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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son

by 파리 주모

저는 현재 프랑스 현지에 거주하며,

와인과 관련된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노자입니다.

관련 학업을 이곳에서 마치고 직장을 구해 격동의 코로나 시기를 거쳐

지금껏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상을 밝히고 싶지는 않아 자세한 설명이 힘든 것은 양해 바랍니다.)


와인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에 사는 만큼

도처에 양질의 정보가 넘쳐나는 점은 아주 즐겁고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미천한 일개미의 머리로는 그 다양한 정보들을

항상 스쳐가듯 짧은 메모로만 기억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완벽하게 받아들이고 흡수하지 못하던 점이 못내 항상 아쉬웠던 터라,

이번 기회에 찬찬히 정리도 할 겸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Jacque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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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역사


대부분의 작업이 끝나 고요했던 Dizy 마을에 위치한 Maison Jacquesson은

유구한 역사와 자자한 명성에 비해서는,

무심코 지나가면 절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겉모습은 소박했습니다.


Jacquesson은 1798년 창립자 Claude Jacquesson과 그의 아들 Memmie에 의해 창립되었습니다.

창립 이후 뛰어난 품질과 함께 급속한 성장을 지속해 갔는데,

그 성장의 가도는 당시 권력의 정점, 나폴레옹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으며 더욱더 극에 달했습니다.

직접 Jacquesson의 양조장까지 방문할 정도로 애호가였던 나폴레옹은

자신의 결혼식에 웨딩 샴페인으로 사용하고,

1810년 Medaille d'or 영광스러운 금메달까지 수여하며 그 애정을 과시하였습니다.

1867년, 당시에는 놀라운 수치였던 연간 100만 병을 출하하며 정점에 이르던 Jacquesson의 위세는

뛰어난 양조기술과 동시에 기발한 발명기술을 선보였던

Adolphe Jacquesson의 죽음과 함께 빛을 바래기 시작합니다.


그 이후 하우스의 소유권이 수차례 바뀌며 옛 명성이 희미해져 갈 때쯤,

Chiquet 가문이 인수하며 다시 한번 힘을 내게 됩니다.

포도의 구매를 중단하고 스스로 경작한 포도밭에만 집중하고,

700 vintage를 출시하며 다시 한번 샴페인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22년 12월 기준. Château Latour, Champagne Henriot 등을 소유한

억만장자 Francois Pinault의 Artémis 그룹에 인수되었습니다.


샴페인 코르크를 고정하는 철사인 머즐 le muselet을 개발하기도 하였고,

크룩 하우스의 창립자 Johann-Joseph Krug이 본인의 하우스를 창립하기 전

양조를 배우기도 했던 Maison Jacquesson이

샹파뉴 지역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담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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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


하우스가 있는 곳은 Dizy (Premier Cru) 마을이지만,

다른 하우스들과 마찬가지로 샹파뉴 지역 여러 곳에서 포도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Grand Cru 밭인 Aÿ 에서는 피노누아를 재배하며

Côte des Blancs의 Avize에서는 샤르도네를 재배합니다.

그리고 Oiry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Premier Cru 밭으로는 Dom Perignon 이 있는 Hautvillers,

그리고 하우스가 위치한 Dizy 마을에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전체 밭의 규모는 모두 약 36 헥타르 정도가 되고

Jacquesson 하우스의 품종별 재배 비율은 샤르도네 Chardonnay 50%,

피노누아 Pinot Noir 15%, 뫼니에 Pinot Meunier 15%이며

자크송의 샴페인은 아름답고 섬세한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여타 대다수의 샴페인 하우스에서는 볼륨, 즉 많은 생산량을 지향하지만

자크송은 생산량을 줄이고 퀄리티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포도나무의 높이도 많이 낮은 편이며, 어린 가지를 치고 고목을 관리하여

concentration (농축/집중)에 집중합니다.


유기농 재배법을 따르며 그렇기에 자연적으로 le Mildiou (노균병) 같은 병충해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밭에 똑같이 적용하는 천편일률적인 방법이 있다기보단

Une Parcelle (구획)마다 재배방법이 조금씩은 다르다고 합니다.

생산량은 모든 퀴베 통틀어 연간 약 250,000 병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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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son의 특징 중 하나는 Vendange manuelle (손으로 수확)인데

적포도 품종은 무르면 침용이 시작되기 때문에 (ça commence à macérer)

보통 손으로 조심해서 직접 따는 편입니다.

기계도 어느 정도 사용하지만 그 방법은 포도를 많이 상하게 하고 (ça abîme beaucoup raisin),

줄기 등에서 오는 풋내(végétal 향)가 더 많이 나기 때문에 지양한다고 합니다.

많이 프레스(강하게 압착) 할수록 베제탈 향이 강한데,

자크송의 방식대로 하면 훨씬 더 섬세하며 식물성 풋내를 좀 더 줄일 수 있다고 전합니다.

