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라디오 드라마 실전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라디오 드라마 역사를 짧게 짚어보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라디오 드라마는 소리를 전달 매체로 삼은 드라마입니다. 시각적 요소 없이 대화(대사)와 음악, 음향 효과만을 이용해 청취자에게 스토리를 전달하는 라디오 드라마는 1960년대 전성기를 이뤘고 그 후로 텔레비젼이 등장하면서 약간 퇴조했지만 여전히 라디오 드라마는 인기 있는 장르입니다. 지금도 라디오 드라마는 다양하게 활용되어 청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또 귀를 즐겁게 합니다. KBS 단막 드라마 <KBS 무대> 연속 드라마 <라디오 극장> 역사 드라마 <역사를 찾아서> 등은 팬덤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또 청취자 사연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사연을 드라마 타이즈 해서 재미와 사실감을 더하고 있지요.
지금은 <라디오 드라마>라고 불리는데 라디오가 생겨난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는 라디오 플레이, 오디오 플레이라고 했습니다. 언어(대사. 독백. 내레이션), 음악, 효과 이 3가지 요소를 잘 조화시켜 청취자의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킨 라디오 드라마의 효시는 1924년 영국 R. 휴즈의 <탄갱(炭坑) 안>이라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캄캄한 탄갱에 갇힌 인간 심리를 그린 작품으로 물소리, 폭발음, 찬송가, 대사, 그리고 침묵으로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강한 호소력을 지닌 작품성 높은 드라마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라디오 드라마 역사가 매우 깁니다. 1926년 개국한 경성방송국에서는 라디오 극(劇)이라는 명칭으로 방송했습니다. 경성방송국이 일제 강점기에 탄생한 비운의 방송이라 일제 선전도구로 악용됐지요. 하지만 상록수 작가 심훈 같은 분이 연출부에 계셔서 우리 정서를 반영한 라디오극도 전파를 탔습니다. 바로 <새벽종> <춘향전> 등이었는데 <춘향전>은 5회 연속극으로 연속 드라마 효시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경성방송 시절 라디오 드라마 출연·연출자들은 '극예술연구회' '조선 극우회' 등의 연극단체 멤버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분들이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 연구단체인 '라디오 플레이 미팅'을 출범시켜 라디오 드라마의 수준을 높여갔지요.
그리고 라디오 전문 작가가 등장한 건 1948년 정부 수립 전후입니다. 김영수(金永壽), 유호(兪湖), 최요안(崔要安), 한운사(韓雲史) 등이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나섰지만 혼란스러운 정국과 6.25 한국 전쟁으로 1950년대 중반까지는 라디오 드라마 제작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1950년대 후반 사회가 점차 안정되어감에 따라 일요 연속극, 일일연속극 등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최초의 멜로 연속극 조남사(趙南史) 작 <청실홍실>, 한운사(韓蕓史) 작 <현해탄은 알고 있다>, 이서구(李瑞求) 작 <장희빈(張禧嬪)>, 김희창(金熙昌) 작 <로맨스 빠빠> 등이 방송되면서 본격적으로 라디오 드라마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덕분에 <남과 북> <청실홍실> <장희빈> <진고개 신사> 등의 주제가는 국민 애창곡이 되기도 했지요.
1950년대 후반부터 멜로드라마· 홈드라마. 풍자 드라마. 사극(史劇)· 상황극(狀況劇)· 법정 드라마 여러 라디오 드라마가 등장했고, 1960년대 들어서는 방송국마다 라디오 드라마 공모전을 실시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대모 김수현 선배님도 1968년 MBC 라디오 공모전에 <저 눈밭의 사슴이>로 당선해 데뷔하셨습니다. 김수현 작 <저 눈밭의 사슴이>는 영화로도 제작돼 대 히트를 쳤습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하던 라디오 드라마는 텔레비전 드라마 등장으로 조금 퇴조를 한 듯 보였지만 여전히 라디오 드라마는 다양한 라디오 장르에서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직 소리로만 다양한 군상들의 희로애락을 그려내기 때문에 듣는 맛이 쫄깃하고요. 소리로 장소와 상황을 그려내기 때문에 지구촌 모두가 드라마 공간이 됩니다. 이 덕분에 음악. 생활 정보, 풍자 시사 등의 프로그램에서 콩트 드라마 형식으로 활용하지요. 음악 전문 PD, 시사 전문 PD도 일정 기간 드라마 연출을 하면서 드라마 기법을 익힌다는 점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라디오 작가를 꿈꾸시는 분들은 라디오 드라마 실전을 익혀 두시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생명력이 긴 라디오 작가는 독특한 문체가 있습니다. 라디오 드라마는 내레이션/ 독백/ 대사 등이 시(詩)와 많이 닮았습니다. 라디오 드라마는 텔레비전 드라마보다 문학적 철학적 요소가 많습니다. 다음 회에는 라디오 대본에서 사용되는 용어 이야기를 해볼게요.
라디오 드라마 대본과 TV 드라마 대본의 차이를 아시면 도움 될 거 같아 보여드리겠습니다. 라디오 대본 <프로이트 보고서>는 연출하신 임종성 PD 님 작품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저는 그냥 이름표만 붙인 격이라고나 할까요. 팟빵을 통해서 소개되고 있어 라디오 드라마 공부하시는 분이 대본을 놓고 들으시면 공부가 많이 될 거 같아 용감하게 올려봅니다. <에피소드 듣기> 클릭하면 오디오 나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