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종 버섯이 자라는 시간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
모든 이의 삶은 언제나 조금씩은 불행하다.
나 역시 그러하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불행 속을 거닐다가 용케 탈출한다.
한강 다리 난간에 차올랐다가 빠지는 물처럼
흔들리는 수초(水草)의 머리채를 놓아주고
냄새나는 옷을 벗어던지면 새 날개가 돋는다.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는 언제나
얼마간의 불행 속에서 행복이란 걸 만져보는 시간
아름다운 거짓말이 필요 없는 넉살스러운 공간이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섞이고,
냉장고에 붙여 놓은
어린 손자의 필사본 <꽃>에 웃음이 터진다.
내가 쓴 시 <꽃>이 조금 허전하다고
'부탁이다'를 덧붙였단다
어린 손자의 꿈은 아직 푸르고 투명하다.
비 개인 순간 구름 사이로 비치는 새파란 하늘처럼,
일직선으로 나르는 새들의 깃털을 셀 수 있을 만큼,
손자의 원대한 꿈은
아빠처럼 해병대 병장 계급장을 달고
애달픈 국토의 막내 독도를 지킴으로써
나라를 지키는 거다.
독도를 마음 놓고 웃게 만들겠다는
세상에 둘도 없는 꿈을 가진 내 손자는
공부는 딸려도 기죽지 않는다. 친구가 많은 덕분에,
개그맨처럼 잘 웃겨주고, 브롤을 잘하고,
달리기도 빠르고 축구를 잘해서 다른 반을 제치는
참 좋은 능력자
그러나 지 에미는 애가 탄다.
커서 뭘 해 먹고 살아갈지 몰라서,
딸이 애를 태울 때마다
'너보다 낫다'라고 죽비를 든다
이 밀종 버섯이 쑥쑥 대지를 밀어 올리고 솟아나듯
세상은 알고 보면 공평하다
아는 사람은 안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게 인생이라는 걸
그래서 역사가 유지된다는 것을,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는 언제나
얼마간의 불행 속에서 행복이란 걸 만져보는 시간,
아름다운 거짓말이 필요 없는 넉살스러운 공간
손자 덕분에 기운이 더 난다.
행복한 시간은 새벽 5시 5분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