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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reici Jan 15. 2022

[Histoire 3] 넓어진 세상

6월에 무리해서 운전을 시작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좋아하는 친구와 운전을 하면 세상이 넓어진다는 얘기를 했던 것. 그렇게 처음 운전을 한지 두달 쯤 된 오늘.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았던 날, 아무나가 아닌 친구를 오랫만에 만나게 되어 밀렸던 얘기를 했다. 내 6-7월에 밀렸던 얘기라 함은, 아팠던 얘기, 일하는 곳에서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얘기,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슬펐던 어느 날의 이야기가 전부인데. 그렇게 7월 말, 그리고 8월 초인 지금까지 해서 어쩌다보니 같은 얘기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데, 신기하게 난 점점 눈물을 참지 않아도 되었고,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구나, 라는 생각에 고마웠고, 어쨌든 내가 그 얘기를 했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네가 내 친구여서 고맙다라는 얘기도 같이 하고싶었기 때문. 그리고 신기하게도 다 다른 친구들의 대답이 더 놀라웠고 고마웠다. 내 세상이 넓어지면서 내 생각도 많이 넓어진 것 같은 걸 많이 느끼고 있다. 주위에 이렇게 생각이 깊은 친구들이 많아서인 것 같다. 물론 일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예외. 납득 할 수 없는 일들이 여전히 많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이어서 오늘 일어난 일과 같이 생각해보면, 왜 다들 이렇게 손해볼까 전전긍긍하고 무시당할까봐 악쓰면서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고 들었다. 물론 사는게 녹록치 않고 하나라도 더 손에 쥐어야 마음이 편한 사회인건 알겠지만 그래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뺏으려 들지는 않는다는 그 조금의 믿음 조차 없는 것 같다. 남의 것을 뺏을 생각도 없고, 굳이 이겨먹고 싶은 생각도 없는 나로선 (특히 일할 땐, 그 어떤 직원도 손님 엿먹으라고 일부러 그러진 않는단 말입니다. 매일 출근하는 것 만으로도 에너지가 고갈된다구요.) 매번 뭔가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고 그쪽에게 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는 걸 (그럴 생각이 정말 1도 없는데) 매 순간 해명해야하는 기분이라 정말 정말 너무 지친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건 이런 마음을 알아주는 동료들이 있고, 그 동료들이 바깥에서도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 때문.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번 마음을 조금씩 접는다. [영원히 나와 함께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과거에는 서로를 전혀 알지 못했던, 그러나 지금은 함께인 사람들 ] 이란 문장을 책(햇빛세입자, 서윤후 작가님)에서 봤다. 예전같으면 [영원히 나와 함께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에 더 초점을 두고 혼자 슬퍼했을 것 같은데, 요즘은 [과거에는 서로를 전혀 알지 못했던, 그러나 지금은 함께인 사람들] 이라는 문장에 더 위로를 받고 있다. 위로를 받는 동시에 마음을 조금씩 접는거다. 혹시나 모를 함께할 수 없을지도 모를 상황이 최대한 늦게 왔으면 해서. 안 오면 정말 더 좋고. 근데 그건 내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조금씩은 한 발짝 정도는 남겨두려고 한다. 언제든 내가 먼저 한 발짝 더 다가가든, 상대가 먼저 한 발짝 더 다가올 수 있도록. 둘 중에 누가 먼저 그 한 발짝이 필요할지 모르니까. 이런 마음 중 벌써 몇년이 다 된 마음도 있다는 걸 얼마전에 알게되었는데, 알고 있었지만 새삼 또 글을 보니까 놀랐다. 이렇게 오랜시간을 누군가의 한 발짝 정도 뒤에서 보낼 수도 있는거구나. 내가 또 이런 면에서는 놀랍게도 끈기가 있는 사람이었구나.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넓어진 세상에 사는 건 조금 외롭고도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다. 위의 책 문장과 함께 또 매일 매일 되내였고 요즘도 매일 되내이는 문장은 [다시 태어난 다해도 그대의 곁에서 언제나 함께이길 우연인듯한 인연이 지금처럼 우릴 또 다시 이어주길].

- 202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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