹을 시작했고, 10년 뒤, 아들인 Anselme가 도멘에 뛰어들어 포도 나무 재배와 포도주 양조 방법을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르고뉴 본의 와인 고등학교에서 포도 재배 및 양조학 분야의 학위를 취득한 후 1974년에 가족 소유의 도멘에서 첫 수확을 했습니다.


그는 1980년에 아내 Corinne과 함께 공식적으로 아버지로부터 도멘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런 다음 해당 도멘은 자체 브랜드로 연간 12000병을 생산하지만 여전히 수확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의 포도를 Lanson 및 Roederer에 판매했었습니다. 부르고뉴의 다양한 도멘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Coche-Dury, Leflaive 및 Comtes Lafon 등 전설적인 와인메이커들과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제조 기술을 샴페인 메이킹에 적용한 최초의 와인 메이커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기도 합니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는 배워온 방식대로 양조를 해 왔지만, 2002년 부터는 일반적인 방식을 취하기 보다는, 자연에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믿으며 거리를 두게 됩니다. 자연농법을 중시하는 후쿠오카 마사노부(Masanobu Fukuoka) 박사를 직접 만난 후 부터는 그의 지론과 퍼머컬쳐 (permaculture)의 컨셉을 양조에 적용하게 됩니다.


*Permaculture : 인간 규모로 관리 가능한 생태계를 재구성하기 위해 많은 보완적인 식물 종을 사용하고

야생 동물의 도움을 받아 유지 및 관리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농업 형태를 뜻합니다.

“Primum non nocere”.

해를 끼치지 말라.


이 라틴어 구절은 자연에 가장 큰 파괴를 일으키는 요소는 인간이므로 우리는 가능한 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 도멘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을 관통합니다. Anselme은 이러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는 데

투어의 대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재밌게 표현한 몇 가지 발언들을 꼽아보자면, 

"자연을 거스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두는 편입니다,

걱정할 시간에 잠이나 더 자겠습니다."

"나는 자연을 고칠 필요가 없습니다."

"포도를 키우는 건 아이를 키울때랑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내 맘대로 강요할 수 없고 컴퓨터처럼 딱딱딱 맞아떨어지게 키울 수 없습니다."

“행동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중요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는 자연을 믿습니다. 자연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숲은 나의 모델이에요. 그것은 식물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 방법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무엇을 했을까요?

우리는 그저 그것이 자라는 것을 지켜봤을 뿐입니다.”

“와인 제조에서는 아무것도 첨가해서는 안 됩니다. 포도의 정체성과 특성은 포도 주스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숲은 가장 아름다운 생태계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착취하지 않고 단지 수확하며 그것이 제공하는 것을 가져갈 뿐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그의 샴페인들 덕분에 그는 « Revue du vin de France »에서 1993년과 2017년에 « 올해의 와인메이커 »로 두 번 선정되었는데, 이는 잡지 역사상 유일무이한 일입니다. 1994년에 Gault et Millau는 그를 모든 부문에서 “최고의 프랑스 와인 메이커”로 지명하는 전례 없는 영예를 안겨 주었습니다.


지난 20년간 Selosse 가족은 와인양조법 외에도 상황에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자체 재배 시스템을 정립해 왔습니다. 포도밭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와인메이커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Anselme와 아들 Guillaume은 그들 스스로를 다만 수확자라고 자칭합니다. 아버지 Anselme에 이어 그의 아들 기욤 (Guillaume)은 2012년부터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며 자신의 와인에 진정한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어 도중에 별도로 배럴 테이스팅을 진행하던 Guillaume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현재는 양조에 관한 전반적인 운영은 본인 Guillaume이 실질적으로 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재배 중인 포도밭은 총 8.3 헥타르 이상에 달하며, 1922년 (평균 수령 55년 이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포도나무 등 다양한 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포도나무는 총 54개의 부지에 분산돼 있으며, 대부분이 그랑크뤼로 분류된 떼루아에 위치해 있습니다. 7.3 헥타르에 달하는 주요 포도 품종인 샤르도네는

주로 Avize의 Côte des Blancs에 위치 하고 있지만 Cramant, Oger 및 Le Mesnil-sur-Oger 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1 헥타르에 달하는 피노누아는 Aÿ, Mareuil-sur-Aÿ (Premier Cru 99%) 및 Ambonnay 등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7만 그루 이상의 샤르도네 포도나무와 9500그루 이상의 피노누아 포도 나무가 포함됩니다.) 2010년부터 “Lieux-Dits” 등 다양한 퀴베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6개의 단일 구획 (Parcelle) 퀴베

(각각 해당 퀴베가 나온 구획의 이름이 있음)는 각기 다른 마을에서 생산됩니다.


테이스팅

Initial Blanc de Blancs Brut Champagne GC « Avize »


첫 느낌은 바닐라, 효모, 크림, 버터, 오키한 뉘앙스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느껴졌고, 블랑 드 블랑답게 산미가 돋보였습니다. 오크향이 돋보이는 블랑 드 블랑은 흔치 않은데, 이런 부드러운 느낌이 신선했고, 마치 잘 만든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에 탄산이 추가된 느낌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Anselme의 부르고뉴 식 양조법에서 비롯된 풍미로 느껴졌습니다.


