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화된 사회를 넘어 화합의 장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학교에서 두 친구가 의견 차이로 다툴 때, 중간에서 친구나 선생님이 중재하고 다툼을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두 진영이 분쟁을 벌일 때 이를 중재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친구’로서의 중도와 ‘선생님’으로서의 학자들이다. 이들은 사회적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중도란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은 집단을 의미한다. 이들은 어느 한쪽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양측의 입장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 고려 능력을 바탕으로 두 진영을 원활하게 오가며 소통할 수 있다. 이는 곧 중도가 양극화된 두 진영 간의 유일한 소통 창구이자 설득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학자란 특정 분야를 연구하거나 가르치는 전문 직업인을 의미한다. 이들은 평생을 해당 분야의 연구와 공부에 매진하며, 그들의 발언은 학문적 검증을 거친 신뢰성을 가진다. 따라서, 학자들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고,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개척자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학자들의 연구와 발견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특정 행위를 하기 전, 그 행위를 정당화할 논리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합리화, 철학적으로는 정당화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밥을 먹는 이유는 배가 고프기 때문”이고, “대학을 다니는 이유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는 논리가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에서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결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국가가 전쟁을 일으킬 때, 단순한 힘의 논리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정당화할 명분과 논리를 마련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도 그 정책이 합리적이며 정당한 것임을 입증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즉, 개인과 사회는 특정 행위를 수행하기 전에 반드시 그 행위를 정당화할 논리를 요구하며, 이러한 논리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학자들의 역할이다.
학자들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가 비이성적 판단을 배제하고 정당한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정당화의 토대가 견고할수록 사회는 더욱 합리적으로 작동하며, 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학문의 본질적인 기능이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대중과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중도의 중재 역할과 학자의 방향 제시 역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중도층은 극단적 논쟁이 심화될수록 개입을 꺼리고 침묵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이며, 학자들 또한 공론장에서 점점 멀어진다. 이는 단순한 영향력 약화가 아니라, 능동적인 외면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논쟁이 감정적 대립으로 변질될 경우, 중도층은 개입을 피할 가능성이 커지고, 학자들은 논리적 토론의 공간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들의 부재는 극단화의 가속을 초래하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소통의 부재이다. 본래 진영 간 갈등이 존재할 때, 상대 진영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때 중도가 존재하지 않으면 진영 간 소통의 단절이 더욱 심화되고, 극단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극단화는 다시 소통 부재를 악순환적으로 심화시키고, 결국 사회가 양극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비전문적 지식 전달자의 출현이다. 학자는 연구를 통해 검증된 논리적 지식을 제공하며, 대중이 비이성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학자들이 부재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진영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논리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학자가 부재할 경우, 진영 내에서는 신뢰할 만한 학문적 지식을 얻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진영은 학자의 지식(Knowledge)을 대체할 다른 정보(Information)를 찾게 되는데, 이 정보는 대개 해당 진영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나 특정 이념을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제공된다. 이러한 정보는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으며, 편향성과 오류 가능성을 내포할 위험이 크다. 결국 진영은 검증되지 않은 논리를 근거로 삼아 비이성적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학자의 부재는 사회가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위험 요인이 된다. 결국, 중도층과 학계의 무관심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극단화를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들의 역할이 부재할 경우, 극단적 담론이 더욱 공고해지고, 대중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