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론 멍하니
오늘이 또 왔다
어제 같은 오늘
해 뜨고 달지는
그저 그런 오늘
내려앉은 잇몸처럼
삶의 기둥이 흔들릴 때
뼛속에 저미는
김민기의 한 없이 낮은 저음
역사를 읽어주는 불멸의 내레이션
내 나라 내 겨레
나의 조국은
허공에 맴도는 아우성만
가득한 이 척박한 땅
내 아버지가 태어난
이곳만은 아니다
북녘땅 시린 바람에
장승으로 굳어버린
거대한 바위덩어리
내 어머니가 태어난 땅
나의 조국은 그곳만도 아니다
나의 조국은
찢긴 철조망 사이로
스스럼없이 흘러내리는 저 물결
바로 저기 눈부신
아침햇살을 받아
김으로 서려 피어오르는
꿈속 그곳
바로 그곳
오오!
나를 깨치는 폐부 지친(肺腑之親)
새벽 3시 56분
초롱초롱 별 하나, 별 둘, 별 셋
발가벗어 아름다운 육선(肉線)
야만의 트라이앵글에서 뛰쳐나온
아름다운 해방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할 때
광장으로 나가야 할 때
은서가 6학년 때인가 5학년 때인가
아마 그쯤에 우울 시계를 들여다보는
나를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찰리 브라운을 그려줬다.
은서는 지금 중3, 참 예쁜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