느껴진 아로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배, 청사과, 구운 빵, 브리오슈, 아몬드, 견과류, 꿀, 미네랄, 시트러스류, 레몬, 자몽, 오크, 버터, 캬라멜, 치즈, 효모, 크림 -열대과일, 파인애플, 망고, 풀, 짚, 계피, 아카시아, 자스민, sureau, 건살구, 건포도, 서양자두, 딸기, 산딸기, 체리


Lieux dits Les carelles Blanc de Blancs,

Extra Brut Champagne GC « Le Mesnil-sur-Oger »


이전의 Initial보다 좀 더 오키한 느낌이었고, 산미 또한 더 세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Selosse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리덕션 향이 느껴졌습니다. 탄산감이 금방 사라진 듯 하고, 그래서인지 더욱 더 일반 스틸 화이트와인처럼 느껴졌습니다.


느껴진 아로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네랄, 스모키, 꿀, 구운빵, 브리오슈, 헤이즐넛, 사과, 배, 살구, 오크, 버터, 캬라멜 -레몬, 자몽, 망고, 패션후루츠, 아카시, 계피, 아니스, 감초, 토마토, 짚, 산딸기, 체리


Lieux-dits Le Bout du Clos Extra Brut Champagne GC

« Ambonnay »


100% 피노누아

마찬가지로 탄산이 빨리 죽는 느낌이었고, 리덕션 느낌이 나며 다 마신 잔에서 새 오크향이 아주 강하게 났습니다.


느껴진 아로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과, 배, 살구, 꿀, 스모키, 미네랄, 구운빵, 아몬드, 브리오슈, 레몬, 오렌지, 버터, 카라멜, 오크, 크림, 효모, 치즈, 계피, 민트, 딸기, 산딸기, 장미수, 아카시아, 카모마일, 건살구, 건포도


Lieux-dits La Côte Faron Extra Brut Champagne GC « Aÿ »


100% 피노누아

계속 일관적으로 리덕션 느낌이 나면서 앞의 와인들보다는 피노누아답게 더 구수한 맛이었습니다. 끝맛은 산미가 돋보였습니다.


느껴진 아로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네랄, 견과류, 꿀, 사과, 배, 살구, 오크, 바닐라, 카라멜, 브리오슈, 아몬드, 헤이즐넛, 크림, 효모, 치즈, 레몬, 오렌지, 파인애플, 망고, 민트, 감초, 후추, 건살구, 건포도, 말린꽃, 아카시아, 히비스커스


Substance Blanc de Blancs Brut Champagne GC « Avize »


Anselme이 말하길, 보통 나머지는 15-16도를 추천하는 다른 퀴베들과 달리 적정 시음온도가 18도라고 하여, 잔을 손으로 데워서 마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게 느껴졌으며, 향긋하고 산미는 제일 낮았고, 밸런스가 돋보였습니다. 끝으로는 스모키한 뉘앙스가 느껴졌습니다.


느껴진 아로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꿀, 스모키, 미네랄, 사과, 복숭아, 살구, 구운빵, 브리오슈, 아몬드, 오크, 버터, 카라멜, 레몬, 자몽, 아카시아, 자스민, 말린 꽃, 건살구, 건포도, 민트, 감초, 계피, 망고, 파인애플, 짚, 석류, 체리, 산딸기


Jacques Selosse Champagne Brut Rosé


도자쥬는 리터당 1,3 g. 94% 샤르도네, 6% 피노누아

구수한 느낌이 강하고 맥반석 달걀향과 같은 리덕션 뉘앙스가 강하게 났습니다. 끝맛은 도쟈쥬 비율이 낮아서인지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느껴진 아로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딸기, 산딸기, 오렌지, 붉은 오렌지, 미네랄, 버섯, 꿀, 구운 빵, 브리오슈, 헤이즐넛, 사과, 복숭아, 살구, 크림,

효모, 치즈, 오크, 바닐라, 카라멜, 백합, 쟈스민 등 흰꽃, 팔갹, 계피, 서양자두, 건살구, 무화과, 루바브, 아스파라거스, 파인애플, 패션후르츠


끝맺으며.


각자의 샴페인 하우스의 개성이 다양하다고 느껴졌던 투어였습니다. 보통 양조법이나 특징을 들을 수 있었던 다른 하우스들과는 달리, 투어의 대부분이 Selosse의 철학에 관해 설명을 하는 데 할애되었습니다.

투어를 진행하는 Anselme의 자연스러운 옷차림에서부터 자연에 많은 것을 맡기는 그들의 컨셉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퀴베를 시음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병입 후 숙성을 거치지 않은 출시 전 샴페인들이었기에, 출시 이후의 안정화된 샴페인들과는 분명하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산미가 튀는 느낌이었는데, 이러한 느낌은 안정화를 거치며 더욱더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Selosse는 호텔 투숙객에 한해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투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인연으로 갔던 터라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은 관계로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었습니다..) 영어통역도 추가적으로 금액을 지불하면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한국인 투어 참가자가 다수 있었는데, 그만큼 유명세에 비해 투어의 문턱이 그리 높지 않아 관심이 있는 분들은 방문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대부분의 퀴베를 판매하고 있으니, 지갑의 두께와는 상관없이 다양한 퀴베를 경험하고싶으신 분들께도 좋은 기회일 듯합니다. 다만 주변에는 정말 샴페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PS. 근방에 교통이 불편해서 콜택시를 이용했는데, 우연히 이전에 만났던 기사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그 중 Je bois pas de l’alcool. Je bois que du champagne.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다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는 내내 웃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본인의 딸이 샴페인에다 세례를 받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듣고는 역시 샹파뉴 사람이구나라고 웃음꽃을 피우며 즐겁게 귀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불어로 학업 과정을 마치고 현업도 프랑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관련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 대응하는 한국말이나 영어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최대한 감안해서 기록했지만 혹시나 틀린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혹 궁금한 점이 있으면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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