(Beaucoup plus délicat, fin, moins végétal)

Jacquesson은 자신들의 특징적인 양조방법,

Vinification sous bois (직역하자면 나무 아래에서의 양조 정도의 뜻입니다.)

발효된 주스는 오크통에서 1년 숙성을 거치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인해 와인이 공기에 노출되기에 산화에 강해지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리고 숙성 시에는 오래된 오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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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son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NV 샴페인이지만

매년 넘버링을 통해 이름이 바뀌는 Cuvée 700 시리즈입니다.

매년 바뀌는 밀레짐 넘버링을 통해 해당 밀레짐의 특성이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함으로

보통 80%는 해당 연도의 와인 베이스 그리고 20%는 Vin de réserve를 사용하여

멀티 빈티지 샴페인 Cuvée 700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2000년 빈티지+Vin de réserve의 퀴베 728을 시작으로

현재는 2018 빈티지 베이스의 퀴베 746까지 출시되었습니다.

Vin de réserve는 10가지 넘버가 있고, 베이스 빈티지의 스타일에 따라

그때 그때 더 어울릴만한 Vin de réserve를 사용해서 밸런스를 맞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이 좀 강하게 느껴지는 해였다면 균형감 있는 Vin de réserve를 사용해서

와인의 밸런스를 맞춰주려고 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의 사례가 있습니다.


단기 숙성용 퀴베는 캡슐->데고르쥬멍 ->리에쥬 (코르크) 장기 숙성용 퀴베는

바로 코르크 작업 (bouchage liège) 순으로 숙성이 진행되며,

데고르쥬멍 이후에는 보통 5년간의 숙성 기간을 보냅니다.

데고르쥬멍 이후에 와인 양이 줄기 때문에 Vin de réserve (Vdr)를 채워 넣고 도자쥬를 시행합니다.

그 과정 중 Vdr이 와인에 제대로 섞이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Vdr이 잘 섞이고 안정화되도록 2차 숙성을 하는데, 고급 퀴베의 이상적 숙성기간은 9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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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uage 흐뮤아쥬 과정은 제로 보암 Jéroboam 사이즈만 손으로 하며,

나머지는 기계인 지로팔레트를 사용합니다.

투어 중 제일 놀랐던 부분 중 하나였는데,

그 이유가 보통 지로팔레트는 대량생산에 집중하는 NM 하우스들이나 사용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Jacquesson은 선택과 집중을 위하여 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조에 제일 집중하며

흐뮤아쥬는 지로팔레트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기계가 하기에 오히려 본인들의 손보다 더 정확하다고 한쪽 눈을 찡긋하며 날리는

농담 반 진담 반 관계자의 멘트에 가벼운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근 샹파뉴 지역에서 점점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이슈가 늘어나는 이 시점에

노동과 작업 시간 절감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데고르쥬멍은 영하 26도로 침전물만 얼려서 제거하는 Mécanique 방법을 사용합니다.

데고르쥬멍 후엔 도자쥬, 그리고 부샤쥬 Bouchage 과정 역시 거친 후,

와인저장고 Cave로 내려서 4-5년 간의 숙성을 거친 후 출시를 합니다.

23년 겨울에 방문을 했었는데 마침 방문 다음날은

2019년 빈티지 베이스 퀴베 747의 데고르쥬멍 작업이 예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밭을 둘러보며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은 후에는 저장고로 향했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은 시설의 꺄브가 2km에 이를 정도의 규모로 있다고 합니다. 숙성을 위해서는 새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으며 평균적으로 15년 정도 사용합니다. 병입 후 숙성은 NV (NM, Non-millésimé)의 경우 3년 더 숙성 후 출시합니다. Nicolas François 퀴베 같은 경우에는 현재 출시된 빈티지가 2008년으로, 보통 퀴베당 15년 숙성 후에야 출시를 합니다. 그리고 도자쥬 (Dosage)의 설명을 할 때에는 재밌는 비유를 들었는데, 직원 본인은 화장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였습니다. 필수적인 과정은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좀 더 하고, 덜어내고 싶으면 덜어낸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테이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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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son Cuvée No 746 Extra Brut Champagne


242,012병 생산된 Cuveé 746은 출시된 빈티지 중 가장 어린 퀴베이며, 도자쥬는 2g/l입니다.

2018 빈티지 베이스이며 Aÿ, Dizy, Hautvillers (68%), Avize, Oiry (32%)의 비중으로 양조되었습니다.

당해에는 겨울엔 특히나 비가 많이 왔고, 봄에는 온화함과 폭우가 교차했었다고 합니다.

6월부터 날씨가 좋고 건조해졌으며, 조금 이른 수확 Vendange를 결정하였습니다.

8월 30일에 수확을 시작하여 9월 11일에 수확을 마쳤다고 하였습니다.

