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낙화유수

by 박나옹

눈에 보이지 않는 꽃잎이 하염없이 떨어져 간다.


모래시계가 뒤집혔다.

고요하게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고운 꽃잎은 소리 없이 진다.


개화된 꽃나무에 소용돌이치듯 나이테가 그려진다.

설탕을 잔뜩 넣어 녹인 물에 꽃 한 줌 꺾어 쥐어 꽂아둔다.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좁은 잎맥 사이로 빠져나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꽃잎이 떨어진다.

봄에 취한 사이에 모래가 모두 떨어졌다.

봄비가 축제를 끝내라고 얄궂게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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