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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Nov 09. 2021

풍등(風燈) (6)

- 이러다 죽어요

지금 시각이 새벽 4시 52분. 밥벌이 원고를 쓰다가, 내 삶이 왜 고달픈가 한탄도 좀 하다가 나의 옹졸한 사치가 부끄러워 속으로 펑펑 울었다. 인터넷 검색하다 "이러다 죽어요"라던 고졸 노동자, 11m 아래로 떨어졌다는 기사를 보고,     

 

예순아홉이나 처먹는 동안 나는 어린 노동자를 위해서 힘을 써보는 시늉이라도 했던가? 꽤 오래전 영등포구 문래동 외진 골목 도금 공장 취재 갔다가 만난 청년에게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노력해 볼게요”라고 했던 말을 공장 문 나오면서 바닥에 내팽개치고 오로지 밥벌이 글에만 집중했던 나는 얼마나 무능하고 야비한 인간인가. 온갖 화학물질이 뒤섞여 열을 가하지 않아도 펄펄 끓어오르던 그 양철 드럼통이 지금 내 머리 위에 쏟아진다.     

 

지난 10월 6일 전남 여수에서 요트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다 강제로 하늘의 별이 된 정운아. 홍정운아 미안하다. 잠수기능사 자격증도 없는 너를 바다에 밀어 넣은 우리 사회와 회사 대표를 마음껏 꾸짖고 정신 차릴 때까지 밟아대거라. 너의 친구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너의 벗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거라.      

강제로 하늘의 별이 된 너를 위한 풍등(風燈) 오늘의 시는 ‘밤하늘의 별을’이다. 니가 참 좋아했다는 이 노래를 나는 마음으로 부를 테니, 너는 세상에 다 울리도록 크게 크게 목젖이 뒤집혀 피가 나도록 불러라. 너는 죽지 않았으니 피가 돌아야 한다. 반드시



밤하늘의 별     -아티스트 경서

 

밤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너는 내가 사랑하니까

더 소중하니까

오직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외치고 싶어 그저

내 곁에만 있어줘

떠나지 말아 줘

참 많이 어색했었죠 널 처음 만난 날

멀리서 좋아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숨이 가득 차올라서

아무 말하지 못했는데

너는 말없이 웃으며 내 손 잡아줬죠

밤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너는 내가 사랑하니까

더 소중하니까

오직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외치고 싶어

그저 내 곁에만 있어줘

떠나지 말아 줘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이 표현이 안 돼

꿈이 아니면 좋겠어 자꾸 웃음 나와

내 모든 걸 다 준대도

너에겐 아깝질 않아

이 순간이 영원하길 난 정말 행복해

밤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너는 내가 사랑하니까

더 소중하니까

오직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외치고 싶어

그저 내 곁에만 있어줘

떠나지 말아 줘

그저 내 곁에만 있어줘

떠나지 말아 줘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너를 만나서 행복하고 싶어

두 번 다시 울지 않을래

오직 내 눈에는 너만 보여

나를 아껴줘 이제부터

혼자가 아니야 우린 함께니까

 

어느 날, 별이 사위어 갈 즈음에 누옥(淚屋) 지붕 위에 뜬 해를 찍어두었다. 별을 품은 해. 내 마음이니 제발 피가 도는 따듯한 손. 온기를 전하는 손으로 받아줘라 정운아. 홍정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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