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니가 뭔데

병든 서울을 깨우니

by 박길숙

서울에 아나콘다가 출몰했다

녹이 슬어 풀리지 않는 거대한 쇠사슬

제멋대로 엉기어

구멍마다 소주를 들이붓고는

근본도 없는 자유와 법치를 깔고 누워

저희들끼리 자행하는 더러운 매음(賣淫)


등 떠밀려 산에서

거리로 내려온 검붉은 황혼

잔뜩 겁에 질린 가로수 오늘따라

길고 짙은 그림자 드리우고

겁먹은 그림자 뒤에 몸을 숨긴 꽃 집

등(燈)을 켜지 않는다


미처 들여놓지 못한 노란 수선화

제 몸이 외로워 울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 예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한 번도 울어보지 않은 너도

눈물을 보태고 나 또한 그렇게


저마다 손에 핀

노란 수선화 노래를 찾은 사람들

병든 서울을 깨워 일으켜

눈물 없이는 지날 수 없는 거리거리

수선화의 이름으로

씩씩한 새 나라를 세우는 사람들


노란 수선화 니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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