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노처녀'라는 말 쓰기 있냐?
2005년에 시청률 50%에 달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인기 드라마에서 서른 살이 된 노처녀 주인공 삼순이가 한라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울부짖었던 것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그때쯤 자주 어울리던 언니가 서른 즈음이었는데, 주변에서는 그 언니의 호가 노처녀인 것처럼 '노처녀 권혜진' 또는 '노처녀'라고 불러댔다.(지금 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큰일 날 일이다. 불과 십여 년 전이였는데.) 서른이 된 언니는 매일 술 먹고 노래방에 가서 김광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여러 번의 대성통곡을 했었다. 그때의 우리 여자들은 왜 그렇게 서른이 힘들었을까.
십 년이 지나 나도 서른이 되었었고,
지난 선배들의 기억을 생각하며 아프지 않고 지나가는 나의 모습에 꽤 대견했었다.
그리고 나의 서른은 꽤나 즐거웠다.
그리고 지금은 사십 살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아프지 않다.
어여쁜 그대도 나이 때문에 아프지 않길.
*작성일(상): 2020.05.04
*작성일(하): 2025.02.10 (덧붙이기)
1) 나는 마흔 살이 넘어서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갖었다.
나는 느리게 걷고, 느리게 밥을 먹는 것처럼 결혼도 출산도 남들보다 늦었다.
간혹 나도 조바심이 들고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많은 것들에 걱정하는 주변인들이 있지만 그냥 내 속도대로 걷고 그 순간을 감사하게 즐기고 있다.
2) 잘 살아왔던 것은 10년이 지난 지금 '노처녀'란 오지랖이 좀 줄었던 것이 아닐까. 가는 곳마다 '노처녀 000'으로 들었다면 나도 많이 긁혔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