당해의 포도의 상태는 완벽했고, 수확량 역시 풍부하며

포도의 숙성도가 매우 좋았고 산도 역시 적당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와인이었으며 기분 좋은 산미가 도드라졌고, 우아한 버블이 돋보였습니다.

청사과와 시트러스의 뉘앙스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Jacquesson Cuvée No 745 Extra Brut Champagne


해당 퀴베는 205,164병 생산되었으며, 도자쥬 0.75g/l입니다.

2017 빈티지를 베이스로 하였으며 Aÿ, Dizy, Hautvillers (66%),

Avize, Oiry (34%)의 비율로 포도가 양조에 사용되었습니다.

특히나 건조했던 겨울과 봄 초봄엔 날이 온화했으나 4월 들어서 서리로 인해

특히 Côte des Blancs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해 7월까지 좋은 날씨가 이어졌으며,

계절의 끝은 더웠지만 비가 많이 왔다고 합니다.

수확 Vendange는 9월 4일 – 13일에 이루어졌으며 엄격한 선별을 통해 수확량은 적지만

잘 익은 건강한 포도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해당 와인은 풍부하고 밀도가 높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여러 Vdr을 섞어 퀴베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구수한 느낌이 확 났고 오크향이 두드러졌습니다.

고소한 빵 냄새도 많이 느껴졌고 입에서도 비슷하게 구수한 느낌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뒷맛은 산미가 확 치고 미세하게 파마약 같은 냄새도 느껴졌습니다.


Jacquesson Cuvée No. 741 Dégorgement Tardif Extra Brut Champagne


2013년 빈티지 베이스의 와인입니다.

정말 춥고 눈이 많이 왔던 겨울, 그리고 봄과 초여름까지 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었던 해였고,

이러한 날씨의 영향으로 개화와 포도의 성숙이 지연 됐으나

8, 9월은 더 덥고 더 건조하여 평소의 수확시기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훌륭한 수준의 수확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Aÿ 와 Dizy의 피노누아와 Avize의 샤르도네가 특히나 성공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구수함, 군고구마 냄새가 느껴졌고

청사과, 배, 구운 빵의 구수함, 꿀, 시트러스, 미네랄, 효모,

버터, 오크향, 베제탈한 풋내 등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미가 꽤나 치며 스모키한 향도 살짝 스쳐갔습니다.


Jacquesson Champ Cain Brut Champagne Grand Cru 'Avize' 2013


도자쥬 0g/l 1962년에 심어진 샤르도네로 양조되었으며,

구수한 향, 산미, 브리오슈 향, 프루티한 뉘앙스 등이 느껴졌습니다.

꽤나 알코올이 치는 스타일이지만 전체적으로 산미와 무게감이 밸런스가 잘 맞고 우아했습니다.

앞과 비슷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구운 빵, 브리오슈, 견과류 배, 복숭아, 꿀,

미네랄, 시트러스, 버터, 바닐라 등 상큼하고 프루티한 뉘앙스와 묵직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이 공존했고,

오크 느낌이 많이 났는데 개인적으로는 양조장에서 나는 술냄새와 나무향 역시 느껴졌습니다.


Jacquesson Vauzelle Terme Extra Brut Aÿ Champagne 2013


도자쥬 0g/l. 1980년에 심어진 피노누아로 양조하였으며,

지하실 냄새, 쿰쿰한 향, 그리고 짭짤하고(salin)

침샘을 자극하는 (salivant) 미네랄리티의 뉘앙스가 느껴졌습니다.

피노누아지만 산미를 갖고 가면서도 여운이 꽤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몸집이 있는 스타일이라 식사와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혹은 아페로로 시작해서 전식과 같이 마셔도 좋을 듯했습니다.

끝맛에서는 쿰쿰한 향이 여전히 느껴졌고 나무향 역시 은은하게 났습니다.

앞서 지하실 냄새로 표현한 석회냄새와, 흙내, 청사과, 시트러스, 구운 빵,

브리오슈, 그리고 오크와 버터 등의 뉘앙스 역시 느껴졌습니다.


끝맺으며.


Jacquesson은 2023년 12월에 방문하였으며 당해는 심한 비바람으로 포도가 많이 상했다고 합니다.

다만 모든 품종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었고 샤르도네는 완벽했으나 뫼니에가 어려웠던 해였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도자쥬는 매년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적게 하는 스타일을 추구하며,

공통적으로 산미가 치는 스타일이 돋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설명했듯이 지로팔레트의 사용이 제일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보통 대량생산용 샴페인에 많이 사용되어 작은 규모의 RM 하우스와는 안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하였고,

대부분의 RM 샴페인 하우스들이 Remuage manuel을 강조하는 것과는 반대로

Jacquesson은 지로팔레트를 사용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그만큼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조에 집중한다는 점이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불어로 학업 과정을 마치고 현업도 프랑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관련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 대응하는 한국말이나 영어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최대한 감안해서 기록했지만 혹시나 틀린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혹 궁금한 점이 있으면 최대한 답변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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