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유수
눈에 보이지 않는 꽃잎이 하염없이 떨어져 간다.
모래시계가 뒤집혔다.
고요하게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고운 꽃잎은 소리 없이 진다.
개화된 꽃나무에 소용돌이치듯 나이테가 그려진다.
설탕을 잔뜩 넣어 녹인 물에 꽃 한 줌 꺾어 쥐어 꽂아둔다.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좁은 잎맥 사이로 빠져나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꽃잎이 떨어진다.
봄에 취한 사이에 모래가 모두 떨어졌다.
봄비가 축제를 끝내라고 얄궂게 재촉한다.
느리게 걷고, 먹고,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