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40분 잠에서 깼다. 이불을 걷어내면서 오늘 해결해야 할 원고를 계산하고, 컴퓨터를 켜면서 오늘은 진짜로 메일함만 체크하고 원고부터 쓰자 다짐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실속 없는 정치 장난과 애매모호한 대화가 쳐놓은 낚싯밥에 걸려 금쪽같은 시간을 죽 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므로 손자가 들어보라고 추천해 준 'Legends Never die'로 시동을 걸기로 했다.
손자가 제목을 알려주면서 게임 OST라고 했다. 멋진 제목에 끌려 이 노래에 대한 정보만 찾아보기로 했다. 멜론 뮤직, 동영상 더보기, 브런치 더 보기로 이어지는데 앳되고 준수한 소년이 내 맘을 잡았다. 흑백 사진 속 서글서글한 눈매가 멋진 소년은 이 서준. 서준이 엄마는 브런치 작가 <어쩌다 애 넷 맘>.
작가는 매거진 '하늘로 유학 간 아들에게'를 통해 서준이가 세상에서 유일한 Legends Never die라고 말한다. 12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슨 말이라도 남겨보려고 용을 썼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작가에게 드릴 말이 地上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래서 만사를 제쳐두고 풍등을 걸기로 했다. 내가 걸어 놓은 풍등을 타고 많은 분들이 서준이와 <어쩌다 애 넷 맘> 작가님 마음에 닿기를 소망하면서.
서준이가 천체 망원경으로 보름달 보는 것을 좋아했다지요. 제가 아는 보름달은 늘 별과 함께 합니다. 어떤 사이인지 늘 궁금했는데 오늘 그 답을 알았어요. 제가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님은 아시겠지요?
보세요. 이 둘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서로를 지킵니다.
잠 오지 않은 밤이 잦은 님을 위해서 별은 가느다랗게 코를 골면서 님 대신 잠을 잡니다. 숱한 별들이 모래알처럼 허물어져가도 님의 별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님 곁에서 고운 꿈을 꿉니다.
님의 사랑과 슬픔은 끝없이 되풀이될 것입니다. 사랑은 꽃으로 피고 슬픔은 뿌리로 깊어질 것이라고 봐요. 밤마다 깊어지는 2개의 뿌리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아, 하늘이 열리는군요. 베개를 고쳐 베어도 허리가 아팠던 어둠이 걷히면서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오늘 하루 잘 살고 밤을 맞으면 님의 별이 또 가느다랗게 코를 골면서 파고들 겁니다. 너무 꽉 껴안지는 말고 손 닿을 만큼 거리에 두세요. 그래야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요.
서준 엄마, 서준이는 Legends Never die 맞습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위대한 전설을 우리 함께 기억하고 공유하고 있어요. 힘내라는 말 하지 않을게요. 저도 힘 못 내는 날이 많으니까요. 대신 Legends Never die라고 시간 날 때마다 얘기해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